[강충민의 제주맛집] 현업 해녀의, 제주시 도두동 순옥이네名家

   

식당상호에 이름을 넣는 집은 대체 어떤 곳일까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이런 곳은 대개 그 이름이란 사장 본인 이름이나 자식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상호에 이름을 넣게 되면 웬만한 강심장이나 음식에 자신 있지 않고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왜냐. 음식 맛이 없다거나 무언가 불만이 있는 경우에 그 이름에 쏟아지는 후환에 어디 견뎌낼 재간이나 있겠느냐 말이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쉰 살 정도에 조그만 식당을 하는 꿈을 꾸는 나는 상호에 이름을 안 넣을 거라 막연한 다짐을 한다. 앞에 열거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장황하게 상호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는 이유. 눈치 빠른 분들은 아실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식당이 바로 그런 곳, 본인 상호를 떡 하니 내건 곳이다. 제주시 도두동에 위치한 순옥이네名家이다.

▲ 반찬들 ⓒ 제주의소리

▲ 소라젓갈 ⓒ 제주의소리

간판 앞에서의 굴욕?

전복요리전문점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에서 기가 죽었다. 점심 한 끼에 전복요리라니...
정녕 잘못된 제보란 말인가. 맛 집 기사 쓰다 기둥뿌리 날아가게 생겼다.(참고로 취재 시 식대는 무조건 지불한다.)
무언가 일이 잘 못되기 전에 발길을 돌리려고 하다 투명유리로 보이는 내부를 살짝 염탐하니 어느 누구도 전복요리를 먹고 있지 않다. 휴 다행이다.

자리에 앉아 주위를 빙 둘러보니 모 방송사에서 인터뷰했던 것이 눈에 띈다. 이럴 땐 솔직히 조금 난감하다. 그리고 아쉽다. 미리 선수를 빼앗긴 것 같은...(그러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미리 미리 제보해 주시라. 음식 값도 철저히 지불한다. 실리고 실리지 않고는 그 다음 문제니까...)
그리고 계산대위에는 물질을 하는 아줌마의 사진이 한 장 눈에 띈다. 찬찬히 주위를 살펴보니 사진속의 주인공인 것 같은 아줌마가 종종걸음으로 음식을 나르고 있다. 보기 좋은 웃음을 연신 터뜨리면서.

 한 쪽에 자리를 하고 앉아 맛있다고 제보를 받은 전복죽과 뚝배기를 시켰다. 그러고 보니 점심때라 그런지 다른 손님들도 대부분 전복죽과 뚝배기를 먹고 있다.

▲ 전복죽 ⓒ 제주의소리

바다 빛이 나는 전복죽, 그리고 해물뚝배기

이 집의 전복죽은 유달리 푸른색을 띈다.
육지의 전복죽과 제주 전복죽의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게웃의 첨가 유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육지 전복죽은 게웃을 넣지 않아 그 색이 하얗다. 반대로 제주의 전복죽은 게웃을 넣어 노랗기도 하고 파랗기도 하고... 그 게웃의 조리방법의 차이이기도 하다.
게웃이란 전복의 내장이다. 날로 먹으면 아무 맛도 나지 않지만(조금 쓴맛이 나기도 한다.)죽을 끓일 때 같이 넣거나 젓갈을 담을 때 같이 넣기도 한다. 전복이 귀한 것이니 내장만 따로 분리 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게웃 역시 귀한 것이다.
특히 게웃을 죽에 같이 넣고 끓이면 비릿하고 쌉쌀한 맛은 사라지고 고소함이 남는다.

이름을 떡 하니 상호에 넣은 이 집의 사장 양순옥여사는 유달리 파란 전복죽색깔이 게웃의 양에 있다고 알려준다. 많이 넣을수록 더더욱 고소하고 색깔이 진하단다.
그리고 이곳은 전복을 직접 유통하고 납품하기 때문에 전복이나 게웃을 넉넉하게 넣을 수 있다고 한다. 어쩐지 보통 전복죽인데도 죽에 들어간 전복양이 상당하더라니...

▲ 전복이 푸지다 ⓒ 제주의소리

“게웃을 믹서에 안 돌령 예, 칼로 일일이 다집니다게. 경 헌 다음 씻은 쌀허곡 그 게웃을 혼디 놓앙 손으로 막 버무린 다음 달군 촘지름에 볶당 물 넣고 해그내  죽을 쑵니다.”
(게웃을 믹서에 돌리지 않고, 칼로 다집니다. 그 후에 씻은 쌀과 그 게웃을 같이 놓고 버무린 후 달군 참기름에 볶다가 물 넣고 죽을 끓입니다.)

믹서에 돌리지 않아서 인지 게웃의 파란 부분이 전복죽속에서 그대로 보이는 느낌이 난다.
그리고 “토락지다.”라는 제주도 사투리가 유난히 찰지고 쫄깃하다는 표현인데 그 느낌처럼
쌀알이 입안에서 씹히는 감촉이 참 좋다. 분명 밥이 아니고 쌀로 죽을 끓였을 거라 미루어 짐작했다.

“어떵 알암수과. 남자분이.. 잘 알암수다예. 게난예 15분전엔 예약해야 돼 마씀. 예약 안 행 오민  기다려야 될 때도 이서 마씀”
(어떻게 아셨어요? 남자분이 잘 알시네요. 그래서 15분전에 예약해야 돼요. 예약 안하고 오시면 기다려야 될 때도 있어요.)

▲ 해물뚝배기 ⓒ 제주의소리

우리가 먹었던 건 오늘 점심따라 전복죽을 시킨 손님들이 많았단다.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올 줄 알고...’
염치 불구하고 남는 죽 있으면 더 달라고 청했다. 난 항상 믿는다. 우는 놈 떡 준다는 말...

제주의 해물뚝배기는 된장국과 찌개의 중간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고춧가루와 소금으로 간을 하는 것과 달리 된장으로 간을 내는 것이 차이가 있겠다.
이곳의 뚝배기도 역시 된장으로 간을 해서 낸다. 오히려 칼칼한 맛보다 구수하고 해물에서 우러나온 개운함이 좋다.

   

전복을 직접 유통하는 집 답게 일반 해물뚝배기에도 커다란 전복이 하나 떡하니 들어 있다.
혹시나 실수로 전복뚝배기를 갖고 왔나 싶어 물었더니 양순옥사장이 배시시 웃으며 그냥 뚝배기에는 전복이 하나, 전복뚝배기에는 네 개가 들어간다고 웃는다. 안심하라며...
게다가 전복의 사촌격인 오분작도 같이 들어 있어 쏙쏙 빼먹는 재미도 좋다.

된장과 해물의 맛을 살린 개운한 맛이 이 집 뚝배기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 싱싱한 톳 ⓒ 제주의소리

지금도 물질하는 해녀사장님

이 집 사장 양순옥여사는 지금도 물질을 하는 현직 해녀시다.
그래서 밑반찬으로 나오는 해산물들은 거의 다 본인이 채취하거나 도두어장에서 구입한 것이란다. 톳, 미역, 모자반(제주말로는 몸)등 해초류나 오분작, 성게 알 등이 직접 바다에서 채취한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오도독 씹히는 게웃을 넣은 소라젓갈까지...

▲ 양순옥 여사
도두 방파제 옆에서 해산물(전복, 소라, 성게 알...)을 팔다가 지금의 자리에 건물을 짓고 식당을 한 지 이제 11년째라고 한다. 그 동안에도 어김없이 물질은 계속 하셨고...
지금도 도두의 다른 해녀 분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수확 철이 되면 물질을 나간단다. 당연히 어촌계 소속의 해녀는 그렇게 해야 된다고 하는데 괜한 걸 물어봤다 싶다.
(참고로 양여사는 수심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상군해녀였단다. 하군, 중군, 상군이 있다. 그리고 제주대학교 해양수산업 최고경영자과정을 2008년2월에 수료하셨다.)

제주사람들이 보기엔 일상이라 할 수 있는 특유의 무뚝뚝함이 육지사람들 에게는 불친절로 비친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 집 사장 양순옥 여사는 거친 물살을 헤치며 숨을 참는 자맥질을 겪은 잠녀의 세월에도 방실방실 웃으며 내내 기분 좋게 얘기한다. 꾸미지 않은 소박한 웃음으로... 제주바다의 푸른빛을 닮은 전복죽의 맛처럼, 꾸미지 않은 뚝배기처럼 그 소박한 웃음이 늘 변하지 않길 소망해본다.

돌아오는 길 바로 식당 앞, 제주의 머리 도두(道頭)바당은 여지없이 푸른빛을 내뿜으며 숨쉬고 있었다.

   

<순옥이네 명가 안내>
전화번호 : 064-743-4813
위    치 : 제주시 도두동 제민일보 뒷블럭
주 차 장 : 식당 옆 도보 2분거리 공용주차장
영업시간 : 08:30-21:00
카    드 : 됨
차 림 표 : 해물뚝배기 9,000원, 전복뚝배기 15,000원, 전복죽 10,,000원, 전복죽(특) 15,000원, 오분작찜(소) 30,000원, 해물전골(소) 25,000원, 전복물회 15,000원

▲ 약도

   

강충민기자는 아들 원재와 딸 지운이를 둔 평범한 아빠입니다.

사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차별 없는 사회,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현재 제주몰여행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제주참여환경연대 출판미디어사업단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위에 소개하고 싶은 음식점이 있다면 제주의소리 편집국이나 강충민기자에게 직접 제보 바랍니다.

<제보 시 갖추어야 할 사항>
1.음식점 상호 2.주 메뉴 및 특징 3.위치및 연락처 (취재계획이 확정되더라도 평가시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기사화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편집국 담당 안현준PD : 010-2936-3608 tarav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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