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영의 뉴욕통신] 헌병 촬스 그레너 쥬니어

지난 해 5월에 메스컴을 통해서 이라크 '아부 그레이브' 형무소에 '예비검속'된 수감자 학대 스켄들이 전세계에 알려지자 이슬람권 국가 시민들은 물론 전세계인을 경악케 하였다. 미국은 이로 인해서 '야만국' 또는 '깡패국'이란 오명을 얻게 되고 '물리적 전쟁'에서는 이겼으나 '심리전'에서는 대패를 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토요일(15일) 미군사법정에서는 이 학대사건에 직접 관련된 촬스 그레너 쥬니어(Charles A. Graner, Jr., 36세, 계급 Corporal)에 대한 배심원제 공판이 열렸는데 10년형을 선고받고 수갑이 체워졌다. 그는 또한 이등병으로 감등되고 불명예 제대를 받게 되었다.

그는 법정에서 주장하길,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얻어낼 목적으로 CIA(미중앙정보부)와 CIC(미군 방첩대)에서 이들을 심문하기 전에 '부드럽게' 만들어 놓으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그런 '만행'을 저질렀으며... 자신은 그가 속한 (헌병)부대에서 '제네바 협약'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며 '우리는 제네바 협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예비역으로 소집되어 이라크 전선에 투입되기 전까지는 펜실베니아 주 한 교도소에서 교정 교도관으로 일해왔었다.

그의 변호사도 이 사건과 관련된 장교급 간부들은 법정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부시 미대통령은 이러한 수감자 학대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소수의 미군사병들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이 문제는 신임 법무성 장관 후보인 곤잘레스에 대한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서도 드러났듯이, 그는 2001년 9.11테러 직후 부시의 법률자문 보좌관이었는데 이들 수감자들에 대해서는 제네바 협약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조언한 바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언이 '메모'를 통해서 국방성으로 전달되고 또 명령계통을 통해서 '아부 그레이브' 형무소를 감시감독하는 헌병대까지 내려갔다는 주장이 미 국회와 법조계 그리고 군대조직내 비판자들의 일치되는 목소리다.

그레너는 그에게 수감자들을 잘못 다루도록 명령한 중위급에서 대령급에 이르는 장교들의 이름들을 열거했다.

그레너와 더불어 4명의 관련사병들이 형을 받았다. 그러나 앞서 지목된 장교급들은 그 어느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으면 증언으로 소환되지도 않았다.

이 스켄들을 폭로한 죠셉 다비(Joseph Darby)라는 내부고발자(whistle-blower)가 있었는데, 그는 사진들을 수집하고 상부에 이런 학대가 중지되어야 한다고 보고했지만 들어주질 않아서 그 사진들을 누런 서류봉투에 넣어서 육군 형사부 감찰관에게 익명으로 제보했다는 것이다.

그레너는 배심원들 앞에서 형기는 달게 받겠으나 불명예 제대는 시키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스켄들을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서 들여다 보고 있는 이 순간(16일) 제주도에서는 1950년 7월과 8월에 발생한 '예비검속자' 1000여명 학살사건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유족회 총회가 열리고 있다.

1960년대 '민주정부'와 그후 '문민의 정부' '국민의 정부' 그리고 '참여정부'에서도 계속해서 호소하고 있건만 제대로 된 진상조사 한 번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필자는 '국민의 정부'때 이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그 탄원서는 청와대에서 행자부로 행자부에서 국방부 군사편찬위로 돌고 돌아 돌아온 회신은 "자료없음"이 고작이었다. "현장에 자료가 있다"고 항의하였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국내에서 길이 없으니 유족들의 뜻을 모아 유엔인권위를 비롯한 국제형사법정에 호소를 해야 할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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