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하)

   
▲ 미진과 미진딸의 동선…서민은 죽었다 ⓒ 제주의소리

관객이 지영민과 엄중호 공권력의 추격전에 집중하는 동안 잊혀지는 두 사람의 동선이 있다. 미진(서영희)과 미진의 딸이다. 영화속에서 두 사람의 동선을 살펴보자.

미진은 감기에 걸렸다. 집에서 누워있다 엄중호의 전화를 받고 지영민을 만나 지영민 집으로 간다.

그 후?. 알다시피 욕실에서 지영민에게 망치로 머리를 엊어맞고, 한동안 쓰러져 있다 겨우 집을 탈출해 피범벅이 된 몸으로 지영민 집 인근 수퍼마켓에 숨는다. 하지만 지영민에게 발각돼 무참히 살해당하고 시신은 토막당해 지영민 집 마루 수족관에 잠긴다.

여섯살된 미진의 딸은 어떤가. 지하방에서 엄마를 떠나 보내고 혼자 있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과 엄중호를 만난다. 그 후?. 알다시피 엄중호 차를 타고 다니며 설렁탕 먹고 안양 지영민 집에 찾아간 뒤 편의점 가서 컵라면 먹고, 한 모텔 앞에서 엄마의 납치 소식을 듣는다. 이후 망원동 골목길에서 엄마를 찾으려다 중국집 배달오토바이에 뺑소니 사고 당한 뒤 병원으로 향한다.

<추격자>가 비판받아야 할 이유는 한국 천민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성찰의 고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여성은 철저히 피해자다. 보호받지 못한다. 이는 제주 사회 서민들, 특히 약자들이 차례로 죽음의 벼랑에 몰려 있음을 확인시킨다. 지영민, 엄중호, 공권력이 추격전을 벌이는 동안 미진과 미진의 딸은 어둡고 찬 집과 거리에 내쳐진다. 시스템에 대한 왜곡된 대항(지영민의 망치와 정), 사유재산을 지키려는 몸부림(엄중호의 추격), 권력의 사유화(경찰)는 있을지 몰라도 버려진 서민들에 대한 배려와 보호는 없다.

아쉽게도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 또한 미진과 미진의 딸의 동선보다 지영민, 엄중호, 공권력의 동선에 환호했다. 이미 제주사회는 자본주의 폐해와 모순에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자신, 자신의 권력, 재산을 지킬 수 있으면 그만이다. 공동체는 무너졌고, 권력과 자본의 공정한 배분은 사치가 됐다.

당신은 <추격자>를 어떻게 봤는가? 그리고 우리네 권력자들은?. 특히 김태환 제주도지사께서는?. 보지 않았다면 꼭 비서진에게 부탁해 <추격자>를 꼼꼼히 봐주길 부탁한다. 단순히 흥행영화라 치부하지 말길 바란다. 영화는 관객 욕망이 반영된다.

이미 제주사회에서 자본이 서민을 삼키고 있다. 도민들이 스스로 자본과 초월한 '힘'을 쫒아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왜곡된 판타지가 일어남을 직시해야 한다. <추격자>를 보며 절실히 느껴야 할 것은 스스로 권력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성찰하고 각성하는 일이다. 김 지사께서 감당못할 초월적 힘이 제주와 도민을 휘감을지 모른다. 시스템의 왜곡을 방치만 하고 있을 건가. / 이영윤 제주대 대학원 사회학과 석사과정

<이영윤 객원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이 글은 (사)제주대안연구공동체 주간제주동향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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