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원 정식에 반찬이 열여섯... 상이 비좁다.
5천원 정식에 반찬이 열여섯... 상이 비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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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충민의 제주맛집]신제주 연동 전주아줌마식당

   

다들 한 번쯤 배는 고픈데 딱히 종목을 정하지 못했을 때 흔히들 정식 혹은 백반을 찾았던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대개가 집에서 먹는 것과 비슷한 형태를 기대했을 것이고, 이런 기대에 맞춰 식당에서는 가정식이라고 해서 강조하는 것일 것이다. 누구나 집에서 먹는 것만큼 맛깔난 것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 음식이 맛있든 혹은 그렇지 않든... 게다가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면  집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맛이면서, 푸짐하면서, 싸다면 어떨까?
그런 곳이 있다면 요즘말로 착한가격의 착한식당일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곳이 바로 그런 곳 착한 식당. 신제주에 있는 전주아줌마식당이다.

▲ 정식 ⓒ 제주의소리
 
어머니 밤샘간호 후, 쓰린 속을 달래주었던  집

이집은 나의 사소한 기억이 있는 곳이다.
작년 이맘때쯤 어머니가  한라병원에 입원을 했었다. 그때 각시와 나는 밤에 번갈아 가면서 병실을 지켰고 아침엔 바로 회사로 출근하곤 했었다.
병원에서 회사로 터벅터벅 걸어서 출근하던 길, 그날따라 유난히 속이 쓰려 왔었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이 집이었다.

▲ 칼칼한 찌개 ⓒ 제주의소리

아침 여덟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자리를 하고 앉았는데 정식 5.000원(2인 이상) 을 발견하고 쭈뼛거리며 물었었다.

“저 정식 1인분은 안돼요?”

내 물음에 아무 말 없이 물 컵을 내려놓으며 “괜찮아요. 드세요.” 했었다.
내 얼굴이 초췌했었을까. 그건 모르겠다. 허나 내가 자리를 앉은 이후로도 몇 사람이 더 혼자 정식을 시켰고 그것이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다 5.000원에 차려진 정식 한 상 앞에서 울컥했었다. 밤새 뒤척이던 어머니를 생각했고 무심코 짜증 부렸던 나를 생각했다, 그리고 새벽 일찍 동 터오기 전 쌀을 안치고 부지런히 식구들 밥을 챙기던 지금은 병실에 누워 있는 어머니를 생각했다.

   

청승맞게 아침바람에 눈시울이 젖어 오는 것을 감추느라 밥이랑 국이랑 찌개랑 반찬들을 꾸역꾸역 목구멍에 밀어 넣었었다.(그 와중에도 가짓수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너무도 맛이 있었다.

이것이 나와 전주아줌마 식당의 인연이다.(지금은 2인분이상이라는 것이 아예 없다.)

푸짐한 찬 착한가격, 그리고 고등어구이정식을 뺀 이유

이 집의 대표종목은 단연 5.000원짜리 정식이다.  5.000원 정식에 반찬 가짓수만 열여덟 가지 이상이다.
숨 가쁘게 열거하자면 미역줄기볶음, 무나물볶음, 마늘지, 생두부, 김구이, 배추김치, 깍두기. 콩나물무침, 땅콩조림, 콩조림, 파래무침, 전어젓갈에 삭힌 고추지에 제육볶음, 쌈 야채(상추, 배추, 고추)에 김치찌개 , 밥 국까지... 물론 간장 된장은 기본이고...

▲ 굴비정식 ⓒ 제주의소리

정식집에서 가짓수만 늘리려고 맛은 그저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하나 같이 맛있다.
특히 왕소금만으로 간을 한 콩나물국은 정말 시원하다.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콩나물이 하도 맛있어서 국 사발 째로 들이키다 그 비법을 살짝 물었더니 이집 사장님 김선자여사는 별거 아니란다.

“팔팔 끓는 물에 콩나물을 넣고 살짝 데쳐. 데친 콩나물을 찬물에 두 번 씻고 다시 데쳤던 끓는 물에 다시 넣고 왕소금으로 간하면 끝이지. 비법이 별거 있나. 옛날엔 다 이렇게 해 먹었지 뭐.”

▲ 추자도산 참굴비 ⓒ 제주의소리

그러고 보니 이 집 음식은 하나같이 간간한 양념이 잘 배어 있는 것이 옛날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다. 거기에다 물기를 머금어 부드럽고 기름기가 살짝 배어 고소한 무채나물볶음까지... 이것도 식용유하고 왕소금밖에 들어가지 않는다는데 입에서 살강살강 씹히는 것이 감칠맛이 난다.
제육볶음은 고기특유의 누린내는 없고 양념이 골고루 잘 배인 맛이 난다. 부드럽고 쫄깃하다. 배추에 밥을 얹고 고기 한 점 얹고 된장을 올려 입 안 가득 넣었더니 그 맛이 더하다.

전에 먹었던 간장게장 생각이 나서 안부를 물었더니 찬이 매일매일 바뀐단다. 내일쯤에 상에 낼 예정이라는데 참 아쉽다. 짜지 않고 무척 맛있었는데...
아쉬움에 전어젓갈에 삭힌 고추지를 먹었는데 짜지 않고 알맞게 매운 맛이 밥도둑이다.
염치불구하고 한 접시 더 청했다. 콩나물국을 사발 째 들이킨 것은 말할 것도 없고...

▲ 옥돔정식 ⓒ 제주의소리

그리고 그냥 메뉴에 올려서 팔아도 전혀 손색없는 김치찌개의 맛도 좋다. 알맞게 익은 묵은지와 쏠쏠하게 숟가락에 올려지는 넉넉한 돼지고기까지, 거기에다 두부를 같이 넣어 푸짐함이 더하다. 이런 찌개도 매일 그 순서를 바꿔 된장, 순두부, 참치로 변화를 준단다.
찬도 간장게장, 어묵볶음, 계란말이, 계란범벅, 전 국은 된장, 콩나물, 김치, 미역, 북어로 재료를 달리하고 찬과 중복되지 않게 신경을 쓴단다.

▲ 들어는 보았나요 굴비알 ⓒ 제주의소리
이런 떡 벌어지는 5.000원 정식에도 성이 안 찬다면 2.000원씩을 더 주고 굴비정식이나 옥돔정식을 시키는 것도 좋겠다.(이것은 2인분 이상이다.)
특히 굴비정식은 추자도 참조기로 내는데 짜지 않고 알맞게 간이 되어 밥과 착착 붙는다.
굴비를 체면불구하고 손에 들어 훑듯이 먹는데 노랗게 꽉 찬 알이 배어 있다.
여기서 개그프로그램의 한 꼭지가 생각난다.
“굴비 알 먹어봤어요? 안 먹어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굴비로 만들어 지기 전 상태인 참조기나, 반 굴비상태에서 추자도에서 직송되어 오는 모든 것들은 다시 이 집 사장 김선자 여사의 손을 다시 거친다고 한다. 비단 굴비뿐만이 아니라 젓갈들도 모두 직접 다 담그고 손님상에 낸다고 한다.

이렇게 해도 이 집의 가장 비싼 음식 값은 7.000원이다. 참 착한 가격이다.

이 집에서 고등어구이정식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 메뉴판에 빠진 이유를 물었다. 물론 제주산이 훨씬 맛있지만 기름진 노르웨이산의 두툼한 고등어구이의 맛을 기억한 것이다.

“밥값을 올릴 수 없겠더라고. 고등어 한 마리에 4.000원 멕히는 걸로는  타산이 안 맞고... 그렇다고 밥값을 올리자니 내가 괜히 미안하잖아요. 씨알 작은 새끼로는 부끄러워서 상에 내지도 못하겠고... 그래서 뺐어요. 아쉽지만 어떻게요. 밥 한 끼에 7.000원 넘으면 내가 미안해서 못하지...”

   

돈 내지 말고 그냥 우리랑 같이 먹어요.

김선자 여사가 이곳에서 장사를 한지는 이제 햇수로 7년이 넘는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음식 만드는 것에 취미를 가졌고 지금도 맛깔나게 음식을 지어 내지만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해 보고 한단다.

▲ 김선자 여사 ⓒ 제주의소리
여섯시 반이면 어김없이 식당문을 열고 장사를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세시 반에는 일어나야 한단다. 저녁 10시에 잠자리에 든다니 수면시간이 다섯시간 반이다.

이제 제주에 내려온 지 30년이 넘었는데 여기서 애 낳고 장가들이고 했으니 완전 제주사람이라며 웃는다. 그러고 보니 나와 인터뷰 중에도 “무사 마씸? 기꽈?” 하며 자연스레 제주사투리를 구사하신다. 계산대 일을 보기도 하고,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고 치우던 잘 생긴 총각이 누군가 했더니 아들이란다. 그런데 결혼했단다. 이때 난 괜히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실없는 놈이 되고 만다.  “참 저처럼 동안이시군요.”

인터뷰를 마치고 챙기고 일어서려는데 여자 손님 한 분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정식을 주문했고, 마침 한가해진 틈을 타 식당식구들은 식탁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예기치 않게 김선자 여사가 주문한 그 손님을 막으며 말하고 있었다.

“돈 내지 말고 그냥 우리랑 같이 먹어요.”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그 손님은 김여사가 쥐어주는 숟가락을 집고 식당식구들과 같이 자리에 앉는 것을 보며 식당문을 나섰다.

그 손님과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주문은 그냥 받고 나중에 계산을 치를 때 돈을 받지 않아도 될 수도 있었겠다.
그런데 같이 밥상에 마주 앉기를 청하고, 그래서 덜 미안해하게 만드는 것. 그건 고도의 세련된 기술이 아닌 늘상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보아왔지만 지금은 아쉽게 사라져 가는 정(情 )인 것이다.

나도 언젠가 이 집 식구들의 늦은 식사시간에 한 번 끼는 행운을 가질 수 있을까 기분 좋은 기대를 해 본다. 

   

<전주아줌마식당 안내>

전화번호 : 064-746-1330
위    치 : 신제주 연동 대신증권 뒷 블록
영업시간 : 06:30-21:00
주 차 장 : 식당 옆 주차장에서 주차, 식당에서 주차권 배부
차 림 표 : 정식 5,000원, 동태찌개정식 5,000원, 북어국정식 5,000원, 옥돔정식 7,000원, 굴비정식 7,000원(정식제외 2인 이상)

▲ 약도

   

강충민기자는 아들 원재와 딸 지운이를 둔 평범한 아빠입니다.

사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차별 없는 사회,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현재 제주몰여행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제주참여환경연대 출판미디어사업단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위에 소개하고 싶은 음식점이 있다면 제주의소리 편집국이나 강충민기자에게 직접 제보 바랍니다.

<제보 시 갖추어야 할 사항>
1.음식점 상호 2.주 메뉴 및 특징 3.위치및 연락처 (취재계획이 확정되더라도 평가시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기사화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편집국 담당 안현준PD : 010-2936-3608 taravi@naver.com
강충민기자 : 017-690-4791  som0189@naver.com

<제주의소리>

<강충민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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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ph21 2009-04-07 21:52:33
아흑 ㅠㅠ 뭥미?지금 25000원짜리옥돔구이 먹고온 나는 ㅠㅠ
122.***.***.217

wkdtjdgns 2009-03-06 23:23:49
단골집이 이렇게 기사로 나오니 정말 반갑네요.
가계 심볼이랑 어머님이랑 왠지 매치되는듯 ㅎ
저렴하고 맛도 있지만, 전 항상 한가한 오후에 들릴때가 가장 맛있는듯..아주머님이 일일이 손님얼굴을 기억해주시면서 던지는 말한마디가 빈말같지않고 정미 담겨있어서 기분좋아요~오후늦게 한번 가보시면 누구나 공감하실듯..
119.***.***.26


enon 2009-03-05 11:43:50
도대체 어떻게 5,000원이 나오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네요. 이런 가게 옆에 자취방 하나 잡아야 하는데;;
114.***.***.140

맛있어요 2009-03-03 20:13:34
정말 집 근처였으면 맨날 가서 먹을텐데 ㅎㅎ
아직도 그맛 그대로죠??
정말 맛있음..ㅎㅎ
12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