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입찰 고의적으로 유찰시켜 100~200원 높게 수의계약…농ㆍ감협 직원 포함되면 '파장'

화물운송업체들이 감귤운송계약 입찰을 2년 동안 54차례나 담합해 유찰시킨 후 높은 운송단가를 적용, 수의계약을 통해 공개 입찰방해를 한 혐의로 14개 업체대표가 무더기로 입건됐다.

경찰은 운송주선업체에 대한 수사 뿐만 아니라 농·감협 직원들의 입찰방해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결과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19일 도내 모 화물운송협회가 제주시농협 등 도내 20개 농·감협에서 생산농가로부터 위탁받아 계통출하하는 2002년산 감귤 15㎏들이 2556만9133상자(28만3533톤·총운송료 281억원 상당)와 2004년산 감귤 물량 939만2533상자(13만9538톤·운송료 108억원)의 운송계약 입찰경쟁을 앞두고 담합가격 1상자당 1300원으로 운송대상 농협과 물량을 배정해 놓고, 상자당 담합가격을 2002년도 1100원, 2004년 1300원으로 결정한 후 고의적으로 유찰시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입찰방해 방식으로 △농협 물량을 운송하기로 지정된 특정업체외에 1~2개 업체가 들러리로 참가해 입찰에 참가한 모든 업체가 입찰금액을 예정가보다 높게 결정해 유찰시키거나 △농협 물량을 운송키로 지정된 특정업체가 단독입찰하면서 타 업체의 명의를 빌어 경쟁입찰인 것 같이 가장해 모두 예정가 보다 높은 담합가격 이상으로 입찰금액을 유찰시키는 방법 △입찰등록만 해놓고 업체가 모두 입찰에 불찰하는 방법 등으로 농·감협의 공개경쟁 입찰을 모두 유찰시켜 수의계약을 유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운송업체들은 이런 방법으로 2002년 제주시농협·서귀포농협·위미농협 등 각 2회씩 6회, 감협 34회 등 총 40차례에 걸친 경쟁입찰을 모두 유찰시킨 후 담합가격인 1100원에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또 2004년도에도 제주시농협·중문농협·서귀포농협 각 2회씩 6회, 감협 8회 등 14회에 걸쳐 유찰시켰다.

특히 이들 업자들은 불법 담합행위에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업체별 3억원 상당의 약속어음을 운송업체들의 협의체인 모협회 산하 소위원회에 담보해 약속을 어길경우 금액을 몰수키로 하는 편법도 동원했다.

업자들은 또 업체별 운송물량에 비례해 상자당 10원씩 공금을 거두고, 그 자금으로 모 업체에 대해서는 담합행위에 참가해 공개경쟁입찰을 유찰시키는 것에 협력시키고, 운송물량은 배정받지 않는 조건으로 2002년 5000만원, 2004년 4000만원을 교부키로 약속까지 했다.

현재 도내 20개 지역농협의 감귤판매사업방식은 농가들이 출하한 감귤을 가락동도매시장 등 전국 주요도시 물류센터로 납품해 경매한 후 판매대금을 농협이 일괄 수령해 운송경비·상자대금·선과료·조합수수료·공판장수수료 등 경비를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출하한 농가에 지급하는 수탁판매방식을 취하는 수익자부담원칙으로 경비를 모두 농가에서 부담하고 있다.

감귤운송계약은 농협의 계약규정 제6조에 의해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관행적으로 취급물량이 많은 3~4개 농협에서는 경쟁입찰을 하고 나머지 조합들은 그 결과에 따라 입찰단가를 기준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운송업체들이 담합이 없었던 2003년의 경우 제주시농협 경쟁입찰에서 15㎏ 상자당 850원에 S업체가 낙찰을 받았고, 감협에서는 S업체가 819원으로 낙찰을 받아 나머지 농협에서도 819원에서 850원 사이에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윤영호 수사2계장은 "제주도 감귤운송계약 입찰방해에 대해 수사중에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실질적으로 운송업체들이 담합입찰로 어느 정도 이익을 취했는지 정확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계장은 "오랜기간 공개경쟁입찰이 유찰이 되고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적인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수사가 완료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윤 계장은 "운송업체들은 육상·해운 등 모두 포함된다"며 "2003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업체들의 담합가격은 최소 100원에서 200원 이상 더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00~200원 가까이 담합해 가격을 높일 경우 2002년 화물운송업체들은 가격담합으로 최소 25억2600여만원에서 최대 51억1300여만원을 부당하게 취득하고, 2004년에도 최소 9억3900만원에서 최대 18억7800여만원을 부당 취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입찰담합이 단순히 화물운송업체들 사이에서 이뤄진게 아니라 농·감협 직원들도 포함돼 있다는 게 대다수 주변의 평가이기 때문에 수사가 확대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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