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오겹살 보니 소주 딱 한 잔... 결국 낮술에 취해버렸다.
간만에 오겹살 보니 소주 딱 한 잔... 결국 낮술에 취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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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충민의 제주맛집] 갈비탕과 오겹살구이 신제주 신초원가든

   

주관식문제 하나 내겠다.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이 문제는 제주사람뿐이 아니라 육지사람들에게도 너무 쉬운 문제일 것이다.
아주 간혹 다른 음식을 말하겠지만 열에 아홉은 흑돼지 아니면 싱싱한 회를 말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흑돼지는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쫄깃한 육질의 제주산흑돼지를 지글지글 불판에 굽고 소주 한 잔 착 곁들이면 임금님 수랏상 부럽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나의 맛집 기사를 읽다 도입부로 들어가는 뜸들이기 과정을 대충 파악하시는 분들 많을 것이다. 그렇다 나 오늘 고기 먹으러 간다. 그 기대에 한껏 부풀어 아침도 굶었다.
거기다 국물진한 갈비탕까지... 회식이 극히 드문 우리 집의 사정에, 모처럼의 고기 맛 볼 기회에 대낮에 소주 한 잔 걸칠 음흉한 생각까지 하고 말이다.

고기 꼴 잘 못 보는 내가 오늘 가는 곳 신제주 연동에 있는 신초원가든이다.
    

   
▲ 흑돼지 오겹살 ⓒ 제주의소리

잘 못 나온  전복갈비탕이 못내 아쉽다.

손님 많은 시간에 취재를 가는 건 식당에 엄청난 결례임과 동시에 민폐를 끼치는 일임은 몇 번의 취재과정에서 저절로 터득한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취재를 위한 음식이어도 먹은 것은 꼭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말인데 사실 그냥 갈비탕과 전복갈비탕사이에서 안현준PD와 몇 번의 얘기가 오고갔다. 갈비탕 6천원과 전복갈비탕 9천원 사이에서 갈등을 한 것이다. 그래서 3천원차이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냥 갈비탕을 시켰다.

오후 두시를 넘은 시간이라 식당은 한산하였다. 무심코 식당 주위를 둘러보니 무척이나 깔끔하게 정돈된 것이 인상적이다. 방석 하나하나에도 흡사 군대에서 각을 맞추는 것처럼 일정한 모양으로 정돈되어 있다. 제일 싫은 집안일이 청소인 내가 괜히 뜨끔해진다.
    

   
▲ 갈비탕 ⓒ 제주의소리

찬이 나오고 드디어 주문한 갈비탕이 먼저 나왔다.
그런데 웬걸... 그냥 갈비탕이 아니라 꽤 큼직한 전복이 두 개 들어있는 전복갈비탕이 나왔다. 주문을 하면서 전복갈비탕에 대해 하도 물어놔서 그걸로 안 모양이다.

“저 그냥 갈비탕 시켰는데...”

상에 나온 전복갈비탕을 물리고 그냥 갈비탕으로 바꾸는데 영 개운치 않고 못내 아쉽다.
뚝배기그릇에 떡하니 올려 있는 전복 두 개와 수삼 두 뿌리 앞에서 동요를 일으키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느냐 말이다.
    

   
▲ 갈비탕 ⓒ 제주의소리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내온 갈비탕을 먹었다.
국물이 진하면서도 깔끔하다. 깔끔하다는 말은 고기특유의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국물에서 구수한 사골 맛이 일품이다. 고추다대기를 넣지 않고 먹어도 좋겠다.
특히 갈비탕에 들어가는 진짜 갈비가 꽤 쏠쏠하다. 얄팍하게 저민 고기와 포장된 육수에 익숙한 나는 허겁지겁 갈비를 뜯었다. 너무 오래 삶으면  살이 물렁하여 씹는 감촉이 없고 덜 삶으면 질겨서 뜯느라 힘이 드는데 이 집 갈비탕의 갈비는  부드럽고 알맞게 쫄깃하다.
갈비탕의 육수를 내려면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할 터, 이 집 이경란 사장에게 물었더니 사골과 양지머리, 갈비로 하루를 꼬박 끓여 만든다며 담담히 알려준다. 그리고 이 모든 재료는 철저하게 제주산육우를 사용한다. (양지머리와 갈비는 고기의 쫄깃함 때문에 끓이는 시간이 훨씬 짧다.)
    

   
▲ 초벌구이한 흑돼지 오겹살 ⓒ 제주의소리

갈비탕에 배가 불러 정작 오겹살구이는 힘에 부칠 것을 예상하고 조금씩 천천히 먹는데 드디어 나왔다. 이미 익혀진 것이 나왔나 했더니 초벌구이가 된 것이라고 한다.
참숯에 한 번 구운 것을 다시 불판에 제대로 익혀서 상에 낸다. 이렇게 하면 참숯의 향이 고스란히 고기에 배이고 육즙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한결 감칠맛이 난단다. 연기도 나지 않고 옷에 냄새가 배이지 않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고...

   

불판위에서 제대로 구워지는 오겹살에 가죽에 촘촘히 박힌 까만 털이 흑돼지임을 말해준다.
어떤 분은 흑돼지의 까만 털이 혐오스럽다고 하던데 사실 흑돼지가 아닌 것도 털은 다 있다. 다만 돼지껍데기와  색깔이 같아 잘 보이지 않을 뿐... 그리고 제주에선 껍데기를 제거하지 않아 오겹살이다. 즉 껍데기와 지방층 두 겹이 더 생겨 오겹살인 것이다.

   

드디어 알맞게 익은 고기를 한 점 먹었는데 쫄깃하게 씹히면서 육즙이 그대로 살아 있어 맛이 한층 더하다. 참숯에 초벌구이를 한 것이라 돼지고기의 누린내는 사라지고 거기에 참숯의 은은한 향이 훈제베이컨의 맛도 떠올리게 한다.
두툼한 고기를 된장만 살짝 찍어 먹었더니 제주말로 “듬삭하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여기에 색다른 찬이 있어 무언가 했더니 고기에 싸먹으라고 곁들여 낸 것이란다. 무와 깻잎을 한 장씩 켜켜이 올려 초절임한 것이 그것이다. 고기를 참기름장에 살짝 찍어 무와 깻잎 초절임에 전병을 말듯이 돌돌 말아 먹으니 상큼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 거기에다 통으로 구운 마늘은 매운맛은 사라지고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묘한 여운이 입안에서 감돈다.

   

배고픈 것 못 참는데  소원 풀었다?

무 깻잎초절임 말고도 이 집엔 김치가 참 다양하다.
처음엔 선인장열매로 물을 들인 것인가 생각했던, 갓나물에서 그대로 나온 보랏빛 색깔이 아름다운 갓김치에, 멸치젓갈이 풍성한 파김치, 깍두기, 배추김치까지 다양하다.
특히 깍두기는 한 입에 다 안 들어가게 과하게 큼직한 것이 영 내키지 않았는데 맛을 보니 기어이 끝장내고 말았다. 알맞게 잘 익었다. 사각사각 시원하게 씹히는 맛이 참 좋다. 
    

   
▲ 무 깻잎초절임과 흑돼지오겹살의 절묘한 조화,  먹어봐야 맛을 안다 ⓒ 제주의소리

거기다 군대시절 질리도록 먹었던 양배추김치가 상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빠닥빠닥 씹히던 양배추김치가 알맞게 숨이 살짝 죽어 아삭하다. 새우젓이 들어갔는지 감칠맛이 돈다. 요즘 양배추과잉생산으로 농가가 힘든데 김치를 담았단다. 그러고 보니 삶은 양배추도 같이 상에 올려 있었다.

아까부터 양념간장이 하도 맛있어서 용도를 물었더니 삶은 양배추에 찍어 먹으라고 같이 낸 것이라고 했다. 그 말에 조금 아는 척 고기에 찍어 먹으면 좋겠다고 넌지시 얘기했다. 왜 제주사람들은 돼지고기를 간장에 곧잘 찍어 먹지 않는가. 그리고 간장에 풋고추, 고춧가루, 참기름을 같이 넣고 버무린 맛이 고기와도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게다가 식초가 들어간 것이 개운하다.

   

“아 그럴까요? 좋겠네요. 고마워요. 이렇게 얘기해주면 정말 좋아요. 당장 그렇게 할게요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앞으로도 자꾸자꾸 알려주세요.”

이 집 이경란 사장이 맞장구를 쳐 주는데 참 기분 좋다. 좋은 의견 정말 고맙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괜히 아는 척 한다고 못내 불안했는데 다행이다.
    

   
▲ 이경란 사장 ⓒ 제주의소리
“전 진짜 배고픈 건 못 참아요. 그리고 먹는 걸 엄청 밝혀요. 어릴 때부터 어디 놀러 가면 먹을 걸 바리바리 챙겨 가고, 그러다 보니 나이 들면서도 야유회를 가든, 여행을 가든 음식담당은 항상 저였어요. 그리고 집에 아는 사람들 불러서 음식 만들어 멕이는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레 식당이 하고 싶더라고요. 또 전 청소가 취미에요. 이제 시작한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저야 지금이 정말 행복하죠.  사람만나고, 음식 만들고, 취미 살리고, 게다가 돈도 받고요. 매일 새벽 여섯시에 도매시장에서 야채를 구입하는데 참 상쾌하고 두근거려요. 매일 매일이 잔칫집 같잖아요.”

그러고 보니 처음 식당에 들어왔을 때 깔끔하게 정돈된 것이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청소가 취미인 사람을 직접 내 앞에서 보고야 말았다. 하긴 뭐 나에게 누가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음주가무라고 하니까...

낼름낼름 고기를 주워 먹다 거의 끝나갈 즈음 청국장이 나왔다. 고기를 다 먹은 후에 밥과 같이 먹으라고 나오는 것이란다. 참 가지가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된장을 넣고 끓이다 맨 마지막에 청국장을 넣고 끓인 것이라는데 냄새도 없고 된장과 알맞게 섞어진 것이 개운하다. 쏠쏠하게 건져지는 소고기와 두부의 푸짐함이 숟가락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그냥 메뉴에 추가해서 팔아도 되겠다고 하려다 관두었다. 괜히 나중에 돈 내고 사 먹어야 할 불상사가 생길지 모르니 말이다. 
    

   
▲ 청국장 맛이 일품이다 ⓒ 제주의소리

인터뷰를 마치고 후식으로 나온 시원한 차에 달달한 배까지 챙겨먹으니 배는 이미 포화상태다. 그런데 아뿔싸 오겹살구이에 소주 딱 한잔만... 했던 것이 알딸딸하다. 한 잔이 두잔 되고 석잔 되고...

그렇다. 난 고기 먹었을 뿐이고, 소주 딱 한 잔 하려고 했을 뿐이고, 한 병 거의 다 비웠고
낮술에 알딸딸하고...

   

<신초원가든 안내>

전화번호 : 064-742-5911
위    치 : 신제주 구)남서울호텔 사거리 남쪽 50미터
영업시간 : 11:00-23:00
주 차 장 : 식당 주차장에 주차
차 림 표 : 갈비탕 6,000원, 전복갈비탕 9,000원, 흑돼지오겹살 12,000원(2인분 이상)

   

   

강충민기자는 아들 원재와 딸 지운이를 둔 평범한 아빠입니다.

사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차별 없는 사회,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현재 제주몰여행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제주참여환경연대 출판미디어사업단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위에 소개하고 싶은 음식점이 있다면 제주의소리 편집국이나 강충민기자에게 직접 제보 바랍니다.

<제보 시 갖추어야 할 사항>
1.음식점 상호 2.주 메뉴 및 특징 3.위치및 연락처 (취재계획이 확정되더라도 평가시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기사화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편집국 담당 안현준PD : 010-2936-3608 taravi@naver.com
강충민기자 : 017-690-4791  som0189@naver.com

<제주의소리>

<강충민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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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 2010-06-06 16:50:05
다음주에 제주도 놀러가는데 꼭 가봐야겠네요
사진 보니까 침이 꿀꺽꿀꺽
122.***.***.34

풋~ 2009-04-16 15:30:16
어느신문, 어느잡진 들 이런맛집소개 기사는 다 있지 않나?
이 식당의 경쟁식당 주인인가? 왜 광분하는거?
강 기자가 추천해 준 집 가보고 이런 점이 아니더라 하는거 올려주는거 아니면
걍 닥치시지 쫌~
118.***.***.227

국어사랑 2009-03-13 11:37:53
갈비탕에 넣는 양념은 다대기가 아니라 다진양념이라 해야 한다.
다대기는 쪽발이 말이다. 기자라는 신분이라면 공부를 좀더 해야 할 것이다.
203.***.***.2

거시기 2009-03-12 19:21:09
제주 음식점 소개하면서 엉뚱한 소주병 갖다 찍는 꼬락서니하고는.....제대로 올리소!!!!
221.***.***.104

양 교주 2009-03-07 12:20:21
얼마전에 따님이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전공 이학박사학위까지 취득하였던데 제주의 소리에 맛있는 집까지 소개가 되었네요. 가끔 가는데 친절한 사장님과 쭉쭉 빵빵은 아니고 상냥스런 종업원들이 친절함에 한잔하면 술만 취하고 나오네요, 술만 팔지 말고요 속 안쓰리는 안주는 없나요?,,,,,,,,,,신초원 화이팅 -- have a nice day
12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