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kg에 2만7천원 돌파, 곳곳에서 “억 억” 소리에 희색…“너무 높은 것은 아닐까?”

2004년산 노지감귤이 하늘을 찌를 기세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월초 15kg 한 상자 당 2만원을 가뿐히 돌파한 노지감귤 평균 경락가격은 보름이 지난 17일 2만5000원선을 넘어서더니 다시 이틀 후인 19일에 2만7100원을 기록했으며, 20일에는 2만7400원으로 아예 2만7000원선 굳히기에 들어갔다.

지금과 같은 파죽지세라면 설을 앞둔 2월초에 가서는 ‘꿈의 3만원’선도 무난히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치 주식시장이 1000선 돌파를 향해 달려가듯이 감귤도 거침없이 3만원 선으로 치닫고 있다.

20일 기록한 평균 경락가 2만7400원은 상자비와 선과료, 물류비, 그리고 상장 수수료 등 제비용(4500~5000원)을 제외하더라도 농가수취가 기준 3.75kg 한 관당 5700원으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신기록이 연일 작성되고 있다.

평균 경락가 2만7400원, 농가 수취가 기준 한 관당 평균 5700원은 제주도가 감귤출하연합회를 설립한 후 공식적인 가격통계를 작성한 지난 1997년 이후 최고가격임은 물론 역대 평균 경락가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최고가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평균 경락가가 3만원 선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대부분 감귤출하 끝물인 4월 기준으로 하루 평균 출하량도 150톤 안팎에 머물러 정상적인 가격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것으로, 출하성수기가로 볼 수 있는 12월에서부터 다음해 2월말까지를 기준으로 이 같은 가격이 나오기는 2004년산이 처음이라는 게 제주도는 물론 농·감협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또 서귀포와 남군 등 소위 잘나가는 산남 감귤인 경우 이 같은 가격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었으나 제주시와 북제주군 등 산북감귤까지 포함해 제주도 전체적으로 2만7000원선을 돌파한 것은 제주감귤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생산농가들조차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금 크게 감귤을 재배하는 농가들 사이에서는 “억 억 소리가 난다”는 우스개 소리마저 나돌고 있으며, “사상 최악의 제주경제를 그나마 현재 떠받치고 있는 게 ‘생명산업인 감귤’이다”라는 모처럼 환한 웃음이 농가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감귤농사가 말 그대로 ‘죽’을 쓰면서 감귤농가의 원성을 샀던 감귤관련 공무원들도 감귤가격이 계속 상승무드를 타면서 모처럼 농가들로부터 “잘하고 있다. 고맙다”는 칭찬을 듣고 있다.

농·감협 임직원 역시 바가지로 욕을 얻어먹던 신세에서 탈피해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짓고 있으며, 예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출하수수료도 수월치 않게 들어오는 등 또 다른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04년산 노지감귤이 사상 최고가를 연일 이어가는 것은 무엇보다도 유통명령제 전국 확대시행으로 비상품 감귤 출하가 상당부분 차단된 데다가 품질마저 좋아 소비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감귤원 폐원과 간벌 등에 850억원을 투입한 전무후무한 공격적인 생산 구조조정이 성공을 거둬 생산량을 대폭 줄여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노지감귤 가격이 공중으로 날면서 생산농가와 자치단체, 농·감협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지금의 가격은 비정상적이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모든 가격이 적당해야지 무조건 높다고 다 좋은 게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모처럼 구조조정과 품질향상에 한 뜻을 모았던 감귤농가들의 의지가 자칫 풀려버리지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

가격이 폭락하면 다음 해에 폐원과 간벌, 품질향상에 힘쓰다가도 조금만 가격이 높아지면 다음 해에 고품질 향상에 손을 놓아버리는 상황이 종종 있어오던 터라 감귤관련 관계당국에서는 이 같은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또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를 가까스로 설득해 감귤유통명령제 첫 전국 확대 시행에 성공했으나 지나치게 가격이 높아 공정거래위에서 ‘소비자 보호’를 내세워 올해 재시행을 거부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2004년산 가격만 믿고 올해 농사를 게을리 할 경우 생산농가들의 기대심리만 잔뜩 부풀린 채 낭패를 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지 못할 실정이다.

제주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를 ‘1등 감귤’ 생산 기반구축의 해로 삼고 제주도 감귤재배면적 2만ha의 20%인 4000ha를 간벌하겠다는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고두배 제주도 감귤과장은 “감귤가격이 높게 형성된다는 것은 결국 감귤농사들의 소득과 연결됨은 물론 돈이 말라있는 제주경제에 단비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단지 우려되는 게 있다면 너무 가격이 높아 농가들이 자칫 나태해 지지 않을 까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 과장은 “그러나 감귤농가들이 ‘올해 한번 해 봤더니 되더라’는 의식으로 똘똘 뭉친다면 올해 감귤도 해볼 만하다”며 2분의 1 간벌에 농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노지감귤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제주감귤의 최고의 브랜드인 한라봉이 ‘유탄’을 맞았다.

한라봉은 지난해만 해도 이 맘 때쯤에는 3kg 한 상자 당 평균경락가가 1만7000~1만8000원 선을 유지했으나 올해는 소비자들의 입맛이 노지감귤로 몰리면서 1만500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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