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밥에 쉰다리, 봄은 장독대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있고...
연잎밥에 쉰다리, 봄은 장독대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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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충민의 제주맛집] 자연이 재료 사찰음식 애월읍 수산 물메골

   

봄볕이 따사롭다.
점심을 먹으면 꾸벅꾸벅 병아리마냥 졸린 것에서 봄이구나 하고 느껴진다. (표현이 참 무미건조하다)... 허나 조금 발품을 팔아 외곽으로 나가면 이제 막 파릇파릇함을 더하는 보리밭에 눈을 뺏기고, 따뜻한 봄기운에 해바라기도 한다면 참 좋을 일이다. 코피 터지게 치이고 만신창이 되게 두들겨 맞는 일상을 잠시 잊고서...
 
그러다 비로소 바라보게 되는 꾸미지 않은 자연의 소박한 아름다움에 잠시 넋 놓고 바라 볼 일이다. 언제 한 번 하늘, 땅을 찬찬히 감사하며 살았는가 말이다. 여기에다 겨울을 인내한 봄을 닮은 자연음식을 더한다면 봄나들이가 한층 즐거울 것이다. 잠시 시계바늘을 천천히 돌리면서...

오늘 봄볕처럼 꾸미지 않은 소박함이 정겨운 곳, 애월읍 수산 물메골을 소개한다.

▲ 장독대가 정겹다 ⓒ 제주의소리

봄이 장독대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있고...

물메골의 의미가 무얼까 한참 생각하다 이곳 수산리의 순우리말인 것을 생각해냈다. 
담벼락에 “茶와 음식” 이라는 표시를 눈 여겨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곳이다. 하긴 목적지만을 향해 달리는 차 속에서 어디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있다면 더욱 이상하지만...
물메골은 가정집을 개조한 곳이 아니라 그냥 가정집이다. 따로 멋을 부리거나 하지 않은...
마당으로 들어서니 장식용이 아닌 간장, 된장항아리가 눈에 띈다. 장독대에 정겨움이 느껴지니 그동안 얼마나 내가 순식간에 속도를 내며 살아왔던 것인가 생각이 든다.

▲ 수선화향이 은은하다 ⓒ 제주의소리

방석이 따로 있었지만 마다하고 맨바닥에 그냥 앉았다. 멍석이 깔려 있는 바닥에 그냥 앉는 감촉이 참 좋다. 탁자에 놓인 수선화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는 한가로운 봄날 오후다.

이 집의 음식은 종류가 많지 않다. 그리고 멋을 부리지도 않는다. 어디 광고의 카피 같기도 한 자연이란 재료에 정성을 더한 음식이라고 하면 딱 이겠다. 열 가지 넘는 차와 소박한 사찰음식을 내는 곳이다.

▲ 연잎밥 ⓒ 제주의소리

느긋하게 기다리니 연잎밥이 콩국과 함께 나온다.
옷을 여미듯 밥을 감싸 안은 연잎을 벗기니 은행이 가운데 앙증맞게 박혀있다. 은행 주위로는 잣이 협시하듯 자리 잡아 있다. 된장지진 것과 연근을 넣은 콩조림, 전, 깻잎고추장아찌, 양배추볶음, 김치, 연근샐러드, 묵은지 지짐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채소의 겉절이가 찬으로 딸려 나온다.

▲ 연잎을 펼치니 봉긋한 꽃밥이 핀다 ⓒ 제주의소리

연잎밥을 입에 넣으니 쫀득하고 살짝 고소한 맛이 난다. 밥에 약간 간이 되어 있고 연잎으로 감싸 쪄낸 때문인지 연잎향이 입안에서 기분 좋게 감돈다.
게다가 제주음식인 콩국과 같이 곁들여 먹으니 어울린다. 콩국은 흡사 콩비지찌게처럼 걸쭉하다. 콩국을 잘 못 끓이면 덩어리가 생겨 탁하고, 어떤 경우는 너무 흐트러져 말간데 그 중간의 적당함이 잘 어우러져 있다. 비린내가 나지 않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 구수한 콩국 ⓒ 제주의소리

이 집의 찬은 재료 그대로의 맛을 살리는 것이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어쩌면 풍성한 젓갈과 양념에 길들여진 경우라면 무슨 맛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소박한 찬들에서 오히려 깊은 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하나같이 가공된 재료가 아닌 자연재료의 참맛이 배어져 나온다. 이 맛들의 근원을 찾다 드디어 생각해냈다. 맞다 옛날 맛 그대로다.

▲ 최고 인기 반찬, 묵은지 볶음 ⓒ 제주의소리

들기름에 볶은 잘 익은 묵은지는 씹히는 감촉도 좋고 감칠맛이 돈다. 투박한 깻잎과 고추장아찌는 입맛 없을 때 흡사 찬물에 밥 말아 먹을 때 곁들여 먹던 그 맛이다. 깔끔한 뒷맛과 함께...
어떻게 조린 연근이 하얄 수 있지 하고 한 잎 베어 먹었는데, 아뿔싸 정말 조리지 않은 생연근이다. 그 옆에 고구마도 날 것이다. 그런데 난생처음 먹어보는 이 연근샐러드가 참 맛있다. 들깨소스를 곁들였다는데 고소하다. 사각사각 씹어 먹으니 연근의 단맛과 감칠맛이 입안에서 상쾌하게 어우러진다.

▲ 무전 ⓒ 제주의소리

하얀색과 파란색으로 앙증맞은 색감을 자랑하는 전은 그 재료가 무와 파래다.
특히 무전은 어떻게 전이 시원할 수 있지 하고 의아한 생각이 들 정도다. 전 위에 살짝 얹어진 봄동나물 꽃이 정성스럽다.
그리고 밥에 같이 비벼 먹으라고 지져 나온 빡빡이 장도 뒷맛이 개운하다.

▲ 제주 음식인 촐레와 비슷하다 ⓒ 제주의소리

상큼하게 웬 나물이 겉절이 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어 무심코 젓가락질을 크게 하고 한 입 가득 넣었더니 그 맛이 참 묘하다. 솔직히 향이 너무 강하다. 이 모습을 보던 이 집 물메골 김애자 사장이 고수나물이라고 알려준다. 피돌기를 촉진하고, 장을 말끔하게 해준다고 오늘 일부러 상에 냈다는데 에구 난 아니다. 처음 먹는 분이 맛있다는 분은 거의 없다고, 두 번째엔 괜찮다고 그리고 세 번째는 일부러 찾는다는데 이 집 오시는 분 섣불리 도전하지 말지어다. (그런데 인터뷰가 거의 끝나갈 즈음에는 그새 적응이 되었는지 꽤 맛있었다.)

▲ 향이 독특한 고수나물 ⓒ 제주의소리

사찰음식에서 제주의 맛을 발견하다.

“괜히 부끄러운데 저희 집은 전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아요. 그리고 불가에서 꺼려하는 오채(五菜)를 사용하지 않고요. 그러다 보니 맹맹한 맛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어떻게 알고 찾아오시네요.” (오채는 파 ,마늘, 달래, 부추, 양파라고 알려주었다.)

▲ 김애자 사장 ⓒ 제주의소리
김애자 사장이 이 집 분위기처럼 소담스럽게 얘기하는데 꾸미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참 곱다.(이 표현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찰음식을 하는 집답게 이곳의 모든 음식은 가공된 것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단다. 모든 음식의 기본인 간장, 된장을 직접 담그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연이 준 재료로 한 제철음식은 몸을 치유하며 맑게 해준다는 철학을 그대로 지킨단다. 그러다 샐러드로 나온 연근은 몸의 혈전을 없애주고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준다. 이 말에 나는 바로 하나 남은 연근을 말끔히 먹어주었다.

“저희 집에서는 모든 자연이 재료에요. 아침에 일어나 요 앞 수산봉에 오르면 곱게 자라난 어린 쑥을 캐어 쑥전을 부치고, 냉이를 캐서 국을 끓이고, 이런 식이죠. 늘 자연은 고맙죠. 거기에다 천연양념인 버섯가루, 다시마, 무 말려서 빻은 것을 넣어서 쓰니 모든 것을 자연에서 얻는 거죠. 제가 예전부터 사찰음식에 관심을 가져서 시작을 했는데 어느 순간 깨달은 것이 재료를 살리고 양념을 거의 하지 않는 이런 사찰음식의 조리법이 소박한 제주의 조리법과 너무도 닮아 있는 것이었어요. 제주의 맛을 발견했다고 하면 좀 부끄럽지요.
그러다 보니 저희 집은 주문하면 빨리 만들어 상에 내지 못해요. 후다닥 빠른 시간에 드시고 가실 요량이면 우리 집이랑 맞지 않아요. 또 시간이 되더라도 제가 힘에 부쳐서 못해요. 그냥 집에 손님이 오면 상을 차려내는 시간 딱 그만큼의 여유는 있어야 해요”

참 겸손하게도 부끄럽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데 그 말이 전혀 꾸미지 않은 ‘나 정말 부끄러워요.’ 하고 있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닌 가슴속에서... 오히려 참 듣기 좋다.

▲ 쉰다리와 과질 ⓒ 제주의소리

상을 거의 물렸는데 입가심으로 제주의 한과인 과질과 천연 음료 쉰다리가 나왔다.
어릴 적 우리 집안 제사상에 자주 올려 졌던 과질을 이곳에서 발견한다. 아 그러고 보니 들어올 때 마당에서 봄볕에 잘 말려지고 있던 것이 이 과질의 반죽이었다.
다 일일이 손으로 반죽하고 튀겼단다.  한 봉지에 오천원에 판다는데 딱 하나씩 입가심으로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 난 단순하다.)
쉰다리로 입가심까지 하니 그야말로 건강한 밥에 건강한 식단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 고소한 맛이 일품인 들깨수제비 ⓒ 제주의소리

대문 옆 봄기를 머금은 목련은 이제 망울을 터뜨리려 한껏 힘을 내고 있었다.
이제 이 봄이 깊어 가면 어떤 자연이 이곳 물메골 식탁에 오를지 기대해 볼일이다.
혹여 선분홍 진달래 꽃잎이 전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있으면 한참이나 여유를 가지고 감격해 볼일이다.

   

<물메골안내>

위       치 : 제주시에서 서부경찰서 지나 애월방면 번대동입구 교차로 우측
전화번호 : 064-713-5486 (식사인 경우는 10분전 예약필수)
영업시간 : 11:00- 20:00
주  차 장 : 식당 주변에 주차
차  림 표 : 연잎밥 7,000원, 들깨수제비 5,000원, 보말죽 7,000원, 쉰다리 5,000원, 각종 차류 4,000원~6,000원

▲ 약도

   

강충민기자는 아들 원재와 딸 지운이를 둔 평범한 아빠입니다.

사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차별 없는 사회,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현재 제주몰여행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제주참여환경연대 출판미디어사업단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위에 소개하고 싶은 음식점이 있다면 제주의소리 편집국이나 강충민기자에게 직접 제보 바랍니다.

<제보 시 갖추어야 할 사항>
1.음식점 상호 2.주 메뉴 및 특징 3.위치및 연락처 (취재계획이 확정되더라도 평가시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기사화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편집국 담당 안현준PD : 010-2936-3608 taravi@naver.com
강충민기자 : 017-690-4791  som0189@naver.com

<제주의소리>

<강충민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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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2009-03-13 04:53:18
고수나물...맛있죠 ..처음 드시는분은 못 먹습니다 빈대 냄새 때문이죠...그런데 한번 길들이면 않먹곤 못베기죠...근디 오불채라 하셨는데 양파는 포함되긴 하는데 홍거라는 우리나라에 자라는 채소가 아니죠 ...
118.***.***.211

장금이미각 2009-03-12 16:02:40
맛있습니다. 깔끔하고, 정갈하고, 맛있고... 자주 가고 싶은 집입니다.
맛있는 음식에 곁들일 술이 전혀 없어서 좀 섭섭하지만...
오늘 2시에 갔다왔어요.
116.***.***.9

가고싶어요 2009-03-12 13:36:25
제가 꼭 먹어보고 싶었던 사찰 음식들이네요.
이 봄에 딱 어울리는... 역시 강충민기자님 감각이 쨩이네요..
12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