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의 실종...김태환 도정과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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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영 칼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어느 덧 만 3년이 다 되어 갑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지방분권 차원에서 이뤄진 것입니다.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자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과 관의 협력에 의한 의사결정과 정책추진입니다. 학자들은 이를 거버넌스라 표현합니다. 즉, 선출된 자치단체장 혼자만의 ‘통치’가 아닌, 민과 관의 협력에 의한 ‘협치’를 통해서 지역사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중요한 정책들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가장 근본정신이라 할 것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거버넌스가 잘 발달된 나라일수록 지방자치의 성공적 정착으로 지역사회 민주화는 물론,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결과를 만들어냄으로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게 된다는 것이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는 출범 당시부터 이러한 정신에 반하는 여러 문제들을 발생시켜왔습니다. 지난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특별법 추진 과정에서 김태환 제주도정은 오로지 영리병원이나 영리학교 도입 등을 위한 수단으로만 지방분권을 사고하는 매우 저급한 모습만 보여주었습니다.

거버넌스의 가장 적극적인 장치라 할 수 있는 주요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는 주민투표제, 주민소환제 등을 아주 소홀히 다루어 사실상 제도시행을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영리병원이나 영리학교 도입과 같은 정책들은 국민적 동의기반이 필요한 민감한 사안임에도, 특별자치라는 제주도만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도입하려고 하였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중요한 정책들을 제주도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진행시키려 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는 해마다 지역사회에 첨예한 갈등을 반복해서 초래하고 있고, 특별자치가 과연 제대로 될 것인가 하는 매우 강한 의문을 갖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특별자치제도 시행 이후 6개월, 1년, 2년이 경과하는 동안 그때마다 도내 언론사들에 의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특별자치도 체제에 도민들이 많은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만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1년까지 매년 제도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법 개정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영리병원 도입문제는 매년 제도개선의 핵심적인 사안이 되고 있습니다.제주도의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상황을 우려해, 특별법 제정과정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라는 민관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기구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김태환 도지사는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 위원회는 실제로 법률에 반영돼 제도화되었습니다. 제주도 보건의료계획 등을 심의하는 기구이지만, 영리병원 같은 민감한 문제를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토의를 통해 거를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장치입니다.

그러나 김태환 제주도정은 이 위원회에 정작, 이를 제안한 시민단체나 공공의료 강화를 주문하는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들을 철저히 배제시키고 말았습니다. 올해에도 이를 재구성한다고 하면서 또다시 배제시킨 채 2기 위원회를 구성하였습니다. 한 마디로 도정의 정책에 비판적인 인사들이 참여하면 정책추진이 어려워진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특별자치도 출범 3년이 경과하는 지금 김태환 도정의 거버넌스에 대한 태도는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난주에는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도내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환경단체들을 모조리 배제하고 도정에 협조적인 단체 인사들을 위촉하는 선에서 구색 맞추기에 나선 바 있습니다. 가뜩이나 작년 환경영향평가위원들의 뇌물수수사건으로 위원회 운영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이는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 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단체들이 반발하자, 도 환경정책국장은 “도내에는 무수한 환경단체들이 있으며, 몇몇 환경단체의 대표성만 인정하기 어렵다”는 발언을 언론에 드러냈습니다. 아무런 기준도 없이 ‘환경’이나 ‘자연’자만 붙으면 환경단체로 인정하겠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도정의 태도가 무수한 단체들의 예산 따먹기 경쟁과 관변단체를 양산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김태환 도정의 거버넌스 실종 사례는 이 외에도 비일비재 합니다.

중요한 도정의 방향을 결정하는 워킹그룹이나 스터디그룹, 태스크 포스 등을 구성하는 과정에서도 이미 외부에서 추천된 인사를 도정비판에 앞장서는 단체인사라는 ‘보이지 않는 이유’로 참여를 철저히 배제하고 도정에 협조적이거나 찬성하는 단체나 인물로 대체해버리는 상식을 벗어난 행정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민의에 기반한 협치로 나가야 할 특별자치가 오로지 ‘배제’와 ‘선별’만을 일삼는 형국입니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지난 3년 동안 있었던 각종 사안을 매개로 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은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이미 보여준 것이라 하겠습니다. 거버넌스는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는 정책을 미리 이해당사자, 시민사회 등이 토론을 통해 그것을 예방하는 효과도 매우 큽니다. 그런 점에서 거버넌스가 실종된 채 제왕적 도지사로 불리는 비대해진 도의 행정 권력을 기반으로 한 밀어붙이기식 정책이 어떤 문제를 불러오는지를 우리는 그 동안 철저히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 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지금 김태환 제주도정은 특별자치도 4단계 제도개선을 준비하며, 영리병원, 내국인 카지노, 한라산 케이블카 등 도민사회의 반발 여론으로 유보되거나 포기되었던 정책들을 또 다시 추진하려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 지혜롭지 못한 일입니다. 이보다는 임기를 1년여 밖에 남겨두지 않은 이 시기에 지난 3년을 냉엄하게 평가하고 무너질 대로 무너져 버린 민의의 정치, 거버넌스 행정을 만드는 일에 우선 관심을 기울일 것을 김태환 도정에 강력히 요청합니다. /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허진영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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