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임의 제주올레 12코스③〕수월봉-엉알길-자구내 포구

▲ 절벽아래 바다와 어우러진 엉알길 올레 ⓒ 김강임

3월 28일 오후 1시, 서귀포시 신도 포구에서 먹는 뜨끈한 멸치국수는 오장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남은 국물까지 후루룩 마시고 올레꾼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제주 올레 12코스의 특별함은 제주시 올레의 입성입니다. 제주시 첫 올레는 한경면 고산리 올레부터 시작됐지요.

# 영화속 비경, 제주시 고산올레 입성

제주시 서쪽에 자리잡은 고산마을은 바다와 접해 있지만 평야가 잘 형성되어 있는 곳입니다. 때문에 고산의 명물은 마늘과 감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자라온 감자는 농부가 뚫어 놓은 구멍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더군요. 감자밭이 끝없는 광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특히 고산올레의 명물은 차귀도와 수월봉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종달이 중국으로 돌아가려고  차귀도 근처에 이르자, 노한 한라산 신이 매로 변신해 배를 침몰시켜 귀국하는 것을 막았다'는 차귀도는 낚시와 일몰로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더욱이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약초를 캐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녹고 남매의 전설' 수월봉 또한 올레꾼들에게 감동이지요. 무엇보다도 제주올레 12코스 하이라이트는 수월봉 절벽을 가로질러 엉알길을 지나 차귀도 앞바다 자구내 포구까지 걷는 것입니다.

▲ 고산 평야에서 수월봉으로 가는 올레는 무꽃이 피었습니다. ⓒ 김강임
▲ 고산의 명물은 감자, 감자밭 올레 ⓒ 김강임

# 지상 낙원 수월봉올레, 올레꾼 마음 사로잡다

자동차로만 이동했던 올레꾼들에게 수월봉 올레는 지상의 낙원입니다. 냉이, 쑥, 무꽃과 유채꽃이 흔들거리는 초봄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수월봉 올레는 띠(제주 초가를 엮는 풀)가 어우러진 좁은 화산터를 걷는 것이 매력이었습니다. 누런 띠 숲에는 벌써 중년의 올레꾼 부부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렇듯 제주올레는 자유가 있습니다.  

수월봉 올레길의 폭은 30cm나 될까요. 길이 좁다보니 오솔길을 걷는 것 같기도 하고 산길을 걷는 것 같아 마음마저 푸근해 집니다. 때문에 올레꾼들과 나누는 이야기 또한 구수한 옛날이야기지요.

# "도심지에 이런 냉이가 자랐더라면 씨도 남지 않았을 것을..."

함께한 올레꾼은 꽃을 피운 냉이를 보며 아쉬움을 토해 냅니다. 이런 풍경이 지상에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지요. 특히 수월봉 능선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마소의 풍경이 목가적이더군요. 이쯤해서 뒤돌아보니 신도리 평야와 고산평야가 광야 같습니다.

▲ 수월봉에서 풀을 뜯는 마소 ⓒ 김강임

▲ 수월봉 능선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올레꾼 ⓒ 김강임
▲ 수월봉 정상에서 본 차귀도 ⓒ 김강임

# 육각정자에서 호꼼 쉬었당 가십 써!

고산평야 올레에서 수월봉 올레까지는 40분 정도, 해발 77m 수월봉 정상 육각 정자는 올레꾼들의 쉼터였습니다.

'호꼼 쉬었당 가십 써!'라는 현수막은 올레꾼들의 발길을 붙잡더군요. 이곳에서 차귀도를 조망해 보았습니다. 수월봉에서 보는 차귀도는 일몰이 장관이지요. 그러나 이날은 쪽빛 바다에 떠 있는 차귀도 풍경이 그럴싸했습니다. 
 

▲ 절벽과 바다가 어우러진 엉알길 올레 ⓒ 김강임

# 엉알길 해안절벽 태고의 시간 느끼다

엉알길로 접어들 무렵 수월봉 정자가 아래 아래 수직으로 깎아지른 낭떠러지가 장관이었습니다. 엉알이란 절벽을 뜻하는 '엉'과 아래를 뜻하는 '알'이 합쳐져 절벽아래라는 뜻이지요. 물론 엉알길 올레는 바다와 절벽사이를 가로지르는 길이었구요.

이 낭떠러지는 사암질로 된 암벽이 해수에 침수 되어 지구의 표피를 가장 아름답게 드러내놓고 있는 단층이죠. 하지만 이 해안절벽에는 애절한 녹고의 전설이 흐르는 곳입니다. 더욱이 이 절벽은 얼알길로 접어들어야만 볼 수 있습니다.

▲ 사암질로 된 암벽은 사자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다 ⓒ 김강임
 
시루떡처럼 켜켜이 퇴적된 단층이 태고의 시간을 느끼게 하다더군요. 그 바위틈에 자라는 야생화에게서 강한 생명력의 느껴졌습니다. 꽃샘추위와 바닷바람을 이겨 내며 꿋꿋하게 피어 있었으니까요.

특히 몇 겹을 쌓아올린 퇴적층의 틈새는 사자가 무섭게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 같았습니다. 
 

▲ 절벽에서 흐르는 용천수 ⓒ 김강임
 
특히 수월봉 절벽에서 흘러내리는 용천수는 감탄사를 나오게 했습니다. 약수로 알려진 용천수가 엉알길 올레에 산재해 있었습니다. 절벽에서 흘러나오는 용천수가 신기해 보였습니다. 그 진원지는 어디일까요? 

▲ 자구내 포구에서 오징어를 사는 올레꾼 ⓒ 김강임
 
# "올레길 과속으로 걸으면 딱지 끊어요"

짭짤한 냄새가 나는 것 같더니 자구내 포구입니다. 검붉은 바다위에 출렁이는 차귀도 바다는 언제 보아도 환상입니다. 이 포구에서 파는 준치와 한치는 올레꾼들에게 인기였습니다. 준치 10 마리에 1만 원-1만2천 원, 오징어 한 마리를 선뜻 구워주는 포구의 아낙의 인심은 올레꾼 입맛을 고소하게 만들더군요.

수월봉에서 보는 엉알길은 짧은 코스 같았는데, 엉알길은 30분 정도를 걸어야만 하더군요. '올레길 과속으로 걸으면 딱지를 끊는다' 해서 느릿느릿 걸었던 게지요. 왜냐면 느릿느릿 걸음은 놀멍 걷는 것 같아도 사색이 있고 추억이 있고 마음을 비우게 되니까요.

덧붙이는 글 | 지난 3월 28일, 제주올레 12코스가 길을 열었습니다.

제주 올레 12코스는 무릉2리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골-평지교회-신도연못-녹낭봉-(구신도초교)-고인돌-도원횟집-신도 앞바다-수월봉-엉알길-자구내 포구-당산봉-생이기정 바당길-용수포구(절부암)으로 약 17.6km 입니다. 소요시간은 5-6 시간 정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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