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현실에 맞는 자율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아동 급식지원 이뤄져야

27일 제주시 열린정보센터 6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바람직한 제주형 아동급식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전국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아동 급식지원에 대한 문제제기보다 대책마련에 중점을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 오근수 북제주군자활후견기관 실장.ⓒ제주의소리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오근수 실장(북제주군자활후견기관)은 “결식아동 급식지원은 단순히 먹을 것을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관심을 갖는 것이어야 한다”며 “음식을 준비할 때도 내 아이에게 먹이는 음식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부실도시락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근수 실장은 “시작단계에 불과한 아동급식 지원에서 발생한 시행착오는 누구의 잘못인지를 가리는 것보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아동급식을 보다 효율적으로 알차게 채워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라며 이성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의 아동급식은 완성단계가 아니라 진행단계”라며 “제도만을 탓하고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 아니라 여의치 않다면 현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효율적으로 좀더 나은 운영방식을 찾는다면 아동급식 지원은 점차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북군자활후견기관에서 결식아동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급식 반찬.ⓒ제주의소리
오 실장은 “최저생계로 지탱하는 조건부수급자들과 근로빈곤층으로 구성된 북제주군자활후견기관 도시락사업단 참여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아이들도 아동급식 대상자이므로 급식지원에 엄마의 정성을 담는다”며 “빈곤층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아이들에게는 정성 어린 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북군 관내 서부지역의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을 지원하고 있는 북제주군자활후견기관 도시락사업단은 밀폐용기를 마련, 밥과 반찬을 이틀에 한차례 배달하고 배달이 어려운 지역에 있는 아동에게는 1주일에 1회 희망하는 찬거리를 사다주고 있다.

▲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제주의소리
서귀포시의 부실도시락 사건이 알려진 초기부터 줄곧 문제 진단과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애자 의원(민주노동당)은 “이번 부실도시락 문제는 단순한 아동급식 문제만이 아니라 빈곤아동 전반에 대한 복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 의원은 “우리 사회는 개발과 성장 위주의 정책만을 펼쳐왔고 행정 편의적 정책의 수준에 그쳐 절대 다수의 생존 위협하는 문제에 까지 봉착했다”며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빈곤층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급식지원을 받고 있는 아동의 집을 방문해 부모에게 물었을 때 가끔 지원받은 도시락을 먹지 못하고 버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며 “자기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을 정도의 음식은 제공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 의원은 “결식아동 급식지원 문제에서 발생한 배달료 때문에 공무원이 도시락 배달에 동원된다는 것은 임시방편 책일 뿐 지속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시급한 것은 인력 확충의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서귀포시인 경우 도·농 복합지역으로 획일적인 급식지원책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지역실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지역현실에 맞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빈곤 아동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국가적으로 책임 있는 문제로 이에 대한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며 “민·관 협력체계가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자원봉사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되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의원은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빈곤 아동들은 빈곤의 문제만이 아니라 아동학대, 방임의 문제까지 확대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며 “학기 중에 지원되는 급식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검토하고 방학 중에 지원되는 급식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담당하는데 교육부와 복지부가 연계한 정책을 수립해 학기 중이나 방학에도 일관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방과 후 교실 등의 확대 운영을 제안하기도 했다.

“방과 후 공부방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부분 빈곤층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먹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하루는 공부방에서 ‘라볶이’를 했는데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는 계속 더 달라고 하면서 먹더니 조금 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화장실에서 나왔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토하고 왔단다. 그럴 정도로 왜 먹었냐고 묻는 내게 그 녀석은 ‘맛있잖아요!’라고 했다”

▲ 제현우 구세군 제주영문교회 담임사관.ⓒ제주의소리
“우리 어른들은 고민과 걱정이 너무 많다”며 “아이들이 먹을 급식의 식단은 아이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한다”는 제현우 사관(구세군 제주영문교회).

제현우 사관은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을 마음 편하게 ‘더 주세요!’하면서 먹을 수 있는 그런 정책이 필요하지 않나 한다”며 “공부방이나 지역아동센터 등을 활용해 단순한 급식이 아닌 교육·보호·쉼을 모두 제공한다면 빈곤아동의 방임문제까지 해결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제 사관은 “공부방이나 지역아동센터에서 1차적으로 수용하고 그 외의 아동들에게는 도시락을 제공해도 될 것”이라며 “1%의 지원과 99%의 관심을 갖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부실도시락 문제를 ‘부실 아동복지의 단적인 예’일 뿐이라고 지적한 고안나 간사(제주참여환경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제주도는 한부모 가정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갖는다”며 “아동에 대한 급식지원은 밥의 문제도 있지만 정서적 문제도 크다”고 주장했다.

▲ 고안나 제주참여환경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제주의소리
고 간사는 “빈곤아동은 교육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다”며 “방임되고 있는 도내의 빈곤아동은 50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보호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시설의 확충은 당장 이뤄질 수 없으므로 ‘신나는 교실’, ‘아름다운 교실’ 등 학교를 거점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교의 시설을 활용하면 아이들의 급식뿐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까지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며 “지자체에서는 예산을 지원하고 학교는 시설을 제공,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실질적 교육복지 차원으로도 접근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고 간사는 “지방자치단체가 발표한 맞춤형 급식지원대책에는 실질적인 알맹이가 빠졌다”며 “빈곤 아동에 대한 자체 정책이나 시스템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성토한 후 “다각적인 지방이양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지자체도 정책적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안나 간사는 “민간기금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라며 “이번 빈곤아동 급식지원 문제는 순간적인 분노에 그치지 말고 결연과 지속적인 관심이 있을 때만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청중들의 참가도 활발했는데 박동신 신부(대한성공회 제주교회)는 “시작단계에서는 잘못된 것이 있어도 기회를 다시 한번은 줘야 한다”며 “거시적으로 아동복지문제에 대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대안을 위한 비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획일적인 아동 급식지원 모델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현실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모델들로 운영이 돼야 한다는 의견과 지자체가 시민사회단체나 지역아동센터 등 활용가능한 단체나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중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내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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