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영 칼럼] 제주도여 본연의 임무로 돌아오라!

  국회의 한 전문위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영리병원 관련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존 법률의 개정이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건 새로운 법률제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의료분야 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가족위원회를 피해 상대적으로 법안심사에 유리한 기획재정위로 상정하여 먼저 법안을 통과시켜놓고 나중에 의료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고 한다.

  집권 2년차에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계획은 이미 전 방위적으로 집요하게 추진되고 있다. 작년에 비해 수준과 내용이 더욱 강력하며 공세적이다. 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과제에 포함되었다가 삭제되었던 의료관련 독소조항들이 경제특구법 개정안에 그대로 포함되어 4월 국회에 상정되어있다. 또한 기존 비영리의료법인이 필요한 자금을 순자산의 4배까지 의료채권을 발행하여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채권에 관한 법률안’도 상정될 예정이다.

  의료민영화에 관한 이명박 정부의 본심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 의해 대변되고 있다. 윤 장관은 지난 3월 9일 영리법인병원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산하 기관을 동원한 토론회를 거쳐 3월에 예고되었던 청와대 보고 시기를 4월 중순으로 늦추면서 의료분야에 대한 재벌자본의 진입을 허용하기 위해 정부입장을 준비 중에 있다. ‘병원 주식회사’를 허용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이를 위해 의료시장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 위한 세부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의료시장 활성화 방안의 구체적 내용 중에는 의사면허가 없는 일반인과 외국인 투자가도 영리목적의 의료법인을 설립,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2006년 의료법 개정 파동을 불러왔던 그 사안들이다.

영리병원에 딴죽(?)거는 보건복지가족부 --- 기획재정부와 힘겨루기 양상

  한 보수 일간지는 ‘경제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열정적으로 추진해 온 영리의료법인 허용 방안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의 태클에 걸렸다’고 최근의 영리병원 논쟁을 평하고 있다. 지난 3월 11일 보건복지가족부는 “영리병원 논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틀 내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 틀을 벗어나는 어떠한 논의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영리병원은 의료양극화 등 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는 사실 상 ‘기획재정부 방식의 영리의료법인화’에 대한 공식적인 거부로 해석된다. 비록 복지부가 사회적 논란의 최소화를 위해 제주도 등 제한된 지역에서 시범운영 후 성과를 평가하면서 추후 검토해야 한다고 여지를 남겨두기는 했지만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자 정치인 출신인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기획재정부와 정면으로 힘겨루기를 통해 승부를 내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전재희만 믿는다? 현만식은!

  보건복지가족부 전재희 장관의 이런 소신은 취임 초부터 일관된 것이었다.

“나는 복지부에 입대했다.... 전임 대통령 때 허용된 외국영리병원도 장사가 잘 안될 것 같으니까 물어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들었다. 제주 영리병원은 외부에서 (환자가) 오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 (제주도민 여론에 의해서) 부결되었는데 왜 이렇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지 의문이다. 현재는 추진하는 일이 없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전 장관의 발언이다.

  또 다른 월간지의 취재에서 전 장관은 대한의사협회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하여 위헌소송을 내고 정부에 폐지를 건의한 사안에 대하여 “그거 안됩니다. 저는 무조건 국민 편입니다.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면 병의원은 채산성이 맞지 않아 건강보험 환자를 안 받을 것이고 대신 자기 마음대로 환자에게 높은 치료비를 받게 됩니다. 그들이 건강보험환자를 어떻게 대할 지는 뻔 한 것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국민이 제때 제대로 진료 받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지요. 이는 국가의 책무를 포기하자는 겁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히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수장다운 말이다.

  비록 전재희 장관이 한나라당 출신의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이명박정부 아래에서 효율과 성장만을 강조하면서 의료민영화를 밀어붙이는 기획재정부의 독주에 강력한 브레이크를 거는 모습이 새롭게 보이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정은 어떠한가. 연초에 보건복지여성국장이 바뀌었다. 김태환지사의 지근거리에서 옳은 것은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 진정을 담아 충언할 수 있지 않겠나 싶지만 그러나 제주도민의 보건복지를 총괄하는 책임있는 모습을 기대하기 보다는 우려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작년 11월 감사위원회 사무국장 시절 ‘영리병원도입 반대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공무원노조 간부 중징계의견을 제출했던 기억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영리병원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한 측면도 있는 만큼 도민과 소통하면서 (영리병원)제도 도입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현만식 국장은 전재희 장관으로부터 여러 수 배워야할 것 같다.

  제주도가 그렇게 따라가자는 태국을 한번 살펴볼 것을 권한다.
태국의 서민들은 시설 좋은 태국의 영리병원을 이용할 엄두를 못 낸다. 감기 한번 치료받으려면 월급의 1/4이나 되는 치료비를 감당해야하기 때문이다. 태국의 공공병원은 어떠한가. 우수한 의료 인력은 영리병원으로 빠져나가고 열악한 시설에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에게는 건강보험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병원에 국가보험 재정을 지원하는 나라도 없거니와 빈약한 보험재정을 영리병원에 대주면 그나마 취약한 건강보험은 적자가 심화될 것은 왜 모르는지 안타깝다.

  서귀포의료원 재건축, 제주의료원 경영개선, 제주대병원 활성화, 요즘 부쩍 제주도가 자주 언급하는 말이다. 말만하면 무엇하나. 김태환 지사의 남은 임기동안 혼신의 역량을 쏟아도 힘든 과제란 이야기이다. 중앙정부에 요구하고, 도민의 힘을 모으고, 도정의 예산을 쪼개고 아껴 공공의료 확충에 매진하는 일만 가지고도 보건복지여성국의 일은 넘쳐나지 않는가. 도민들이 반대하는 치명적 의료재앙을 초래할 영리병원(투자개방형병원) 재추진의 돌격대 역할을 버리고 보건복지여성국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오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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