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임의 제주포구 기행 1〕여백의 미학 용수리포구

술취한 전구. 작은 어선에 전구 ⓒ김강임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43km를 가다보면 석양이 아름다운 용수리 마을에 도착한다. 500여명이 살고 있는 용수리 마을은 포구가 아름다운 마을로 알려져 있다. 이 마을의 보물은 드넓은 평야와 포구. 특히 여행자들이 발목 잡히는 곳이 바로 용수리 포구다.

 포구란 배가 드나드는 '개'를 말하며, 바다 밭으로 통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제주포구의 특색은 제주인의 역사와 문화, 전설과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 아닐까. 따라서 제주인의 혼이 담겨 있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수리 마을 포구를 향해 옹기종기 모여있는 용수리 포구 ⓒ제주의소리

  특히 제주포구는 지역주민들에게는 놀이터나 아지트와 같다. 여름날 더위를 식히는 곳이 바로 포구요, 만선의 꿈이 가득한 곳이 바로 포구다. 무엇보다도 제주포구는 주민들이 정보나 대화가 소통되는 사랑방, 즉 아지트이기도 하다.  

여백의 포구 봄이 무르익은 용수리 포구 ⓒ제주의소리
 어선이 정착해 있는 포구 ⓒ제주의소리

 2009년 3월 28일, 용수리 포구에 봄빛이 제법 여물었다. 봄빛은 넓은 용수리 포구를 은빛으로 물들였다. 언제 보아도 그리움을 토해 내는 제주바다, 그 바다로 가는 길목인 포구는 고향을 떠나온 이방인에게 그리움의 대상이다.

 포구를 향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어촌마을 풍경은 여느 농촌 마을과 흡사했다. 어수선한 항구의 부두에 비하면  용수리 포구는 한적함이 그 운치다. 더욱이 용수리 포구는 작은 배들이 드나드는 소규모 어항으로, 20척 정도 어선이 정박할 수 있는 어촌 정주어항이기도 하다. 그리 길지 않은 방파제는 60m 정도나 될까. 소형어선이 정박 할 수 있는 시설도 그리 넓지가 않았다. 세상에는 작아서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다.  

방파제를 걷다보니 엉덩동산 주변에 예쁜 펜션들이 나그네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작은 포구에 비하면 너무나 호화로운 펜션들이다.  

여백 한적한 포구 풍경 ⓒ제주의소리
정자와 차귀도 정자에 앉아 있으면 차귀도가 한눈에 ⓒ제주의소리

자연 그대로를 남겨 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인간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제주 서쪽의 한적한 포구까지 그물을 드리워 놓았다. 밤바다를 밝히는 어선 전구가 봄바람에 흔들거렸다. 낮술에 취해 있는 작은 어선, 작은 어선은 무엇이 그리워 대낮부터 술에 취한 것일까?  

방사탑 용수리 방사탑  ⓒ제주의소리
 
 용천수 포구 옆에 있는 용천수 ⓒ제주의소리

바다의 재앙을 막기 위해 쌓은 방사탑 2기도 여백을 채워준다. 마치 용수리 포구 지킴이 같았다. 남북으로 하나씩 서 있는 용수리 방사탑은 약탑으로, 바다에서 조난을 당한 시신들이 용수리 마을에 떠내려와 쌓았다 하는데, 밋밋한 포구의 포인트이다.  

제주도 민속자료 8-8호인 새원탑은 새머리 모양의 돌이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특히 차귀도를 바라보는 새 부리 모양의 석상(제주도민속자료 8-9호)은 마을사람들에게 기를 보충한다고나 할까. 방사탑이 바다의 허한 기운을 막아주는 것이 탑이라면 사람들에게 허한 기운을 막아주는 탑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해녀상 ⓒ제주의소리

  마음이 허해지면 포구를 찾는다. 포구에는 허한 마음을 보충해주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리움도 마음이 허해서 생기는 병인지도 모르겠다.  태왁을 걸머진 해녀 석상이 오롯이 포구 언저리 여백을 채우는 용수리 포구.  때문에 용수리 포구는 바다 밭으로 가는 해녀들의 정거장이다. 해녀들에게 포구는 그리움이 솟아나는 아지트이다.  제주도 서쪽 끄트머리, 용수리 포구에는 여백이 그리움을 채우더라.

 덧붙이는 글 | 용수리 포구는 우두포, 쇠머리코지(쉐머리코지, 소머리코지, 우두곶) 자락에 있는 포구라 하여 ‘우두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와포라 되어 있다.
그 이유는 포구 근처 엉덕동산 옆 ‘굴터’에 기와를 만들던 도요지가 있었던 데에서 유래한다. 포구 마을은 지서개, 지삿개마을이라 불렸으며 이 마을에서 만들어진 기와와 도기들은 포구를 통해 제주도 전역으로 실려 나갔다 한다.

찾아가는길 : 제주공항-서쪽 1136번도로-노형동-하귀-애월-한림-한경- 용수리 포구로 1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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