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조건에는 '무료'…학부모 "학교와 교육청이 약속을 어겼다" 반발 확산

제주도교육청과 제주외국어고가 입학조건으로 '기숙사비'를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 학부모들에게 기숙사 운영비를 징수할 계획을 밝혀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제주외고(교장 송문조)는 최근 '2005학년도 기숙사 운영비 징수 계획안'을 마련해 학생 1인당 월 5만원씩 10개월간 징수키로 했다.

제주외고는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으며, 2학년 될 학생 87명과 신입생 102명으로 월 5만원씩 계산하면 약 1억원 가까운 비용을 징수하게 된다.

제주외고는 기숙사 운영비 징수 이유로 "학교 교수.학습 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교사의 수업 질 향상과 학생복지 시설을 극대화 해 학생의 학력 향상에 기여하고자 기숙사 운영비를 수익자 부담경비로 일부 충당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제주외고는 기숙사 운영비 징수로 사감채용(2명), 청소부 고용, 공공요금(전기.수도 등) 30% 충당, 유류대, 소모품 등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2004년 제주외고를 '학교설명회' 당시 입학조건으로 '기숙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약속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외고 학부모들은 제주도교육청과 학교가 뒤늦게 기숙사 운영비를 전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모 학부모는 "지난해 입학 당시 외고의 기숙사 비용은 무료라고 교육청과 외고가 분명히 밝힌 바 있다"며 "하지만 1년도 안돼 운영비 명목으로 기숙사 비용을 징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소모품이나 유류대 등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사감비용 등 인건비 마저 학부모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다른 학교에서는 발전기금 등을 폐지하고 있는 실정인데 외고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교측이 일방적으로 학부모회를 통해 기숙사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며 "애초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희망하는 학생만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학교측은 기숙사 경비를 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공박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외고나 과학고 등은 특목고로 일반 학교보다 많은 특혜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교육재정이 부족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제주외고 관계자는 "지난해 학교 기본 운영비 1억1000만원 중 절반 이상을 기숙사 운영비로 들어갔다"며 "또한 학교 선생님들이 사감 역할을 하다보니 다음날 수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 문제점이 노출되다 보니 수익자 부담원칙으로 학부모들에게 기숙사 운영경비를 징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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