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향연, 제주 고사리축제에 초대합니다

▲ 봄이 되자 들판에 어린 고사리들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 장태욱
세상을 온통 뒤덮을 기세로 한껏 피어오르는 벚꽃도 어느덧 그 찬란했던 꽃잎을 떨어뜨리자, 그 뒤를 이어 유채꽃이 들녘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대자연이 베푸는 성대한 향연에 초대된 우리 가족은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됩니다.

벚꽃과 유채꽃말고도 우리 가족을 잠 못 이루게 하는 것이 또 있습니다. 지난 가을 하얀 억새꽃으로 장관을 이루는 제주의 들녘에 요즘은 고사리 새싹이 돋아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어린 고사리는 우리 집 식탁으로 초록빛 봄을 나르는 전령입니다.

▲ 진주 필자의 딸입니다. 고사리를 꺾는데 소질이 있습니다. ⓒ 장태욱
수월고사린 뭉글뭉글
빌렛고사린 베짝베짝
엉에고사린 총각 고사리
- 좌혜경의 <제주전승동요>에서

과거 어린이들이 고사리를 소재로 부르던 동요입니다. 수월봉에서 나는 고사리는 뭉클뭉클한데, 자갈밭에 나는 고사리는 가늘고 길쭉하다는 뜻입니다. 제주 아이들이 오래전부터 동요의 소재로 삼을 만큼 고사리는 우리들에게 친근한 봄나물입니다.

▲ 고사리밥이 벌어져 성체로 자란 고사리는 줄기가 단단해져 먹을 수 없습니다. 고사리는 포자식물이면서도 줄기가 발달한 양치식물입니다. ⓒ 장태욱
식용고사리는 잔고사리과 고사리속에 속하며 다른 고사리와 구분하여 '층층고사리'나 '참고사리'로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 땅에 자라는 대표적인 양치식물입니다.

양치식물은 꽃이 피는 식물들과는 달리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들 중 선태류(이끼류)와 달리 줄기가 발달한 식물을 이르는 말입니다. 양치식물은 유성생식을 하는 배우자세대와 무성생식을 하는 포자체세대가 순차적으로 반복되는데, 이를 세대교번이라고 합니다. 생식상으로도 꽃이 피는 식물과 이끼의 생식을 절충한 방법을 따릅니다.

고사리의 경우 우리가 보는 것은 포자체의 모습입니다. 다 자란 고사리의 잎 뒷면 가장자리에 포자낭군이 생기고, 그 포자낭에서 감수분열을 통해 포자가 형성됩니다. 그리고 이 포자가 땅에 떨어져서 폭이 1cm 미만인 하트 모양의 배우체를 만듭니다.

배우체는 난자와 정자를 만들고 이들이 결합하여 접합자를 형성합니다. 이 접합자가 발아한 것이 포자체입니다. 우리가 식용으로 사용하는 어린 고사리는 접합자에서 발아한 어린 포자체입니다.

▲ 고사리 잎은 잎자루와 잎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잎몸은 다시 우편, 소우편, 열편으로 나뉩니다. ⓒ 한국양치식물연구회(지오북)
학자들은 제주에 자라는 고사리만도 종류가 거의 200가지에 이른다고 합니다. 교과서에는 고사리가 고온다습한 기후에 잘 자란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이는 고사리들이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식용고사리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식용고사리는 햇빛이 잘 비치는 마른 풀밭에서도 잘 적응되어 있습니다.

고사리는 뿌리는 땅속에 있고, 햇빛을 많이 받으면 새순이 땅 위로 올라옵니다. 고사리의 새순이 올라올 때 꼭대기에 잎이 둥글게 뭉쳐진 모양을 하는데, 이를 고사리밥이라고 합니다. 고사리밥이 펴지기 전에 채취해야 고사리가 연하고 맛있습니다.

▲ 고사리를 채취하다가 만나게 될 꽃입니다. ⓒ 장태욱
고사리 새순이 자라서 햇빛을 많이 받으면 잎이 펴지면서 줄기가 단단해집니다. 고사리의 잎은 잎자루(엽병)와 잎몸(엽신)으로 이루어지는데, 고사리 잎자루는 길이는 1m 내외, 잎몸은 50cm 내외까지 자라게 됩니다.

고사리 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잎이 여러 단계로 나누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큰 단위를 우편, 그 다음이 소우편, 가장 작은 단위를 열편이라 부릅니다.

고사리의 뿌리는 땅 속에 있으며, 원뿌리와 곁뿌리가 구별되지 않은 수염뿌리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고사리를 캘 때 고사리밥이 있는 어린 고사리를 캐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먹을 수 없는 다자란 고사리를 뿌리 채 뽑고 관찰해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입니다.

▲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물영아리오름 자락에서 <한라산 청정 고사리축제>가 열릴 예정입니다. ⓒ 장태욱
이제 햇살을 머금고 어린 고사리들이 들녘에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마침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물영아리오름 남쪽 기슭에 있는 너른 들판에 손님들을 모시고 잔치가 열릴 예정입니다. 4월 18, 19일 열리는 '한라산 청정 고사리축제'인데, 올해로 15회를 맞고 있습니다.

축제에는 고사리 꺾기대회, 고사리 요리 경연대회, 고사리 장사 씨름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마련되고, 직거래 장터도 열립니다. 고사리 골든벨 대회도 있다고 하니 이 기사에 들어있는 고사리 관련 상식을 익히고 가면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네요.

▲ 우리 가족이 채취한 고사리입니다. 식탁으로 봄을 나르는 전령입니다. ⓒ 장태욱
주변이 멋있는 오름과 노란 유채꽃으로 둘러싸여 있고, 멀리 바다가 내다보이는 너른 들판에서 가족들과 더불어 좋은 자연학습의 추억을 만들어보세요.

덧붙이는 글 | 자세한 사항은 서귀포시 남원읍사무소 064-760-4115 로 문의바랍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돼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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