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 故고상돈 타계 30주기 기념토론회“1100도로→고상돈路, 1100휴게소→기념관 추진” 적극 제안 ‘주목’

▲ 한국인 최초로 1977년 세계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제주출신 故고상돈 산악인이 등정 당시(왼쪽)와 등정후 고향에서 환영행사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 ⓒ제주의소리 DB
"여기는 정상, 더는 오를 곳이 없다" 짧은 이 한마디는 대한민국을 감동속으로 몰아 넣었다. 한때 초등학교 교과서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도전자로 수록됐던 그다.

지구인으로는 여덟 번째, 한국인으로는 첫 번째, 물론 제주인으로서도 최초로 1977년 세계최고봉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산악인 故고상돈(1948~1979)이 정상에서 타전한 목소리다. 그가 타계한지 올해가 꼭 30주기를 맞았지만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이라는 인간한계 극복의 의지를 보여준 그의 이름 석 자는 낡은 흑백사진이 탈색되듯 우리들 기억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사)고상돈 기념사업회(이사장 박훈규)와 제주도의회 오영훈 의원실 공동주최로 ‘산악인 고상돈 30주기,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의미있는 정책토론회가 16일 오후4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렸다.

▲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은 이날 발제에서 1100도로명칭의 고상돈路로, 1100고지 휴게소를 고상돈 기념관으로 조성할 것을 적극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산악인 고상돈 기념사업의 근거와 구상’이라는 주제발표를 맡은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은 한라산 1100도로를 ‘고상돈 路’로 명명할 것과 산악인 고상돈 기념관 설립을 적극 제안해 주목받았다.

* 한국 등반사 역사적 인물 고상돈, 왜 잊혀져야 하나?  

고상돈은 한국인 최초로 1977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고, 2년 후인 1979년 5월 29일 북미주 최고봉인 매킨리를 등정한 후 하산하다 눈사태를 만나 유명을 달리한 한국등반사의 역사적 인물이다.

그러나 제주가 낳은 걸출한 산악인인 그의 이름 석 자는 제주에서조차 점점 잊히고 있고 그를 기리고 추모할 기념관도 없다는 현실에 박경훈 소장은 “산악인 고상돈이 타계한지 30주기를 맞았지만 그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존재가치와 의미가 있는 인물”이라며 “우리가 세계적 기록보유자들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일은 기록자체의 의미도 있지만 평범한 인간으로서 초인적 일, 즉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의지와 투혼이 다음 세대들에게 충분한 이정표 또는 귀감이 되기 때문”이라고 역설, ‘고상돈을 왜 기념해야 하는지’의 물음을 강하게 던졌다.

한라산 1100도로(제2횡단도로)의 1100고지 휴게소에는 산악인 고상돈을 기리는 동상과 그의 무덤이 자리잡고 있다. 산에서 살다 산의 품에 묻힌 제주인 고상돈을 제주 땅에 묻은 것이다.

박경훈 소장은 “제주인으로서 어릴 적 제주를 떠나 청주에서 성장한 그였지만 산에서 잠든 그를 고향 제주 땅으로 데려와 영면하게 한 것은 그나마 산악인들이 이뤄낸 일”이라며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타계 30주기를 맞아 고상돈 기념관 설립과 그가 잠들어있는 1100도로를 과감하게 ‘고상돈 路’로 명명하자”고 적극 제안했다.

박 소장은 고상돈 기념관 설립제안에서 국내외의 타 사례들을 제시했다. 우선 일본인 최초로 1970년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우에무라 나오미를 기념하는 일본 도쿄도 이타바시구 소재 ‘우에무라 나오미 모험관’을 꼽았다.

▲ 이날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발제자.토론자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닮은 꼴' 우에무라는 이미 기념관 설립…엄홍길 기념관도 경남 고성, 경기 의정부에 세워져

우에무라 나오미는 고상돈과 매우 닮은꼴의 산악인으로 자주 회자되는 인물이다. 1970년 일본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고, 14년 뒤인 1984년 매킨리 등정에 성공한 후 하산하다 실종된 세계적 산악인이다.

▲ 이날 (사)고상돈 기념사업회(회장 박훈규)와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제주도의회 오영훈 의원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그를 기리기 위해 우에무라의 모교인 메이지대학 산악부 선후배들이 중심이 되어 우에무라 기념재단을 만들었고, 이 재단 중심으로 사후 8년째 되던 1992년 도쿄 시내에 ‘우에무라 모험관’이라는 기념관을 세워 그가 남긴 200여점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국내 사례도 들었다.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산악인 엄홍길을 기리는 기념관이 그의 고향인 경남 고성군에 지어졌고, 엄 씨가 자라고 성장한 경기도 의정부시에도 전시관이 세워졌다.

고성군의 경우 엄 씨가 태어나 3살때까지만 살았던 곳이지만 고성군은 그 인연을 놓치지 않고 지난 2003년부터 33억4000여만원의 국비.지방비를 투입해 지상1층 면적 663.3㎡규모의 전시관을 열었고, 지금도 2단계 사업으로 내년까지 24억원의 추가예산을 들여 전시관 뒤편에 인공암벽장과 등산로,등산학교를 건립 추진하고 있다.

엄 씨가 성장했던 의정부시도 그가 히말라야 14좌 등정에 성공한 것을 기리기 위해 2007년 전시관을 개관, 그가 사용한 각종 등산장비나 각종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 타지역 국비투입 사례, 우리와 '대조'…"1100도로→고상돈路, 기념관 설립 적극 추진 시급"

박 소장은 “8번째 지구인으로, 첫 번째 한국인으로, 첫 번째 제주인으로 최초의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산악인 고상돈이지만 제주의 그의 기념관이 아직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현재 제주자연사박물관 수장고에 기증보관되어 있는 그가 남긴 200여점의 유물들이 햇빛을 볼 수 있도록 기념관 설립이 즉시 추진되어 그의 타계 30주기가 또다시 산악인들의 조촐한 추모로만 끝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이어 지금의 1100도로를 명쾌하고 과감하게 ‘고상돈 路’로 바꾸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 산악.관광도로로서의 역할이 대부분인 1100도로의 정점 고도인 1100고지 휴게소에는 고상돈 기념비와 묘역이 조성돼 있어 한라산 가는 길목이 고상돈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는 상징성이 크다”며 “이같은 명료한 상징성과 전달력을 활용해 도로 명칭을 ‘고상돈 路’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 눈길을 끌었다.

▲ 이날 토론회에는 제주원로 산악인 안흥찬(79.앞줄 오른쪽 세번째)씨 등 도내외 많은 산악인들도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박 소장은 “관광콘텐츠 입장에서도 제주가 배출한 세계적 인물인 고상돈을 통해 또다른 인문적 관광콘텐츠를 늘리는 일이기도 하다”며 “세계 최고봉을 등정한 고상돈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과 세계적 산악인 고상돈의 이미지를 결합, 장소마케팅의 효과를 조화롭게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또 제주도가 리모델링을 통해 습지생태학습관으로 활용할 것을 추진 중인 1100도로 정상의 ‘1100도로 휴게소(탐라각 휴게소)’를 ‘고상돈 기념관’으로 전환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박 소장은 “고상돈 기념관은 한국 산악사의 상징적 공간이 되기도 하므로 고상돈 기념상과 묘역이 소재하고 있는 1100도로 휴게소를 고상돈 기념관으로 전환하면 기념상과 묘역 등과의 연계성을 살려 상호 어우러질 수 있다”면서 “이처럼 일거양득을 노릴 수 있는 수가 자칫 둘 다 죽일 수 있는 실기가 될 수 도 있으므로 습지생태학습관 추진은 별도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오영훈 제주도의회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자랑스런 제주인의 역사를 만들어냈던 고상돈 산악인의 타계 30주기를 맞았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변변한 기념관도 없는 실정"이라며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그를 통해 무엇을 기념하고,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자 오늘 정책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또다른 주제발표는 남선우 월간 마운틴 대표(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 부원장)가 '77년 에베레스트 고상돈 등정의 의의'에 대해 발표했고 이어 지정토론에는 이규배 탐라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김충만 한라산국립공원 보호관리부장, 임시영 제주도산악연맹 상임부회장,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기획실장,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환경정책팀장이 참여해 산악인 고상돈의 업적과 1100고지 관광자원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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