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경의 일본야구 A to Z] 드래프트 ③

드래프트 때문에 사람이 자살하는 사건까지 있었다.

현재 다이에의 투수인 '아라가기'(新垣, 1980년생, 오키나와 수산고교 출신) 선수는 1998년 드래프트 회의에서 '다이에' 와 '오릭스'에서 1순위 지명을 받아 추첨으로 오릭스가 교섭권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아라가기는 다이에에 가고 싶다면서, 다이에가 아니면 대학에 가겠다고 고집했다.

당시 교섭권을 가지고 있던 오릭스의 구단직원(스카우터)은 그를 데려오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아라가기측은 그를 만나주지 조차 않았다. 그야말로 문전박대를 했다.

구단 직원 미와다(三輪田)는 선수측은 만나주지도 않고, 구단에 보고하면 ‘그것도 못하느냐’고 욕이 나오고... 둘 사이에 끼인 그는 심신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 졌다. 그리고 참다 못한 미와다는 결국 투신자살을 하고 말았다.

일본이 매우 시끄러워 졌다.

자살로까지 몰고 간 드래프트 사건. 아라가기 본인과 부모, 출신학교 관계자는 사회에서 욕을 먹을 만큼 먹었다. 또 데려오라고 으름장을 논 구단도 마찬가지로 욕을 먹을 만큼 먹었다.

선수와 구단사이에서 자살을 택한 미와다도 프로야구 출신이었다.

선수 은퇴 후 스카우터로 구단직원이 됐다. 이치로와 노모 등 유명한 선수를 발굴한 스카우터로 유명하다.

지금도 미와다와 관계가 있었던 사람들은 아라가기 선수를 곱게 바라보지 않는다. 당시 오릭스 선수들은 미와다에 의해 입단된 선수들이어서 다이에의 아라가기와 한판 하는 경기는 험악한 분위기로 꽉 찬다. 아라가기 선수는 대학 졸업 후 다이에로 입단해 현재 현역에서 뛰고 있다.

드래프트라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선수를 확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해 잘 하는 선수가 있다하면 그를 확보하려고 여러 가지 수를 쓴다. 드래프트 전부터 선수를 공략하는 것이다.

‘우리 구단으로 오면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 주마.’라며 오만 술수를 다 쓴다. 만약 다른 구단에서 손이 들어오면 ‘나는 어느 구단으로 가기로 마음에 결정을 한 만큼, 제발 만나러 오지마라. 와도 만나지도 않겠다.’는 연막을 쓰게 한다. 그 연막에 돈과 관련된 이권이 들어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공략에는 선수 본인과 부모는 당연하고, 선수가 소속된 팀의 감독 등 관계자가 끼게 된다. 특히 소속 팀 감독 입김이 선수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먼저 감독부터 구어 삶아야 한다. 감독을 만나는 첫 인사부터 술과 같은 향응은 물론이요 선물이다. 선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상품권 같은 선물도 있다.

드래프트 전에는 선수 본인과 부모에게 좋은 말이 오고 가지만, 드래프트라는 정식 절차가 끝나면 ‘부도수표’가 되고 말았다고는 이야기도 왕왕 있다.

선수는 일생 한번 하는 드래프트이지만, 구단은 매년 많은 선수들을 끌어 모았던 프로들이 하는 일이다. 도망 갈 수 없도록 약속을 해 놓고서는, 나중에 결정이 되면 ‘언제 우리들이 그런 약속 했습니까’ 라며 도망가는 것이다.

한 가지 의리 있게 하는 것도 있기는 하다. 선수와 계약이 되면 출신학교에 선물을 보내는 것이다. 출신학교란 그 선수가 졸업한 초·중·고등학교까지 모든 학교다. 이때 선물은 야구용품 등 운동과 관련된 물건이다. ‘좋은 선수 육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란 의미다.

드래프트를 이용해서 프로로 가는 선수는 기본이 일본사람(일본인)이며, 또 재일외국인(일본에 사는 재일동포, 다른 나라 출신의 외국인)이다. 외국에서 태어난 후 일본학교에 유학해서 프로로 갈 경우에도 드래프트를 거쳐야 된다. 드래프트를 거치게 되면, 야구에 있어서 모든 처우가 일본인과 같다.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학교에 유학, 드래프트를 거쳐 프로로 간 한국 최초의 선수는 신성형(申成鉉)선수이다.

1990년생 서울 출신으로 서울 덕수중학교에서 야구를 했다.

고등학교는 교토(京都)에 있는 한국계 학교, 京都國際高等學校를 2009년3월에 졸업, 히로시마(廣島) 카프스에 드래프트 4순위로 입단했다. 계약금 2천만엔, 연봉 450만엔이다.

아직 초년생이지만 프로로 가고 싶어 하는 몇 만명 선수 중에 뽑힌 내야수이자, 홈런타자 소질이 있는 장래가 유망한 한국출신 일본 프로야구 선수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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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경 교수 ⓒ 제주의소리
1955년 제주시에서 출생했다. 제주북초등학교,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 한양공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한일방직 인천공장에서 5년간 엔지니어를 한 후 1985년 일본 국비장학생으로 渡日해 龍谷大學대학원에서 석사·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京都經濟短期大學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京都創成大學 經營情報學部 교수로 있다. 전공은 경영정보론이며, 오사까 쯔루하시(鶴橋)에 산다.  jejudo@nif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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