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민의 상상의 섬] 지역균형발전의 관점

육지와는 고립된 섬인 제주에서는 외부로부터의 물자왕래가 가능한 공간을 중심으로 도시기능이 집중화되었다. 오랜 기간 바닷길이 유일무이한 대외통로였던 관계로 물류와 인적 교류의 공간인 제주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제주시는 현 시점에서도 행정과 경제, 교육과 문화를 아우르는 중심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1960년대 이후 항공노선 이용객이 급증하면서 제주공항이 입지한 제주시로의 집중화 현상은 가속화되어 제주시를 제외한 지역은 발전의 혜택에서 소외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균형발전이 전제되지 않는 한 제주도의 성장가능성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기존 소외된 지역에 대한 지원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한계수준에 육박한 수용력에도 불구하고 제주시 중심지에 입지한 관계로 물리적인 공항확장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항공소음의 문제로 이착륙 시간 확대범위도 제한될 수밖에 없는 제주국제공항의 기능을 보완할 제2新공항 건설은 제주사회의 시급한 당면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기존 제주시 집중화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제2新공항 입지는 가급적 제주시 이외의 지역, 즉 한라산을 기준으로 남쪽인 산남(山南) 일대가 선정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제주사회의 정서를 감안하여 대통령선거 후보자였던 현 이명박 대통령도 산남지역에 제2新공항 건설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사람과 물류,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전제된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하는 제주도로서는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국제공항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야간 항공소음의 근원적 해소를 위해서는 대단위 주거지로부터 충분한 거리가 이격된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미개발 토지가 넓은 산남 일대에서도 이러한 전제조건을 충족할 국제공항 부지 확보는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항공소음의 문제뿐만 아니라 토지수용에서 불거질 수 있는 보상갈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바다를 매립한 해상국제공항 방안이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해안매립으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 및 육상보다 최소 2배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해상국제공항 건설비용의 조달문제가 불거지면서 논의단계에 머물고 있다.
 
제2新공항 계획이 해상국제공항으로 추진될 수 있다면 산남 일대에 입지예정지 선정이 가능해지면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당초 취지를 충족시킬 수 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된 산남 일대에 입지가 가능한 제2新공항 계획과는 달리 현재 논의 중인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 계획으로는 기존 제주시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즉 1km당 1,200억 원의 해저터널 공사비용은 육상구간보다 최소 2.5배 이상 추가지출이 소요되는 관계로 종착지점으로는 제주시의 제주국제공항과 인접한 일대가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공사비용의 측면뿐만 아니라 해저터널 자체의 안전성을 감안한다면 최단거리 설정이 불가피해지면서 산남 일대를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 최종역사 입지로 선정하기에는 거대한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 최종역사의 입지예정지로 제주시 일대가 선정된다면 지역불균형 해소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즉 8만 톤급 국제크루즈선 접안이 가능한 크루즈전용선석 완공을 앞둔 제주항과 아울러 제주국제공항과 해저고속철도 최종역사까지 입지한다면 제주시로의 집중화 현상은 심각해지는 반면 제주시 이외의 지역, 특히 산남 일대의 쇠퇴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해저고속철도 논의단계에서부터 산남 일대의 배려방안이 모색되지 않고서는 제주사회의 공감대 형성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제주의소리>

<문성민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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