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너무나 날씨가 좋다.

우리가 만나 친구의 인연을 맺은지도 벌써 1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음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엊그제 같은 데 벌써 17년이라는게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말이야

따스한 봄날 잠시 눈을 감아보니 그날의 많은 추억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너무나 생생하게 생각이 난다.

바람부는 날 하던 생일 파티, 야간 자율학습을 몰래 빠져나와 나누던 많은 이야기들, 매일매일 도시락을 3개씩이나 준비하고 나누어 먹던 모습들이 너무 생생하다.

자취한다는 특권(?)으로 너는 매일 매일 힘겨운 가방을 들고 다녔지만 나는 너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가 않는다.

모든 일을 항상 같이하고 평생 함께하리라 다짐했었지만 나의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잠시(?) 멀어지기도 했었지.

아마 실망했을지 모르지만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어.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함께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너와 멀어진 시간 그 이상으로 점점 크게 다가오곤 했어.

어쩌면 멀어질수록 더욱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 같아. 비록 먼저 손을 내밀지 못 했지만 말이야.

그래도 그때의 그 기억들이 지금 너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것 같아

지난 2~3년 동안 너의 힘든 모습을 옆에서 보며 제발 저 녀석 만큼은 잘되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얼마나 많은 기도를 했는지 모를거야.

그러나 내가 너에게 해 준 일이라고 별루 없었던 것 같아.

그저 도서관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이야기 하고, 저녁 같이 하면서 소주 한 잔 기울이던 기억 말고는 너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는것 같다.

그런거 보면 너는 항상 베푸는 사람이며 나는 항상 받는 사람인 것 같아. 물론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지난 우리들이 삶이 그렇게 살아온 것은 사실이니까.

이제와 “미안해”라는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너도 나의 마음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야.

그저 지금처럼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이제 17년이지만 앞으로 우리가 두 눈을 감는 날까지 영원히 서로의 마음속에서 믿고 의지하며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항상 몸 조심하고 건강하길 빈다.

따스한 봄날 오랫 벗, 명철이가

<현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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