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민의 상상의 섬] 잠재적 테러위험으로부터의 대처

수심이 10m씩 깊어질수록 1기압씩 증가하므로 100~200m의 해저에서는 지상보다 10~20배를 초과하는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환경에서는 미미한 균열이 치명적인 구조손상을 야기할 개연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철두철미한 유지관리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즉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부변수뿐만 아니라 테러처럼 사전 모의한 외부의 힘을 예측하고 통제해야만 한다. 따라서 해저터널의 유지관리는 공항이용관리와 동일한 수준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공항에서는 국내선과 국제선을 막론하고 잠재적 테러위험을 최소화하고자 철저한 보안검색이 수행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신분증을 확인하고 혹시 승무원과 탑승객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무기라든지 특히 폭발물의 사전 기내반입을 차단하기 위한 까다로운 보안검색으로 인해 상당한 시간이 지체된다. 이러한 불편에도 불구하고 본인을 포함한 공공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필요한 간섭으로 인식하면서 공항 이용객은 대체로 탑승 1시간 전까지 공항에 도달하는 건 당연시하고 있다. 이러한 공항에서의 보안검색 제과정은 향후 해저고속철도 역사에도 적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상으로부터 수천 미터 상공을 비행 중인 항공기가 폭탄 테러에 희생된다면 인적 피해의 범위는 최대 500명 이내이고 물적 피해의 범위는 해당 항공기에 국한될 것이다. 수심 수백 미터 해저를 관통한 고속철도에서 동일한 폭발물 테러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인적 피해의 범위는 항공사고와 유사한 수준이겠지만 물적 피해범위는 해당 고속열차뿐만 아니라 해저터널 자체로도 확대될 수 있다. 즉 강력한 폭발로 인해 해저터널의 일부가 붕괴된다면 추후 원상복구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공항에서의 보안검색 수준과 동일하거나 또는 보다 강화된 조치가 해저고속철도 역사에 적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잠재적 테러위험으로부터 해저터널의 구조적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보안검색의 필요성은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호남고속철도의 연장선으로 논의 중인 호남-제주 고속철도가 정차할 역(驛)의 수는 최소 8개이고 향후 1~2개 역이 신설된다면 최대 10개의 역사에 보안검색 시스템이 구비되어야 한다. 그런데 보안검색 시스템 설치에 추가 예산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보안검색 관리비용이 발생하므로 고속철도 이용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탑승절차의 편리성 측면에서 비교우위로 평가된 고속철도의 장점이 상쇄된다면 향후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불리한 입지에 놓일 것이다.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 구간을 통과하는 모든 역사를 대상으로 보안검색 시스템 도입을 놓고 부정적으로 인식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고속버스와 더불어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으로 분류되는 고속철도의 특성상 신분증 확인절차에 거부감을 표출하거나 또는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아 실랑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기내반입이 금지된 소지품인 경우 수화물로 처리 가능한 항공기와는 달리 별도의 수화물 탑재공간이 부족한 고속열차인 경우 반입금지물품 처리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런 정황을 감안해 보면 고속철도에서의 보안검색 시스템 도입 자체를 거부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하고 최근에는 미국주도의 대테러 전쟁에 동참하면서 우리나라도 잠재적인 테러대상국가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9/11 사건 이후 미국본토로의 잠입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입국이 용이한 미국의 동맹 국가를 새로운 테러대상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나라도 테러위험으로부터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2014년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완공된 후 간헐적인 미군함정의 제주해군기지 방문을 테러 합리화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즉 실질적인 테러의 대상은 군사기지여야 하지만 철저한 감시로 실현가능성이 낮은 관계로 테러의 공포를 전 세계에 각인할 새로운 테러대상으로 제주도가 종착지인 해저터널이 고려될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은 사실상 실현가능성이 극히 미미하지만 가능성이 0%가 아닌 한 잠재적인 테러위험으로부터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해저터널의 구조적 특수성을 감안하면 잠재적 테러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안검색 시스템 도입이 바람직하지만 이로 인해 고속철도 본연의 장점이 상실될 개연성이 높아진다면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15~20년 후 해저고속철도가 개통되더라도 기대이하의 이용수준으로 인해 계륵(鷄肋)과 다를 바 없다면 제주도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따라서 초창기 논의단계에서부터 해저고속철도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는 제주도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필요한 과정으로 인식되어야 한다.<제주의소리>

<문성민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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