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충민의 제주맛집] 노형동 성원 물 닭갈비

   

어디 모든 가축이 인간에게 이롭지 않은 게 있으랴 마는 닭은 더욱 그러하다. -적어도 내 생각엔- 계란 한 판을 새로 들여 놓아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을 때도 왠지 부자가 된 것 같은 생각이 간혹 든다. 그리고  시장에서 실한 닭 한 마리 사서 삶아 온 가족 둘러 앉아 살점을 열심히 뜯은 다음, 쌀알 잘 퍼진 쫄깃한 죽을 한 그릇 비우면 우리 아들 강원재군의 말마따나 “음 이러니까 우린 항상 닭에게 고마워해야 해” 라고 할 만 하다.

음식점 취재 뜸들이기 과정이 이젠 조금 식상했을 터, 무언가 획기적인 것으로 시작을 하려 했는데 마땅치가 않다. (신선한 아이디어 있으면 알려주시길... 다음 취재 때 동반하여 맛 평가 기회를 같이 갖고자 한다. 진심이다.)

아 나도 잔머리 굴리기 싫다. 바로 들어간다. 오늘은 도입부에 밝혔듯 고마운 가축 닭요리다. 그 고마운 닭으로 국물 있게 자작자작 끓여내는 물 닭갈비다.

▲ 닭갈비가 푸짐하다 ⓒ 제주의소리

닭갈비라면서 웬 물이....?

난 처음에 상호를 보고 산닭이나 오골계 같은 닭의 다른 종류로 물닭이 따로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런 얄팍한 상상력은 무참히 깨지고 볶음 닭, 삶은 닭처럼 닭요리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닭을 개운한 국물에 풍성한 야채와 같이 어우러지게 한... 그래서 물 닭갈비인 것이다. 친절하게 풀어쓴다면 물 있는 닭갈비인 셈이다.

이 집의 요리는 딱 하나 닭갈비다. 이 하나의 메뉴에 단지 나오는 양에 따라 대, 중, 소로 나뉠 뿐이다. 그래서 선택의 여지없이 닭갈비를 주문했다.

▲ 얼리지 않은 제주산 생닭을 쓴다 ⓒ 제주의소리

간단한 찬과 주문한 닭갈비를 보니 조금 의아하다. 춘천에서 군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터라  외출 나가면 단골로 먹던 닭갈비의 맛을 미리 예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집의 닭 갈비는 그와 다른 것이 물이 흥건하다. 이렇게 나온 것을 국물이 자작한 채로 먹으니 어쩌면 닭볶음탕과 닭갈비의 중간정도라고 하면 알맞겠다. 그래서 익혀 먹게 나온 그릇도 딱 전골냄비다.

그런데 웬걸 야채만 풍성히 있고 닭은 안 보인다 했더니 밑에 깔려 있다. 센 불로 끓여 내기 시작하여 조금씩 온기를 더하다 싶더니 통째로 살을 저민 닭을 꺼내서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준다. 무엇으로 육수를 냈을 까 궁금하여 살짝 한 술 떠서 맛을 보니 밍밍하다.

▲ 쌀 떡볶이 ⓒ 제주의소리

닭 뼈로 육수를 낸 것은 아닌 것은 확실한데 야채로 우려낸 물 같기도 하여 살짝 물으니 이 집 안주인 정유선씨가 야채 육수, 정확히는 야채 끓인 물이란다. 캬아 맞췄다. 이정도면 살짝 장금이 아는 사람정도 되진 않을까.

닭 뼈를 끓인 육수를 사용하면 첫맛은 진할지 모르나 끓일수록 나중에는 느끼해서 거의 못 먹게 되는데 야채 끓인 물을 사용하면 마지막까지 개운하단다. 그리고 처음에 먹기 시작할 때의 간과 나중의 간도 같이 들어간 야채에서 물기가 나와 자연스레 맞춰줘서 끝까지 유지하는 비법이란다.  

   

조금 기다려 다 끓으니 이제 먹으면 된단다.

처음 내올 땐 국물이 하얗던데 양념에 재운 닭과 밑에 있던 고춧가루가 비로소 제색을 드러내며 바알간 색을 내기 시작한다. 일단은 고기부터 집고 찍어먹으라고 곁들여 나온 양념장에 찍었다.

이제 드디어 첫맛을 보게 된다. 그런데 아뿔싸 기껏 고심하고 잡은 닭의 살점이 가슴살이다. 그래도 다시 집어넣을 수는 없고 해서 양념장에 찍어 먹으니 웬걸 퍽퍽하지 않고 쫄깃하다. 닭에 양념을 재우고 하루 동안 냉장고에 숙성시킨 것이 비결이란다. 이게 같이 나온 양념장이 자극적이지도 않아 고기 맛을 잡아버리지도 않고 깔끔하다. 간장, 식초, 레몬, 고춧가루를 같이 넣은 것 같은데 고기의 맛과 한 층 어우러진다.

   

고추냉이소스의 톡 쏘는 맛은 개운하기는 한데 그 향이 자극적이어서 음식의 향을 동일화 하는 단점이 있는데 이건 그렇지 않다. 간장이 간을 맞추고 레몬과 식초의 적당한 산도가 어우러져 재료를 찍어 먹었을 때 입안에 감칠맛이 돈다. 그리고 닭과 같이 들어간 야채 (대파, 양파, 감자)도 같이 푸짐하게 건져내어 찍어 먹으니 참 시원하다. 거기다 칼칼한 국물을 같이 곁들이니 저녁이면 술이 술술 잘 넘어 가겠다. 덤으로 쫄깃한 쌀 떡볶이를 건져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 한 가지 국물이 적당히 진해질 때 고기와 야채를 건져 먹으면서 국물도 같이 떠서 먹는 게 이 집의 포인트다. 조려지길 기다리는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

   

특별함이 없는 것이  비법...?

▲ 정유선 씨 ⓒ 제주의소리
이 집의 본점 격인 곳이 성남에 있는데 큰형님이 운영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곳이 다들 형제들이 운영을 하는데 경기도에 세 곳, 인천에 세 곳이다. 이제 제주에도 한 곳이 작년에 생겼으니 총 일곱 군데인 것이다.

작년 10월에 시작을 했으니 이제 입소문으로 조금씩 알려지고 있단다. 그리고 이 곳 닭갈비의 맛은 처음 시작한 본점이 성남 가게의 조리법을 그대로 전수받는다고 한다.

아직도 장사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힘들다는 이 집 안주인 정유선씨에게 이 집만의 비법을 물으니 꾸미지 않고, 특별함이 없는 것이 비법이라고 담담히 얘기한다.

“닭 한 마리의 무게가 1킬로 100그램일 때가 가장 맛있어요. 그런 제주산 닭을 재료로 하고 하루를 숙성시키고 시원한 야채 국물에 끓여내는 것 그것 밖에 없어요. 가격도 부담 없잖아요.”

쑥스럽다고 극구 사진 찍기를 사양하는데 노련한 프로의 모습이 아니어서 오히려 정겹다.

   

▲ 볶음밥이 군침을 돌게 한다 

푸짐한 살점과 야채를 골라 먹다보니 배는 불러 오는데 밥을 볶아준다. 들기름의 향이 넉넉하게 배어 “밥배는 따로 있다” 는 말이 딱 맞다. 두 그릇 가까이 볶았는데 계속 입안으로 들어가 주신다. 송송 채썬 김치가 입안에서 사각거리는데 들기름 향과 어우러져 특별한 재료 들어간 것이 없는데도 깔끔하게 맛있다. 게다가 남긴 국물과 야채 고기는 다른 그릇에 덜어주는 센스까지.....

개운한 국물에 느끼함은 잡아 주었으니 다 먹은 후에도 입안에 상쾌한 기분이 감도는 그런 집이다.

<성원 물닭갈비 안내>

위치: 제주시 노형성당 맞은편 뒷블럭
전화번호;064-712-7177
영업시간:13:00부터 23:00까지
주차장: 가게 앞 공용주차장
메뉴: 물 닭갈비 소:15.000원 중:20.000원, 대:25.000원

   
▲ 약도 ⓒ 제주의소리

   

강충민기자는 아들 원재와 딸 지운이를 둔 평범한 아빠입니다.

사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차별 없는 사회,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현재 제주몰여행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제주참여환경연대 출판미디어사업단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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