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피디수첩 5일 밤 '제주 강정마을, 왜 분노하는가' 방송해군기지 주민갈등 원인 집중조명...유관기관 회의록도 고발

꽉 막혔던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의 가슴이 아주 조금 뚫렸다. MBC 피디수첩이 5일 밤 ‘제주도 강정마을, 그들은 왜 분노하는가?’편(13분41초 분량) 방송을 통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왜 그토록 해군기지를 반대하는지의 진실을 전국에 알렸기 때문이다.

▲ 812회 방송분 '제주도 강정마을 왜 분노하는가' ⓒiMBC 제공

MBC 피디수첩은 이날 방송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한 제주도정의 지난 2007년 여론조사 문제점 ‣주민갈등 부추기는 유관기관 회의록 주요 내용 등을 집중 다뤄 강정마을 주민들이 2년 여 동안 생업도 놓은 채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반대투쟁에 나선 배경을 소개했다.

방송은 소위 ‘물 좋고, 땅 좋고, 평화롭기만 했던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문제로 두 동강이 나버린 이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를 우선 소개했다.

▲ 812회 방송분 '제주도 강정마을 왜 분노하는가' ⓒiMBC 제공

사건의 발단은 2007년 5월 강정마을이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정지 결정. 그리고 1년 후. 지난 4월 27일 제주도와 국방부.국토해양부는 제주해군기지건설에 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MBC 피디수첩은 MOU 체결로 주민들의 갈등은 더욱 커져가고 있음을 고발했다. 방송은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찬반으로 나뉜 주민들의 갈등과 분열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임을 사실 그대로 내보냈다. 이웃간은 물론 심지어 가족과 친족간에도 찬반으로 나뉘어 서로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로 원수지간이 된 안타까운 마을의 현실을 알렸다.

▲ 812회 방송분 '제주도 강정마을 왜 분노하는가' ⓒiMBC 제공

▲ 812회 방송분 '제주도 강정마을 왜 분노하는가' ⓒiMBC 제공

이같은 주민 갈등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데는 원인이 있었다. MBC 피디수첩은 이번 취재과정에서 입수한 소위 ‘해군기지 유관기관 회의록’ 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해 제주도와 해군, 국정원, 심지어 경찰 등이 ‘짬짜미’로 주민들의 분열조장에 관여해왔음을 고발했다.

이른바 ‘분열은 좋은 상황’이라거나 ‘걸림돌은 제거하고 가야 한다’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의 상식이하 발언들을 입수문건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실제로 2007년 5월 이후 강정마을 내에서 발생한 고소.고발이 30여 건에 이를 정도지만 이처럼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도 국방부, 해군, 제주도정 어느 곳도 적극적인 갈등 해결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상황을 방송은 꼬집었다.

MBC 피디수첩은 강정마을 대다수 주민들이 해군기지를 반대하고 있다는 진실도 알렸다. 유치결정부터 도민 여론조사를 거쳐 최우선 후보지로 강정이 결정되기까지 주민들의 의견수렴이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음을 호소하는 강정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했다.

▲ 812회 방송분 '제주도 강정마을 왜 분노하는가' ⓒiMBC 제공

어린이날이었던 5일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속에 MBC 피디수첩을 지켜봤다. 방송이 끝난 후 양홍찬 강정해군기지반대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시간적인 제약이 있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주민들의 해군기지 반대투쟁의 진실과 주민갈등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리는 계기였다”며 “특히 강정주민들이 왜 해군기지를 반대할 수밖에 없는지를 전국에 알리고 이를 이슈화하는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선 진행PD의 클로징멘트를 통해 “국가안보는 정부가 책임져야할 책무라는 면에서 해군기지사업은 매우 중요하지만 대대손손 살아온 주민들을 설득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라며 “물을 마시면서 샘을 생각하라는 말 처럼 무슨 일을 할 때 왜 그 일을 하는지 근원을 잊어선 안된다”는 말로 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채 밀어붙이기 식 추진으로 일관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을 비판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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