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강정마을에선 ⑤] 어버이날에도 계속되는 제주해군기지와의 싸움

정부 당국과 제주도 간 해군기지에 관한 협약서가 체결되면서, 해군기지 건설이 점점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국의 이런 움직임에도 강정마을 주민들은 아직까지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필자는 벼랑 끝에 내몰린 가운데서도 마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마지막 분투를 기록하기 위해 강정마을로 들어왔습니다. 혹시 필요할지도 몰라서 주민의 도움으로 숙소도 마련했습니다. 당분간은 집과 강정마을을 오가며 생활하려고 합니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달프고도 눈물겨운 소식을 독자들께 전해보고자 합니다. - 필자 주

강동균 회장  강동균 마을회장이 < 손석희의 시선집중 > 에 인터뷰 출연했다. ⓒ 장태욱 시민기자
강동균 마을회장이 이른 아침 문화방송(MBC)라디오 프로인 < 손석희의 시선집중 > 에 인터뷰 출연하기로 예정된 날이다. 아침에 강 회장의 인터뷰를 지켜보려 했는데, 간밤에 마을 주민들 술자리에 끼어 늦게까지 얘기를 듣다 보니 잠을 설쳤다.

새벽에 강동균 마을회장과 함께 일어나려 했었지만, 기상 시간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깨어보니 강 회장이 전화로 인터뷰하고 있었다. 진행자인 손석희씨의 날카로운 질문에 잘 대답할 수 있을지 걱정도 했지만, 인터뷰는 필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알뜨르 비행장을 도로 찾아오는 것이 그 지역 주민들의 염원인 모양인데, 만약에 알뜨르 비행장을 되찾아올 수 있다면 해군지지건설에 찬성할 수 있냐"는 손석희씨의 질문에 대한 강동균 회장의 대답이 참으로 명쾌했다.

"알뜨르 비행장은 원래 모슬포 주민들의 것인데, 일제가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빼앗은 것입니다. 해방이 되면서 이것을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공군이 소유하면서 돌려주지 않은 겁니다. 이는 국가 공권력이 주민에 대해 횡포를 부리는 거예요. 알뜨르 비행장은 해군기지와 상관없이 이제라도 원주인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손석희씨는 "시간적으로 청구인 서명을 받아내기에 촉박하기도 하고 , 다른 지역의 경우 소환 투표에서는 주민의 투표율이 부족해서 소환 투표가 무산된 경우도 있다. 실제로 소환될 것으로 확신하느냐"는 질문도 했는데, 이에 대한 강동균 회장의 대답 역시 굽힘이 없었다.

"민초들의 뜻이 하늘의 뜻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 주민들은 정치를 잘 모릅니다. 하지만 설사 주민 소환에 실패하더라도 이에 연연하지 않고 해군기지가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겁니다."

인터뷰를 마친 강 회장은, 전날(6일) 기자회견 때문에 도청 앞 농성에 많이 참여했기 때문에 오늘은 농성에 참여할 주민들 수가 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에 일이 산적해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버스  주민들이 도청 앞으로 가기위해 버스에 오르고 있다. ⓒ 장태욱 시민기자
그런데 오전 8시 30분이 가까워져 오자 주민들이 삼삼오오 회관으로 모여들었다. 주민 소환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이 생겼기 때문인지 주민들 표정이 이전보다 훨씬 밝아 보였다. 전날처럼 15인승 버스와 12인승 승합차에 주민들을 태워야 하는데, 버스 주인인 윤호경 사무국장이 바쁜 일이 있어서 도청 앞으로 갈 수 없게 되었다. 윤 사무국장을 대신해서 강동균 회장이 버스를 운전했다. 정말 일인다역을 도맡아 하고 있다.

주민들이 도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오전 11시 강동균 마을회장은 '김태환 제주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 공동본부장 자격으로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하였다. '주민소환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신청하기 위함이었다.

주민소환 청구인 대표자는 소환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인 고유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의 명의로 했다. 신청 사유에는 "각종 정책결정과 추진과정에서 김태환 지사의 권력남용으로 인한 비민주적 전횡이 극에 달했"고, "특히 김 지사는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주민갈등 문제에 대한 해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제주도선관위의 조사관에 따르면 선관위 심사를 거쳐 오는 13일까지 소환청구인 대표자 증명서와 서명부를 교부할 계획이다. 따라서 김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청구 서명은 오는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를 찾은 주민소환운동본부 소환운동본부에서 5월 7일 오전 제주선관위를 찾아 소환 신청자 대표자 증명서와 서명부 교부를 신청했다. ⓒ 제주의소리
소환운동본부는 대표자를 대신해 소환 서명을 받을 '수임인'을 공개 모집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표자가 혼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소환투표청구 서명을 받을 수는 없기에 대표자를 대신할 수임자를 제한 없이 지정할 수 있다고 한다.

저녁에 도청 앞 농성을 마친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간 시간, 강동균 마을회장, 양홍찬 해군기지 주민대책위 위원장, 윤호경 사무국장 등은 다시 서귀포 시내에 있는 탐라자치연대 사무실을 찾았다. 김태환 지사 소환운동 서귀포시 본부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탐라자치연대 사무실에는 지역 시민단체와 진보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서귀포시에서 주민소환운동을 활성화시킬 방안을 논의했다. 아무래도 제주시에 비해 인구도 적고 활동가 수도 적은지라 이날 모임에서는 여러 가지 우려들이 제기되었다.

무엇보다도 활동가들 중 누구도 주민소환운동을 경험해본 사람이 없었다. 따라서 인원과 비용이 얼마나 필요할 것인지 아무도 가늠하지 못했다. 그래도 일단 소환운동을 시작했으니 13일 서명부가 나오는 대로 각 단체에서 수임자를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도청 앞   농성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연일 도청 앞에서 연좌농성을 이어왔다. ⓒ 장태욱 시민기자
어버이날이 밝았다. 주민들의 싸움은 어버이날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주민들은 시간이 되자 어김없이 마을회관으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5월 9일 이후로는 도청 앞 1인 시위는 계속 이어가되, 연좌농성은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가급적이면 에너지를 소환서명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도청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는 동안 '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를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소환운동에 들어갈 비용을 마련하고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짜며 회의를 하고 있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제휴기사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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