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안녕?
할머니 안녕?
  • 송창준 (-)
  • 승인 2009.05.1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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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안녕?

할머니,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알게 되었어. 한 달 동안 몇 번을 할머니는 숨을 쉬지 않았는지 몰라. 처음에는 겁이 났고, 그리고 몇 차례 이런 일이 있고 나니 이제는 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고, 그러기 위해 낮에 틈틈이 잠을 자두는 버릇도 생기기도 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머니가 숨을 쉬지 않던 날, 난 다시 할머니가 병원에 가게 되면 다시 일어나서 멀쩡히 다시 걸어 올 줄 알았다. 몇 번을 사람을 놀래켜 놓고 그랬으니까, 그래 분명 그 날도 그럴 거라고 굳게 믿었어.

하지만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았어. 아니, 거기서 멈췄어. 태어나서 20년 동안 어떻게 보면 낳아준 엄마보다도 더 나를 챙겨주고, 안아주고, 대신 욕도 더 많이 했지만, 그래도 할머니 숨소리 듣고, 할머니 냄새 맡으며 잘 때가 제일 좋았어. 하지만 그 날로 멈춰 버렸어. 할머니 숨소리와 함께 할머니 삶의 냄새도 사라져 버렸어. 숨이 막히고 공허하기만 한 것이 할머니 생각날 때마다 눈물이 났어. 동생들도 괜히 이런 나 때문에 주변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고, 그 녀석들도 얼마나 슬펐을까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차마 안아줄 수도 없었어.

할머니 대신 내가 안아주어야 하는데… 어머니가 와서 할머니는 그래도 행복할거라고, 이렇게 손자들이 다 커서 고마움도 알고, 할머니를 그리워해줘서 더욱 그럴 거라고, 하지만 너무 슬퍼하면 할머니가 마음편히 가시지 못한다고, 어른들도 그래서 슬퍼도 슬픈척 하지 못하고 술도 마시고, 화투도 하고, 하며 내색하지 않으면서 할머니 마음 편하게 하게 하는 거라는 말을 들어서야, 나는 조금 그 슬픔을 마음 한 켠에 숨켜 둘 수가 있었어. 
  
할머니, 지금 나 보고 있지? 그리고 이렇게 길게 글로 쓰지 않아도 내 마음 다알지? 할머니 하늘 길로 가신 후 얼마 없어 군대가고 이렇게 또 얼마 없어 휴가받고 왔는데, 내 삶의 공간이 이렇게도 공허하게 넓었나 라는 푸념이 들었어. 그리고 조금씩 남아 있는 할머니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되면, 왠지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 이제 얼마 없어서 다시 복귀하게 되면, 또 잠시 할머니의 이러한 흔적들이 그리워 질 테지만, 그래도 할머니가 언제 어디든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놓여.    

이제 할머니 돌아가신지도 일년이 훌쩍 넘어버렸네. 점점 할머니의 흔적들도 사라져 가겠지. 할머니가 쓰시던 바느질 바구니부터, 할머니의 조그만 밥상, 그릇, 옷장… 물론 아쉽고, 서운하지만, 주인이 없는 물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같이 늙어가고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세상의 이치가 그런게 아닌가라는 어렴풋한 마음이 들어. 그리고 비록 겉으로 보이는 형상들이 사라지긴 하지만 우리 가족들의 마음속에 항상 남아 있다는 생각에 영원한 것 또한 사람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 고모가 찾아와서 어머니에게 꿈속에 할머니가 나타나서 아무 말도 않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하시더라며 오히려 걱정하셨어. 그리고 어머니 꿈에서도 종종 나타나신다고 하기도 하고, 근데 나는 사실 잘 기억이 안나. 물론 할머니가 보이기는 하는데, 표정도 말도 잘 떠오르지는 않아. 그러고 보니 옛날에 할아버지가 가끔씩 나타나서 무슨 일이 있을 것 같다고 걱정하셨는데, 몇 번 할머니가 걱정하던 대로 일이 생기기는 했다는 기억이 있어. 하지만 할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 어디까지나 살아있는 사람들의 문제잖아. 살아 계실 때도 자손들 걱정 많이 하시더니, 돌아가셔도 그러시면 마음이 아프잖아.

할머니… 그곳이 어떤 곳인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여기서처럼 많이 웃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언젠간 다시 또 만날 날이 있겠죠? 안녕 할머니. 그리고 사랑해요.

할머니가 진짜 진짜 좋아했던 창준이가

(송창준 제주시 해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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