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영 칼럼]“주민소환의 문제는 현명한 도민들이 판단할 몫”

문득 지금, 누구라도 어느 한 순간 서귀포 강정마을 주민들의 심정을 헤아려 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억만금의 보상금 필요 없다. 소중한 우리 마을 평화롭게 살게 내버려 두라. 절대 다수의 주민들이 주민투표로서 의사표현한 지 일 년 여. 오만한 행정과 국가권력은 한번 잡은 주민들의 숨통을 더욱 바싹 조이기만 할 뿐이다. 그 억울함, 피를 토할 것 같은 그 비통함, 금방이라도 숨이 멎어만 버릴 것 같은 그 아득하고 막막함이란.

아름다운 제주도라고 하나 어디 강정마을만 할까. 게으른 제주시 촌놈, 강정에 한 번 가고 두 번 보면서, 너무도 맑아 슬프기 까지 한 강정천에 설 때마다 마음속 결심은 더욱 굳어진다.  이 곳 만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민동의만 받을 수 있다면 당국자들에게는 어디나 해군기지 최적지였다. 공천포 지나 포근히 안겨오는 듯 자리 잡은 위미마을에서 그랬다. 그게 바로 2년도 안된 일이다. 주민들 사이를 찢어 놓았던 그때의 상처는 아직도 온전히 아물지도 못했으리라. 화순에서는 더했다. 아니 88년 송악산 공군기지부터 늘 그래왔다. 이곳이 최적지라고. 그러나 강정은 아니다. 아름다운 중덕해안의 어마어마한 용암바위들 쯤이야 해군에게는 몇 톤의 다이너마이트로 해결될지는 몰라도, 악근천, 강정천이 군사기지로 가로막히는 것쯤이야 당국자들에게는 별 문제 아닐지는 몰라도 강정은 아니다. 정말 아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떠한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절박한 마음으로 강정마을 주민들은 서귀포의 거리거리를 누비고 있다. 성실한 노동으로 그을린 그분들의 얼굴을 대하는 시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투박한 그 분들의 손에 들린 주민소환 서명지는 진실의 힘들로 채워지고 있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여론조사를 비웃기라도 하듯 많은 분들이 주민소환에 흔쾌히 동참해주고 계시다. 

늘 그러해왔듯이 주민소환을 훼방하고자하는 움직임도 여전하다. 법률로 보장된 서명활동을 방해한다. 철거반원을 동원하여 서명대를 철거하려는 시도가 제주시, 서귀포시에서 이어지고 있다. 어느 고위직 공무원은 주민행사에 직접 나타나 소환운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해달라 강요한다고 한다. 이런 일들의 궁극적인 책임 또한 도지사에게 있다. “주민소환의 문제는 현명한 도민들이 판단할 몫”이라는 지사의 말이 또다시 공언이 되지 않아야한다.

▲ 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주민소환운동본부' 역시 한껏 고무되어 있는 분위기다. 스스로 먼저 찾아오시는 분들, 우리가 먼저 나서서 서명을 받아주시겠다는 분들이 주민소환운동을 시작하자마자 줄을 잇는다한다. 시민사회단체의 힘만으로 주민소환을 성사시키겠다고 덤빈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용기 있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이것이 독선으로 일관하는 행정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주민소환을 성사시키는 진정한 힘이리라. 그러기에 주민소환운동은 군사기지를 막아내는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리는 주민 참여운동의 시작일 뿐이다.

각계각층의 희망메시지가 이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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