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은 지금 ⑩] 김 법무 "주민소환 현행대로"... 천 전 법무 "투표율 제한 완화되야"

 

▲ 서명 위미2리 주민단합체육대회가 열리는 위미중학교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이 서명을 받고 있다. ⓒ 장태욱
 

5월이 화창한 달이라 행사가 많다. 마을별로 체육대회가 열리고, 고향에서 출타해서 모인 사람들끼리 향우회로 모인다. 또 각 사회단체들이 기념행사와 세미나 등으로 분주하다.

행사 많은 계절, 가는 곳마다 주민소환 서명

이런 가운데, 5월 15일엔 제주시 파라다이스회관에서 제주4.3연구소 창립 30주년을 맞는 기념식과 세미나가 열렸다. 그간 4.3에 관해 기사를 써오는 동안 이 연구소가 발간한 자료들을 주로 참고해 왔던 터라 기념식에 참여했다.

▲ 4.3연구소 창립 20주년 기념식 4.3연구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창립기념식과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 장태욱
 

기념식에는 강요배 이사장과 현기영 선생 등 제주 4.3의 진실규명에 앞장서 왔던 중요한은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강요배 이사장이 남긴 인사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4.3위원회 폐지를 골자로 하는 4.3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진상조사보고서 부정은 물론이고 희생자 결정이 잘못됐다는 헌법소원 등 4.3의 진실을 왜곡하려는 일부 세력의 움직임이 집요합니다. 제주4.3연구소의 지난 20년의 성과를 송두리째 뒤엎으려는 세력이 있고 그들의 준동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의 발걸음도 멈출 수 없다.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20년간의 여정보다 더 험한 가시밭길을 간다는 엄중한 각오를 다져야 할 것입니다."

행사장 입구에는 수임인 한 사람이 김태환 지사 주민소환투표 신청 서명을 받고 있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서명을 받으러 가야하는 것이 요즘 수임인들의 일이다.

▲ 서명 4.3연구소 창립 기념식장 입구에서 수임인 한 사람이 김태환지사 주민소환투표 청구 서명을 받고 있다. ⓒ 장태욱
 

강정마을 주민들은 15일부터 오후 네 시부터 조를 나눠 서귀포 일대에 서명을 받으러 다니기로 했다. 주민들은 가급적이면 자신이 연고가 있는 동네를 찾아갔다.

"우리가 서명을 부탁하면 열 명 중 여덟 명은 서명에 응해줍니다. 김지사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신뢰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 있습니다."

▲ 서명 강정마을 주민들이 조별로 서귀포시 골목을 누비며 주민소환청구 서명을 받고 있다. ⓒ 장태욱

서귀포시 서홍동 서귀북교 뒷골목에서 서명을 받던 양홍찬 위원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주민소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강정마을 주민들이 골목골목을 누비는 동안 '도지사 주민소환 서귀포 운동본부'회원들은 서귀포시 중앙로터리에서 천막을 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았다.

▲ 서명 김태환 지시 서귀포시 소환운동본부 회원들이 서귀포시 중앙로터리에서 천막을 치고 주민소환투표 청구 서명을 받고 있다. ⓒ 장태욱

"여기는 사람이 많이 다니기는 하는데,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이 초록등 켜지면 뛰어가기 바쁘네요. 장소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할 것 같습니다."

탐라자치연대 오상준 사무국장의 말이다. 처음 하는 일이라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는 모양이다.

주말이 되자 마을마다 단합체육대회가 열렸다. 마침 필자의 고향인 위미2리에서도 청년회 주최로 2년에 한번 있는 주민단합체육대회가 열린다며, 개막식을 비롯해서 행사 과정을 사진에 담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행사를 주최한 마을 청년회장이 마침 필자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에게 알렸더니, 반색을 한다. 위미마을이 강정마을보다 앞서서 해군기지로 몸살을 앓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동병상련(同病相戀)을 기대하는 것이다.

위미2리 주민들, 강정마을 주민들에 동병상련(同病相戀)

8시 30분에 위미중학교에서 시작된 위미2리 단합체육대회 개막식에는 위미중학교 교장과 남원읍장을 비롯해 많은 인사들이 참여했는데, 특히 김재윤 국회의원이 참여해서 눈길을 끌었다. 김의원은 위미2리 마을행사에 참여하게 된 이유가 이 마을이 자신의 외가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 접대 위미2리 주민단합체육대회가 열리는 날 주민소환 청구 서명을 받기 위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행사장인 위미중학교를 찾았다. 이날 위미2리 주민들은 강정마을에서 온 손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등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 장태욱
 

11시 30분경 강정마을 주민들이 서명용지를 들고 행사장을 찾았다. 강정마을에서 찾아온 손님들에게 위미2리 주민들이 풍성한 식사를 대접하는 성의를 보였다. 과거 위미2리 해군기지 대책위가 구성되었을 때 활동했던 주민들이 강정 주민들을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강정마을 해군기지저지 대책위 양홍찬 위원장은 "너무 대접도 잘 받고, 서명도 많이 받았다"며 위미2리 주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한편 이번 주말을 전후해 전현직 법무장관이 제주를 찾아 주민소환에 대한 입장을 밝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먼저 제주를 찾은 이는 김경한 법무장관이다. 김장관은 5월 15일 제주자치도와의 '법질서 확립을 위한 MOU체결'을 위해 제주를 방문했다.

전현직 법무장관, 제주찾아 주민소환 절차에 각기 다른 입장 표명

이날 검찰청 소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김장관은 최근 김태환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절차와 관련 "주민소환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것 아니냐?"는 기자들 질문에 대해 "주민이 뽑은 지자체장이 쉽게 소환 되거나 직위를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며, "주민소환에 따른 절차를 지금보다 완화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대답했다.

▲ 기자간담회 김경한 법무장관이 검찰청 소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이어 5월 17일 참여정부시절 법무장관을 지냈던 천정배 의원이 제주를 찾았다. 천의원은 공항 귀빈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해군기지 건설과 김태환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평화의 섬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타당한 지는 의문인데, 이 역시 주민들이 결정할 문제라 생각한다"면서도, "제주도가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활발한 토론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야한다고 보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또, "여론조사를 통해 의견을 물었다고 하지만 그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고 도의회의 동의조차 거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답했다.

▲ 천정배 의원 천의원은 공항 귀빈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장태욱

주민소환절차를 개선할 여지가 없는지 묻는 질문에서는 김경한 장관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천의원은 "새롭게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조금은 지켜봐야 한다고 본다"고 하면서도, "다만 투표율과 관련해서는 10% 안팎의 낮은 재·보궐선거 투표율과 비교할 때 투표율을 30%이상으로 제한한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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