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31억원중 상당부분 민자에 의존…실제 혁신사업은 ‘미미’

▲ 제주도지역혁신협의회 운영위원회는 제주도가 제출한 지역혁신발전시행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
제주도가 4일 발표한 ‘2005년도 지역혁신발전시행계획(안)'이 도가 지금까지 추진해 온 각종 사업을 짜깁기하고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겉포장만 부풀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는 2005년을 ‘제주형 지역혁신기반 구축’ 원년의 해로 정하기 위해 ▲지역전략산업 육성 ▲지역 지연산업육성 ▲지역대학 육성 및 지역인력 양성·확보 ▲지역 과학기술 혁신역량 강화 등 7개 분야 124개 사업에 4231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지역혁신발전시행계획(안)’을 제주도지역혁신협의회 운영위원회에 상정했다.

혁신발전시행계획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근거해 ‘제1차 제주도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첫해 시행계획으로 지역혁신협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날 오후에 열린 지역혁신협의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제주도가 제출한 시행계획(안)이 너무 부풀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전 협의도 전혀 없이 이미 예산 편성까지 끝낸 사업을 ‘혁신사업’으로 포장, 요식적으로 협의회 승인만을 받으려 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잇따랐다.

제주도가 제출한 혁신사업에는 ▲제주형 관광조직설립 ▲장수문화연구소 설립 ▲중문관광단지 확충 ▲농업인 정보화 교육 ▲친환경농산물 유통시설 설치지원 등 이미 제주도와 시·군이 추진중인 사업들을 혁신사업으로 나열해 놓았다.

또 이들 사업은 정부가 혁신사업에 대해 지원하는 정부 균형특별회계에서 한 푼도 지원이 되지 않고 도비와 시·군비 등 지방비로만 추진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혁신’이란 포장만 씌워 놓았다.

또 국비와 지방비 투입도 전혀 없이 순수 민자로만 추진될 쇼핑아울렛 개발, 휴양형주거단지조성, 서귀포관광미항개발 등 국제자유도시 7대 선도프로젝트 사업도 혁신사업에 포장시켜 놓고 있다.

이러다 보니 예산만 4231억원으로 부풀려 져 있을 뿐 이중 선도프로젝트 민자사업 1368억을 제외하면 2863억원뿐이며, 이중에서도 실제 혁신사업으로 분류돼 정부의 균특회계 지원을 받는 사업은 656억원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일반 국고지원과 지방비 예산을 포함시켜 데 불과하다.   
   
이지훈(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위원은 “전략사업 중 전체 관광사업 예산이 1478억원으로 이중 민자 1265억원을 빼면 얼마 되지도 않으며, 그나마 정부의 균특예산보다 지방비가 많다”며 “민자로 개발센터의 선도프로젝트 사업으로 제대로 투자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사업을 부풀릴 필요가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역혁신협의회 사무국장인 양덕순(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위원은 “혁신 5개년사업은 제주도가 추진하는 일상 사업을 중앙정부의 예산을 얻기 위해 그 근거로 혁신사업에 집어 놓은 부분이 많다”며 “명칭은 ‘지역혁신’이라고 돼 있으나 실제로는 제주도가 일상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이어서 이런 것들까지 혁신사업에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인택 제주도 혁신분권담당관은 “정부에서 혁신사업은 물론이고 자치단체 사업도 가급적 포함시키라고 해서, 시도별로 보면 대부분 사업수가 70~80개 정도이나 제주도 등 몇 개 시·도는 120여개로 돼 있다”면서 “시행계획을 마련하면서 직접적으로 ‘혁신사업’과 관련이 없는 사업들은 제외하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들이 있었다”면서 지나치게 부풀려진 사업계획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운영위원회의에서는 또 이날 상정된 시행계획을 놓고 ‘심의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이날 상정된 사업계획과 예산은 제주도가 이미 지난해 말 제주도의회의 승인을 거쳐 확정된 사업들로 혁신협의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사업추가 또는 변경, 예산 삭감·추가 등은 전혀 할 수 없게 돼 있어 법에 규정돼 ‘심의’자체가 무의미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지훈 위원의 “사업에 대한 추가나 삭제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오인택 담당관이  “도의회에서 통과된 사업을 우리가 자를 권한이 없다”고 답변하자 “사업이나 예산에 반영될 여지조차 없는 사업에 대해 심의를 하라고 하는데 오늘 심의가 어떤 의미가 있느냐”면서 “결국 형식적인 요식절차에 불과할 뿐 아니냐”고 지적했다.

송재호(제주대 교수) 위원은 “이대로만 하면 제주지역의 혁신은 잘 되는 것이냐”고 묻고는 “이미 2005년도 예산 심의가 끝나고 추진하는 사업들을 ‘혁신사업’으로 올라왔는데 잘됐다고 해야지 뭐라고 할 수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제주도지역혁신협의회 의장인 부만근(제주대 총장) 운영위원장은 “정부와 자치단체 예산편성 시기와 지역혁신발전시행계획 심의 시기가 뒤바뀐데 대해서는 전국 의장단 협의회에서도 논의가 된 바 있으며 지금 상태라면 혁신협의회 심의기능은 형식적이자 요식행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이에 대해서는 정부 균형발전위원회에서 지역균형특계만이라도 각 시도에서 정부 제출에 앞서 심의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날 운영위원회는 2006년 혁신협의회 사업과 예산은 제주도가 국비절충 이전에 도민공모나 혁신협의회내 공모절차를 거쳐 확정할 것을 전제로 2005년도 지역혁신발전시행계획을 ‘조건부’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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