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은 지금 ⑫] 폭우 속에도 주민소환 열기는 뜨겁다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 본격화되자, 강정마을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지난번 MBC <피디수첩> 제작진에 이어 5월 20일, <한겨레21>의 윤은식 사진기자가 강정마을을 찾았다.

오전 10시경 마을을 찾은 윤기자는 하루 종일 마을을 돌아다니며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염원을 카메라에 담았다.

"정부가 개발이나, 국책사업이라는 미명하에 현지 주민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사업을 밀어붙이는 방식에 문제가 있어요. 용산참사는 당국의 이런 태도가 빚어낸 비극이죠. 정부가 가는 곳마다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는 곳이 없으니, 외국의 시각으로 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죠."

화보에 실을 사진을 담기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는 윤기자가 필자에게 한 말이다. 전국을  다니며 비극적인 장면만을 골라 카메라에 담는 사진기자도 참으로 고단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은식 기자가 이날 카메라에 담은 강정마을의 모습들은 5월27일자 <한겨레21>에 화보로 실릴 예정이다.

19일 김태환지사 소환운동본부는 주민소환 관련한 청구권자 명단에서 1만8000여명이 고의 누락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발단은 강정마을과 인근 법환마을에서 수임으로 등록을 신청한 주민들 중 상당수에 대해 수임인 접수증이 발급되지 않고, '보류자'로 분류되는 일이 발생하면서부터다.

주민소환운동본부가 상세히 파악해 본 결과,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제주지역 소환투표청구권자(2008년 12월31일 기준) 명부에서 총 41만6485명의 4.32%인 1만8000여명의 명단이 누락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이 때문에 수임인이 되고자 신고한 주민들도 사실상 수임인 활동을 하지 못해 주민소환운동이 제약을 받는 결과가 일어났다.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이에 대해 행정시가 주민소환운동을 방해하기위해 일부러 투표권자 명단을 누락시켰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제주도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전산상의 오류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며 행안부에 원인분석을 의뢰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민들을 상대로 한 주민소환운동은 갈수록 탄력을 받고 있다. 주민소환청구 투표인 서명자수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도내 천주교계의 활발한 참여가 한몫을 담당했다.

 

▲ 강우일 주교 강우일 주교가 해군기지를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평화의 섬 실현의 의지를 확고하게 표명함에따라 주민소환운동이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 제주의소리 양미순

지난 14일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는 천주교 제주교구 소속 사제들에게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호소'라는 글을 보냈다. 이 호소문은 17일 열리는 일요일 미사에서 도내 25개 모든 본당 신자들에게 "'세계평화의 섬' 제주 에 건설하려는 해군기지는 동북아 긴장을 새롭게 불러오는 등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일뿐 아니라, 교회의 가르침에도 위배되는 일"이라는 뜻을 분명히 전하도록 했다.

강우일 주교의 입장표명은 도내 천주교인들 사이에는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해군기지를 밀어붙여 건설하려고 하는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소환운동을 사실상 지지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주민소환운동에 대한 천주교인들의 관심과 지지가 21일에 실제로 확인되었다. 이날 저녁 9시에 금악리 이시돌목장에 소재한 성당에서는 '2009년 성모의 밤'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도내 1500여명의 천주교인들이 참여하여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21일은 초저녁부터 재난안전본부에서는 피해를 우려하는 경고 문자를 보낼 정도로 큰 비가 내렸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정마을 주민들은 서명을 받기위해 저녁 7시부터 '성모의 밤' 행사가 열리는 성당 입구에 천막을 치고 자리를 잡았다.

▲ 천막 '성모의 밤'행사가 열리는 입구에 강정마을 주민들이 일찌감치 천막을 치고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강정마을 주민들이 서명을 받도 집으로 귀가한 시간은 새벽 두 시경이었다. ⓒ 장태욱

강정마을 주민들의 기대대로 많은 천주교인들이 천막을 찾아와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날 서명에 참여해준 천주교인들 수만 900여명에 이른다. 9시에 미사가 시작되자 강정마을 주민들도 미사에 함께 참여했다.

이날 강론에서 강우일 주교는 "평화를 위해, 평화의 섬 제주를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평화의 섬'실현과 '제주해군기지 반대'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성모의 밤 행사는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끝났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행사가 끝나는 시간에 다시 성당에서 나오는 천주교인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았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먼 길을 지나 마을로 되돌아온 시간은 새벽 두 시 경이었다. 이시돌목장에서 강정마을까지가 자동차로 대략 1시간가량 거리인데, 이날 행사가 끝나자 천주교인들이 타고 온 수많은 자동차들이 도로로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길이 막혀 귀가가 늦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한편, 22일 마을에 슬픈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2007년 6월 이후 강동균 마을회장, 양홍찬 위원장과 더불어 해군기지저지 주민대책위회 공동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강종호(52) 위원장이 1년 가까운 투병 생활을 끝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다.

강종호 위원장은 후두암이 발견되어 작년 8월에 서울에서 수술을 받은 후 제주대학병원에 입원해서 암과의 고통스러운 싸움을 이어왔다. 주민들은 강종호 위원장의 죽음에 대해 "해군기지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죽지 않았을 것인데, 해군기지 문제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여 흡연량만 키웠다"며, 아쉬움을 나타내었다. 강위원장의 빈소는 서귀포시 서귀의료원 인근 '한빛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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