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한국일보 주필 김수종 ⓒ제주의소리
제주의 오월은 싱그럽다. 신록은 한라산 등성이를 향해 달음박질하고, 제주 섬은 감귤 꽃향기로 감미롭다.

제주 공항과 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잇는 평화로는 꽃으로 단장되고 오월의 훈풍에 형형색색의 깃발이 물결친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브루나이의 국기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태극기가 나부낀다. 아아! 무슨 나라 일이 크게 벌어지는구나.

그렇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6월 1일과 2일 제주도에서 열린다. 우리나라 대통령과 아세안 국가의 열 개 나라 국가 정상들이 제주도에 모인다.

아세안은 무엇인가. 동남아 10개국의 협력체이다. 지리적으로 인종적으로 문화적으로 연관성을 가진 이들 국가가 모여 만든 일종의 정치적 협력체다. 브루나이는 인구가 제주도보다도 적지만 인도네시아는 2억3천만 명에 이르는 인구대국이다. 라오스같이 경제적으로 낙후한 개도국이 있는가 하면 싱가포르같은 경제선진국도 있다.    

아세안은 그 인구가 6억 명에 육박하여 유럽과 맞먹는다. 게다가 자원이 풍부하다. 이들은 21세기 들어 경제적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적 인종적으로 다양성과 함께 동질성을 갖고 있다. 태국을 제외하고 이들 나라들은 20세기에  피식민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들 국가들은 역내에 존재하는 중국 같은 강대국과  일본 같은 경제대국과의 관계정립에 민감하다. 즉 견제와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그래서 아세안은 점차 정치적 협의체의 성격을 띠고 국제관계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이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하면 아세안이 우리나라와 가장 근접해 있다. 해가 갈수록 이들 국가와의 교역은 늘어나고 인적 교류도 확대될 것이다. 그만큼 한국에 중요한 국가들이다. 특히 국제자유도시와 동아시아의 중심을 입버릇처럼 표방하는 제주도로서는 아세안 국가들의 부상에 특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제주도 발전에 얼마나 좋은 기회가 될 것인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몇 가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 본다.

첫째, 아세안 지역 국가에게 제주도를 종합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미 지적했듯이 아세안의 인구는 6억 명이다.

정상회의가 열리면 외무장관을 포함하여 공식 비공식 수행원이 따라 나선다. 이들 중에는 경제인들이 포함된다. 또한 정상회의와 자국 국가원수를 수행 보도하기 위해 많은 기자들이 제주도를 방문한다. 

정부관련 기관에서 집계하는 것을 보면  이번 정상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약 3천명이 제주도에 머문다.  이 같은 홍보기회는  좀처럼 찾아오기 힘들다.     

둘째, 제주도에 직간접으로 혜택을 줄 경제적 효과가 적지 않다. 제주도 당국은 이번 회의 기간 중 제주도에 떨어질 경제혜택을 약 90억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적 불황기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직접혜택 못지않게 홍보효과를 통한 미래의 경제적 혜택을 간과할 수 없다. 아세안 국가의 투자자들에게 제주도의 가치를 알리는 것도 간접효과의 큰 몫이다.

셋째, 제주도가 국제도시로서 한 발짝 올라설 수 있는 기회다.  제주도 사람들은 제주도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관광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제주도는 제주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세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또 제주도는 국제도시의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국제도시로서의 잠재력만큼은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본다. 이를 실현시키려면 국제사회가 인정해줘야 한다. 이런 국제적 인정은 하루아침에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대규모 정상회의를 통해 제주도의 국제도시로서의 성격이 한 단계 향상될 것이다.          

넷째, 컨벤션도시로서의 역량을 배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제주도는 세계적인 호텔시설을 갖추고 있다.

훌륭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가 있다. 그리고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에 이렇게 국가 정상이 다수가 한꺼번에 모인 적이 없다. 그러니 11개국 정상이 회의에 참여하고 유숙하며 지내게 될 한․ 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제주도의 컨벤션 능력을 총체적으로 발현할 기회다. 컨벤션시설과 호텔 같은 하드웨어 측면만 아니라 정상회의의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소프트웨어 측면까지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의는 긴급한 현안을 다루는 정상회의가 아니다. 정상회의 의제를 보면 한국과 아세안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금융위기와 기후변화 등 세계적 이슈를 논의한다고 한다. 정상회의 슬로건을 보면 성격이 뚜렷해진다.  ‘Partnership for Real, Friendship for Good'이다. “실질적 협력과 영원한 우정”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쉽게 얘기해서 아세안 10개국과 한국과의 친목 모임이다. 경치 좋은 곳에서 여유를 갖고 정상들이 다각도로 대화를 나누는 회의다. 달리 얘기하면 제주도를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다.  

회의를 훌륭히 지원하려면 제주도의 공직자, 그리고 관련 단체와 업계 사람들이 정성껏 노력해야 한다. 고단한 일이 될 것이다. 대신 제주도는 그들의 노력만큼 국제도시의 면모를 한 단계 향상시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전 한국일보 주필

<제주의소리/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외부기고는 <제주의소리> 보도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