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유족회, 신산공원 방사탑 앞에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설치

"그렇게 좋은 분을 어찌 이리 데려가셨을까. 그 분을 위해서라면 내가 대신 죽어도 좋을 것 같다. 열흘 밤낮을 울어도 이 억울함을 어찌할까나~!"

제주는 물론 제주4.3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4.3유족들은 망연자실,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다.

▲ 제주4.3유족회는 25일 제주시 신산공원 방사탑 앞에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분향소를 마련했다.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4.3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된 후 제주에 내려와 4.3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들에게 정부를 대표해 사과하는 한편 4.3위령제에도 직접 참석해 화해와 상생을 강조하며 제주도민들의 정신을 높이 평가하며 제주에 많은 애정을 보여왔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제주4.3유족회가 25일 제주시 신산공원 방사탑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제주4.3유족회 홍성수 회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홍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을 접하면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원들의 심정은 고통스럽고 비통하기만 하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반세기가 넘게 제주도민들을 빨강색으로 덧칠해 평생의 한으로 남아있던 4.3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신 국가원수로 기억한다"며 "충격적인 소식 앞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눈물로 옷깃을 여민다"고 비통함을 전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10월15일 제주4.3에 대한 정부의 공식보고서인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를 확정했고 그해 10월31일 국가를 대표해 제주도민과 유족에게 공식사과했다"며 "또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2006년 4월3일 제58주기 4.3위령제에 직접 참석, 다시 한번 희생자와 도민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 주셨고 화해와 상생으로 나가는 제주도민을 격려했다"고 노 전 대통령이 제주에 가졌던 각별한 애정을 열거했다.

홍 회장은 "지난해 8월에는 봉하마을로 찾아간 우리 유족들을 사저로 불러들여 새 정부 들어 4.3위원회 폐지 논란 등으로 말 못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족들을 따뜻하게 위로했다"며 "우리 유족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홍 회장은 4.3유족회 차원의 조문단을 구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27일 봉하마을로 떠날 계획이다.

한편 기자회견에 이어 헌화와 분향에 참여하는 4.3유족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4.3후유증으로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백발노인도 국화꽃 한송이를 헌화하고 분향을 마친 후 4.3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착찹한 심정을 토로했다.

"열흘을 울어도 부족하고 한달을 울어도 부족하다" 제주4.3의 아픔을 어루만져주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비보를 접한 후 울음이 멈추지 않는다는 한옥자씨가 분향소를 찾아 통곡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끝내 참았던 눈물을 또다시 터트린 한옥자씨(68·제주시 조천읍 함덕리)는 "열흘을 울어도 부족하고 한달을 울어도 부족하다. 이 억울함을 어찌 다 말로 할까. 그 고통 다 받고 이렇게 허망하게 가시다니 억울해서 못 살겠다. 우리 곁에서 우리를 지켜주어야 할 분을 어찌 이리 빨리 데려가셨을까..."라며 통곡을 멈추지 못했다.

4.3당시 억울한 누명을 쓴 할아버지가 희생 당하고 아버지마저 한씨가 5살 되던 해에 돌아가셔서 모진 세월을 보내온 탓인지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에게 평생의 은인. 그래서인지 한씨의 통곡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한씨는 "그 분을 위해서라면 내가 대신이라도 죽을 수 있겠다. 어제도 밤 12시까지 혼자 울다 지쳐 잠들었는데 이 억울함을 어찌할까나. 울어도 울어도 풀리지가 않는다"고 비통해 했다.

▲ 4.3유족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한편 이날 4.3유족회가 마련한 분향소를 찾은 박기형씨는 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노무현 대통령의 캐리커처를 유족회 측에 기증하기도 했다.

박씨는 "평소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던 차에 지난해 주민자치박람회에서 만화가협회 김태곤씨가 그린 노무현 대통령 캐리커처를 얻어 그동안 보관해 왔다"며 "제주와 제주4.3에 특별한 애정을 쏟아주셨던 분인 만큼 캐리커처 4.3유족회가 마련한 분향소에 기증하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증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분향소를 찾은 4.3유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을 회상하는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4.3유족회 분향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는 오는 29일까지 운영된다.

▲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 박기형씨가 기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캐리커처가 영정 옆에 모셔졌다.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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