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섬에 가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 가서 한 달만 살자!"
  • 김강임 시민기자 (-)
  • 승인 2009.05.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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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올레 16.1km 트래킹1] 천진항-하고수동 해수욕장 7.7km를 걸으며

▲ 쇠물통 언덕 클로버 꽃이 만발한 초원 ⓒ 김강임

마음이 스산할 때면 길을 걷습니다. 가슴이 답답할 때에도 길을 걷습니다. 길은 길과 연하여 세상과 통합니다. 제주도에서 길은 올레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제주올레는 산으로 통하고 바다로 통하고 그리고 자신의 마음으로도 통합니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바로 세상을 걷는 것입니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돌담길을 걸어 봤습니까? 좁디좁은 흙길을 걸어봤습니까? 자투리땅을 지키는 인동초와 농부의 땀이 뒤범벅 된 섬 길을 걸어봤습니까? 그 길을 걸으며 한 달만 살아봤으면 좋겠습니다.

▲ 우도 등대 우도 등대 ⓒ 김강임

  

▲ 우도 도항선 우도 도항선 올레꾼들 ⓒ 김강임

우도 올레 돌담길 흙룡장성 같아

제주의 돌담길을 흙룡장성이라 한다지요. 아마 그 흙룡장성은 우도 돌담올레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5월 23일 걸었던 16.1km 우도 돌담올레는 바다를 여는 길이었습니다. 생명이 싹트는 길이었습니다.

23일 오전 9시 50분, 성산항에서 올레꾼을 태운 우도 도항선은 출발한 지 15분 만에 우도 천진항에 도착했습니다. 천진항에서 올레꾼을 맞이하는 것은 빨간 등대였습니다. 천진항은 섬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술렁임으로 어수선했습니다.

이날은 (사)제주올레 우도 길트기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제주올레가 개설한 우도올레 코스는 천진항에서 쇠물통 언덕(0.8km)-서천진동(1.4km)-홍조단괴해빈 해수욕장(2.2km)-하우목동항(3.2km)-오봉리주흥동 사거리(4.4km)-답다니탑(5.8km)-하고수동해수욕장(7.7km)-비양도입구(8.7km)-조일리영일동(11.8km)-검멀래해수욕장(12.7km)-망동산(13.6km)-꽃양귀비군락지(13.9km)-우도봉정상(14.3km)-돌칸이(15.4km)-천진항까지로 총 16.1km입니다.

 

▲ 올레 ⓒ 김강임
        

▲ 황금물결 호밀밭 ⓒ 김강임

  
 

▲ 호밀을 건조하는 풍경 ⓒ 김강임

쇠물통 올레, 황금물결 출렁거려

천진항 포구에는 서너 개의 어선이 물결에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섬을 연결하는 도화선의 무게에 비해 포구를 지키는 작은 어선은 호젓하게 떠 있었습니다. 잠시 포구에 앉아 있으려니 바다 건너 한라산이 또 다른 세계로 보였습니다.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손놀림을 뒤로하고 우도올레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소가 누워있는 듯한 우도는 육지사람들에게는 동경의 나라입니다. 천진항에서 왼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니 쇠물통 언덕으로 올라가는 올레가 펼쳐지더군요. 

쇠물통 언덕 올레는 우도 해안도로보다 다소 높았습니다, 때문에 우도 들녘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지요. 우도 들녘이라야 그리 넓지 않은 땅입니다. 하지만 누렇게 익어가는 호밀밭은 '섬 속의 섬'사람들을 부자로 만들겠지요.

올레꾼 역시 황금 물결 출렁이는 호밀밭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호밀밭 경계선은 여지없이 돌담, 즉 밭담입니다. 나지막한 밭담 너머 제주 바다가 넘실댔습니다.

 

▲ 초원을 이룬 올레 ⓒ 김강임

벌노랑이 크림손클로버 '향수' 생각나

쇠물통 언덕은 초원이었습니다. 그 초원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벌노랑이와 크림손클로버가 서로 얼굴을 부비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초원 위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우도 소는 어쩌면 이 마을에서 가장 비싼 재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덕배기에 자연스레 피어난 삥이(삐비)는 또 하나 예쁜 정원을 연출했습니다. 정지용님의 '향수'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시 말입니다.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는 곳'이 바로 우도 올레였을까요?

흙냄새 나는 섬길 예찬

목가적 풍경 가득한 길을 걸으니 메말랐던 가슴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쇠물통을 지나서 서천진동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이르렀습니다. 서천진동 올레 역시 돌담올레였습니다. 미로 같은 돌담올레는 세상사 같더군요.

그동안 걸었던 제주올레가 시멘트 길이었다면 우도 쇠물통에서 서천진동 올레는 진짜 흙냄새 날리는 섬길이었습니다. 가끔은 흙냄새 날리는 시골길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서천진동 올레는 농부들의 땀으로 가득했습니다. 이곳 사람들의 또하나의 재산은 마늘과 호밀, 땅콩입니다. 그리 넓지 않은 땅, 돈으로 계산하면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이지요. 50평 정도를 둘러싸고 있는 밭담이 있는가 하면, 100평 정도를 둘러쌓고 있는 밭담도 있습니다. 이 밭담은 소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도 하고, 바람을 막아주기도 하며, 경계선의 의미도 있습니다.

1000평 이상의 넓은 밭담은 보기 드물었습니다. 한마디로 소작을 한다는 의미지요. 하지만 오밀조밀- 조근조근- 쌓아 올린 돌담은 여유롭고 풍요로워 보였습니다.

"우도 올레, 개방한다는 것 자체가 슬퍼요!"

우도 사람들에게 5월이라는 계절은 농번기입니다. 마늘 수확에 한창이고 호밀을 건조시키느라 분주합니다. 때문에 우도 사람들에게 올레꾼들의 방문은 그리 달갑지 않았겠지요. 그들에게 올레는 '삶의 터'이기만 올레꾼들이 걷는 올레는 너스레를 떠는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우도 올레를 개방한다는 것 자체가 슬퍼요!"

올레길에서 만난 조애숙 선생님의 말입니다. 오래전에 우도의 한 중학교에서 3년간 근무했던 조애숙 선생님은 올레 개방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때 묻지 않은 곳을 개방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만은 아닙니다.  많이 심사숙고 해야할 문제지요. 그래서인지 밭담 너머에서 땀 흘리는 우도 사람들에게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 홍조단괴 해빈해수욕장 ⓒ 김강임
 

2km 정도 걸었을까? 하얀 모래와 쪽빛 바다가 펼쳐졌습니다. 내륙에서만 자란 내게 바다는 늘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언제 보아도 바다는 가슴을 콩당-콩당- 뛰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고나 할까요. 홍조단괴 해빈해수욕장은 유혹의 바다였습니다.

홍조단괴 부서진 유혹의 바당올레 맨발로 걷다

하얀 모래로 유명한 홍조단괴 해빈해수욕장은 이미 여름이었습니다. 바당올레, 그것도 홍조류가 부서져 백사를 만들어 낸 해수욕장이니 일상을 떠나온 사람들에게는 꿈꾸는 바다입니다.

쪽빛 바닷물에 발을 담기는 올레꾼들이 있는가 하면 조개껍데기를 줍는 어린이 올레꾼들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맨발로 걷는 백사의 느낌은 자유를 찾는 여정이었습니다.

홍조단괴 해빈해수욕장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걷자하니 바다와 돌담, 그리고 인동초 어우러진 꽃길이 장관입니다.

사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조금은 심심한 일이지요. 그러나 우도 올레를 걷다보면 심심할 겨를이 없습니다. 올레 주변에 펼쳐지는 풍광이 장관이니까요.

 

▲ 마늘수확하는 농부 ⓒ 김강임

"무시거 볼 거 있다고 왔수콰?"

하우목동항에 도착했습니다. 해안도로에서 우뭇가사리를 손질하시는 우도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무시거 볼 거 있다고 왔수콰?"

올레꾼들의 방문에 할머니의 마음도 설레였을까요?

"아. 예... 우도 올레가 좋다고 해서 왔수다!"

할머니께서 올레꾼들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다 보이는 해녀올레 집에서 한 달만 살아봤으면

해안도로를 걷다 해녀의 집을 살짝 훔쳐봤습니다. 우도 여성의 90% 이상이 물질로 생계를 꾸려 간다고 하니 우도는 바로 해녀의 마을이지요. 태왁이 걸려있는 해녀의 집은 바다가 보였습니다. 창문 열면 바다가 보이는 이런 집에서 한 달만 살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천진항에서 하고수동 해수욕장까지는 7.7km, 2시간 정도를 걸었습니다. 하고수동 해수욕장 잔디밭에서는 조촐한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 초등학생 올레꾼이 돌담길을 걷고 있다 ⓒ 김강임

우도 돼지고기 와 막걸리 섬사람들 인심까지 들이마시다

하고수동 해수욕장에서 올레꾼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은 우도 돼지고기와 막걸리였습니다. 1천원짜리 돼지고기 접시는 섬사람들의 인정인양 두둑하더군요. 하고수동 해수욕장의 오찬은 파란바다와 돌담, 그리고 섬사람들의 인심까지 음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움의 섬 우도, 하루 종일 혼자 앉아 있어도 심심하지 않을 홍조류 부서진 바당올레에서 한달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벌노랑이 즈려 밟고 쇠물통 언덕 올레에서 한달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어선 띄워 놓은 하우목동 포구에서 한달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구비구비 돌아가는 흙룡장성을 걸으며 바다가 보이는 해녀의 집에서 한 달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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