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관광의 메카, 제주를 다시 꿈꾸며!!

# 장면 하나

2009년 5월 28일 제주하니크라운호텔 연회장. 환경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하는 ‘생태관광 아·태지역 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는 제21차 인간과 생물권계획(MAB) 국제조정이사회의 부대행사로 마련된 것. 당연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관계자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눈에 띠었다.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환경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환경부의 자연정책과 배모 사무관은  ‘한국의 생태관광 정책방향’이란 주제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작년 11월부터 생태관광의 ‘개념’이 태동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생태관광의 ‘실행’ 태동기도 아닌 ‘개념’ 태동기가 작년 11월이라고? 이 얘기를 들은 외국참가자들은 어떤 느낌일까? 아마도 열에 아홉은 “이 정도로 한국이 생태관광의 후진국인가”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 장면 둘

그러고 보니 이러한 황당한 언사는 이때만이 아니었다.

지난 2월 20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서는 ‘한국적 생태관광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심포지엄은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등 정부기관이 주최한 행사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한국의 생태관광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처음 시작됐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혼자 속으로 ‘피식’ 웃고 지나쳤는데...환경부의 공무원조차 그렇게 얘기하고 있으니, 이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 생태관광의 주창자이자 원조라고 믿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작년 11월부터 생태관광 개념이 태동했다는 데 이 시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는 2008년 10월말과 11월 초순에 걸쳐 경남 창원에서 개최된 제10차 람사르총회를 의미한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예의 녹색성장과 함께 대한민국 최초로(?!) ‘생태관광’이라는 화두를 던졌다는 것이니, 얼마나 역사적인 일인가.

# 장면 셋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02년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제주그랜드호텔에서는 “한국의 생태관광 발전전략 모색”이라는 주제로 전국적 포럼이 개최됐다. 이 포럼은 2002년 ‘세계생태관광의 해(International Year of Ecotourism)’를 맞이하여 『제주생태문화관광연구포럼』, 『생태관광포럼』등이 주관하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주최하며, 『문광부』, 『환경부』 등 관련 정부기관의 후원으로 열린 행사였다.

이 포럼은 ‘생태관광’을 주제로 한 토론회로서는 국내 최초로 개최되는 공론화 장이었으며, 관련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학계, 생태관광 여행업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생태관광과 관련한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마지막 날에는 포럼 참가자들 공동명의의 ‘한국의 생태관광 발전 전략 및 지침에 관한 권고’가 채택되기도 했다. 당시 주최측은 100여명 정도의 참가자를 예상했으나 참가신청이 폭주하여 약 200여명이 전국에서 몰려들어 진행에 애를 먹을 정도로, ‘이미 그 때’ 생태관광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물론 그 이후 후속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흐지부지되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생태관광의 논의나 개념, 추진전략에 대한 논의는 최소 1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작년 11월부터 개념이 시작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것. 사실 어제 발표된 정부의 정책이라는 것도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그 필요성이 강조돼 온 내용들을 나열한 것에 불과했으니 하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생태관광을 어떻게 이해하여 주창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 자체만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 배경과 의도야 어떻든 정말 이번 기회에 생태관광이 ‘제대로’ 정책화되고 확실히 추진 실행되었으면 좋겠다. 자칫 생태관광이 생태를 오히려 파괴하는 우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

제주도에 바란다 : 생태관광의 메카 제주를 꿈꾸며

2002년 당시 이 행사를 제안하고 제주에 유치하게 된 배경은 UN이 지정한 ‘세계생태관광의 해’임에도 제주는 물론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한 어떠한 행사도 준비되고 있지 않았으며, 제주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국내는 물론 동아시아 생태관광의 메카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함에도 이러한 가능성이 공론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정책담당자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제주는 하드웨어 위주의 관광개발에만 목을 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경기도와 강원도는 DMZ생태관광을 정부차원의 생태관광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환경부와 문화부는 이들 지역에 대한 팸투어를 실시하고 있으며 각각 ‘DMZ 생태관광 프로그램’과 ‘PLZ(Peace Life Zone, 평화생명지대) 광역관광개발계획’을 개발 수립해 나가려 하고 있다. 경상남도 또한 람사르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우포늪 생태관광 플랜을, 순천시 또한 순천만 슾지 생태관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가 녹색성장을 제일의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듯이 생태관광 또한 관련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환경부, 문화부, 산림청 등 각각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트레일(걷는길) 조성 사업이 그 일단이며, 심지어 최근에는 기획재정부조차 생태관광을 들고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지난 2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재정전략회의에서 확정된 ‘신성장동력 종합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고부가 서비스산업 분야 세부추진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중 MICE·융합관광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갯벌, 비무장지대(DMZ) 등을 생태관광지로 조성하고, 생태관광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평화의 섬’ 제주, ‘세계자연유산’ 제주야 말로 생태와 평화를 연계한 생태관광의 최적지 임에도 아직도 우리의 발걸음은 느리기만 하다. 이런 추세라면 제주 생태관광은 후발주자로 설 가능성조차 없지 않다. “대한민국 아니 동아시아 생태관광의 메카, 제주” 이 꿈을 꿔 온지도 10여년이 지난다. 함께 꾸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더 늦기 전에 함께 꿈을 꾸자. <제주의소리>

<이지훈 편집위원.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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