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장에서 마술사로…마술은 새로운 운동 "사람들에게 희망ㆍ재미ㆍ즐거움줘야"

   
유리겔라.데이비드 카퍼필드.이은결의 공통점은? 누구나 알다시피 마술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릴적 TV에 나와 숟가락을 맘대로 휘게 만드는 신비한 마술로 우리를 사로잡았던 '유리겔라', 사람들을 공중에 부양시키는 화려한 마술의 데이비드 카퍼필드, 국제마술대회에서 2위를 차지해 일약 한국의 마술을 세계에 알린 이은결.

마술사 이은결씨 이후 또 다시 우리나라에 마술(magic)열풍이 불고 있다. 이제 웬만한 공연에는 마술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000여명의 프로마술사들이 있다. 그럼 우리 제주에는 몇명이 있을까? 전국의 1%로 환산하면 10명이겠지만 프로마술사는 불과 3명이다.

이들 중 제주출신 중 최초의 프로마술사로 활약하고 있는 강신씨(32)를 만났다. 오는 13일 3번째 정기공연을 앞두고 강신씨는 하루 6시간씩 맹연습에 돌입하고 있었다.

강신씨는 마술를 "보는 사람이 재미있고, 즐거워야 한다"고 정의했다.

어떻게 마술을 시작하게 됐느냐는 물음에 강씨는 "2000년 인터넷을 통해 틈틈히 재미로 배우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매력'을 느끼고 2003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며 "프로마술사협회로부터 공인을 받고 03년 12월에 첫 콘서트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본격적인 마술을 하기 위해 '매직펀'(magic fun)이란 마술단체도 처음으로 만들었다.

강씨는 대학시절까지만 해도 소위 말하는 '운동권'이었다. 97년도에는 제주대학교 자연대 학생회장까지 역임한 바 있다.

보통 학생운동을 하면 다음 진로가 보통 시민사회단체 활동으로 이어지는데 강씨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강씨는 "학생회장을 그만두고 나서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곳에는 저 말고도 다른 사람이 충분히 활동하고 있었다"며 "저는 다른 관점과 방향에서 보다 대중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활동의 방향이 마술"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강씨의 마술은 '사회운동'의 일환인 셈이다. 그는 마술사의 길로 입문한 뒤 '매깨라'라는 마술동호회를 만들었다. '매깨라'라는 의미는 '매직의 정신을 깨우쳐라'의 준말.

강씨는 "지금 우리의 활동은 상업적인 활동이 많다"며 "하지만 제주지역에서 어느 정도 마술이 대중적으로 정착되게 된다면 소외된 이웃을 위한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강씨를 비롯한 '매직펀' 식구들은 한달에 한번꼴로 보육원 등을 대상으로 무료공연을 펼쳐오고 있다.

   
강씨는 아직도 제주지역에서 '마술'에 대한 인식이나 인지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오죽하면 03년 처음 '마술 콘서트'를 시작할 때에는 '마술'이란 가수가 '콘서트'를 하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단다.

강씨가 만든 매직펀은 현재 인터넷팀(www.magicfun.net), 공연팀, 바팀 3개의 팀으로 구성돼 있다. 인터넷과 공연은 강씨가 대표를 맞고 있고, 시청에 있는 바는 실장을 맡고 있다.

매직펀 인터넷은 마술 홈페이지 중 네이버 검색 순위 10위 이내에 든다고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다.

마술로는 아직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에 평소에는 학원강사를 뛰기도 한다는 강씨. 그는 향후 계획을 묻자 "일년에 두번 정기공연을 벌이고, 서울을 제외한 지방공연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씨는 "마술은 자기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면 무대 위해서 갖는 마음가짐도 달라진다"고 거듭 자신의 마술철학을 강조하기도 했다.

강씨는 프로마술사 이명훈씨와 함께 오는 13일 오후 1.4.6시 등 3회에 걸쳐 한라대학 한라아트홀 대극장에서 '마술의 제왕-마술콘서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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