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영의 뉴욕통신] '뉴욕 아줌마들'의 극성?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3박 4일 동안 도미니카 리퍼블릭이란 중미 섬나라 한 휴양지(Resort)에 아내와 친구들 모두 15명이 휴양차 다녀왔다. 뉴욕에서 그곳 까지는 항공편으로 3시간 반 정도 걸렸다.

에메랄드 바닷빛에 몇년 만에 몸과 맘도 담그다 왔다. 내가 사는 이곳 뉴욕 기온은 섭씨로 영하 10도가 되는 맹추위인데 그곳은 약 25도 가량 봄날 같았다. 내 고향 모슬포 바닷바람만큼 거칠었지만, 이상하게도 파도는 멀치감치에서 놀고 해변에와 닿지 않는 게 신기했다.

숙소인 호텔에 여장을 풀자 손목에 노란띠를 하나씩 표식을 해 주었다. 이 띠를 두른 사람들은 리조트 어딜 가도 먹고 마시는 일 그리고 노는 일들이 모두 '공짜'(free)다. 물론 특별한 행사는 제외, 별도 요금이 붙는다. 두 칸짜리 열차모양의 자동차가 다니는데 이곳 저곳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

해변가 모래사장에서는 여러가지 춤과 요가 그리고 스쿠버 다이빙도 가르쳐 주는 팀이 있었다.

리조트에서 즐기던 일행 중 10여명이 이탈하여 주민들이 사는 재래시장에 쇼핑을 나갔다 돌아와서는 배꼽잡으면서 웃었다.

한 옷가게를 찾아갔었는데, 물건값을 너무 후려치는 바람에 그곳 종업원이 스페인말로 쌍욕을 했던 모양, 일행중에는 남미에 오래 살아서 스페인말을 잘 하는 리더격 아줌마가 있었다. 당장 주인에게 항의를 하고 야단을 쳤다. 그리고 뒷 날도 다시 몰려가서 또 항의를 하고...그 종업원과 주인은 아주 곤경에 빠뜨렸다는 것이었다.

뉴욕시내에서도 한국동포들이 종종 이런 봉변을 당한다. 흑인 손님들에게 무례하게 한국말로 대하다가 그 상대방이 한국말로 대꾸하면서 점잖게 타이를 때이다.

수년 전 스위스에 단체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안내원이 소개하는 스위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보기에 상당히 무뚝뚝하다고 했다, 그러나 누가 위기나 곤경에 빠졌을 때는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준다고 했다.

이 말이 끝나자 마자 마치 실증이라도 하듯 한 사건이 벌어졌다. 저녁 무렵 버스 기사가 다른 나라에서 와서 그랬는지 길눈이 어두워서 어두컴컴해지자 헤매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한 승용차를 세우고 길을 물었다. 어린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자기 길을 가던 아줌마가 선뜻 앞장서 갈 터이니 버스 기사더러 따라 오라고 했다. 우리 일행들이 찾아가는 숙소까지는 한 20분 이상은 족히 가는 길이었다. 호텔 앞에 이르러서 그 승용차를 몰고 안내한 아줌마는 '즐거운 여행 보내라'고 인사하곤 유유히 사라져 갔다.

참 감동스런 순간이었다. 나는 이 장면을 비디오로 처음부터 끝까지 녹화해 두었다, 고향에 돌아가서 학생들에게 보여주려고. 과연 '관광 1등국' 시민들은 달라도 뭔가 다르구나 생각했다.

이번 겨울 휴양지에서 생긴 일은 너무나도 대조적인 일이어서 적어본다.

'제주의 소리' 독자 여러분들 그리고 고향의 모든 분들 즐거운 설 보내시고요...

오래 전 '나그네'된 사람

도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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