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은 지금 ⑭] Vs. + ... 주민소환 새국면

▲ <한겨레21> 제 762호 화보기사 윤운식 기자가 작성한 화보기사에 실린 사진이다. ⓒ 장태욱

김태환 제주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지난달 27일 제주도민 2만2287명이 주민소환 서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주민소환투표를 신청에 필요한 서명인 수 4만1649명(제주도 내 전체 유권자의 10%에 해당)의 53%에 달하는 인원이다.

그리고 기자가 개인적으로 확인해본 결과, 6월 1일까지 확보된 서명인 수는 소환투표 청구에 필요한 인원의 75%에 해당하는 3만1300명에 달한다. 김태환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이 도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임인으로 등록해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아본 주민들은 하나같이 "서명을 부탁하면 10명 중 8∼9명은 망설임 없이 서명에 응해준다"고 말한다. 김태환 지사에 대한 도민들의 지지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주민소환운동이 활기를 띠며 소환투표가 기정사실화되자 중앙 언론사들이 사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겨레21> 기사에 반색하는 주민들

▲ 윤운식 기자 지난 5월 20일, <한겨레21> 윤운식 사진기자가 강정마을을 찾아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염원을 카메라에 담았다. ⓒ 장태욱

지난 5월 20일 <한계레21>의 윤운식 기자가 강정마을을 찾아와 구석구석을 누비며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뜻을 카메라에 담았다. 윤 기자가 당일 담아간 사진은 원래 5월 27일자에 화보로 실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이 닥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특별증보판'으로 만들어지면서 주간지 발간이 이틀 지연되었다.

윤 기자의 수고에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엄청난 사건으로 인해 강정마을 화보 기사가 없어지지나 않을는지 걱정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화보를 실은 762호 <한겨레21>은 예정대로 발간되었다. 강정마을을 소재로 작성된 '평화의 깃발 든 바람 타는 섬'이라는 제목의 화보기사는 총 4페이지로 되어 있다. 윤운식 기자는 크고 작은 사진 5장을 포함한 화보기사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였다.   

"기지 문제로 마을의 평화는 깨졌다. 그해(2007년) 8월 강정동 주민들은 찬반투표를 했다. 1400여명 가운데 725명이 참가해 680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소용없었다. 군과 도당국은 주민투표 결과를 무시했다. 기지 유치는 어느새 지역발전과 동의어가 돼버렸다. 눈 귀 막은 당국의 일방통행에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삭발이 고작이었다.

지난 4월27일 정부와 제주도는 이른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을 위한 기본협약서(MOU)를 체결했다. 도당국은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주민도, 도의회도, 제주 시민사회도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도지사 주민소환투표 서명운동은 그렇게 싹텄다. 지난 5월14일 서명운동을 시작한 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서명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하루 700명 넘는 도민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MBC <피디수첩>에 이어 <한겨레21>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애절한 사연을 전해주자 강동균 마을회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기사를 돌려보며 반가워했다. <한계레21>이 강정마을 주민들의 뜻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주민소환에 나선 주민들의 의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나선 신문들도 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다.

<동아>와 <조선>, 주민소환운동에 부정적 입장 표명

동아일보는 5월 28일자 '제주 해군기지 무산시키려는 '안보 님비'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제주도는 여론조사를 거쳐 강정마을을 후보지로 선정했고 2007년 6월 노무현 정부가 이를 확정했다"면서,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군인과 가족들이 정착해 일자리가 생기고 주민소득이 높아지고, 제주 해군기지는 '평화의 섬' 제주의 평화와 안정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주민소환운동에 나선 주민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국책사업을 발목 잡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제주도민들에게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공공연한 군사적 위협으로 우리의 안보 상황이 최악으로 내몰리는 형국"이기 때문에, "국가안보가 님비현상('우리 뒷마당은 안 된다'는 지역이기주의)에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현명하게 판단해 줄 것을 당부했다.

동아일보의 행보에 뒤질세라 조선일보도 주민소환운동에 나선 주민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5월 30일자 '국책사업 동의했다고… 제주지사 주민소환되나'라는 제목의 사회면 기사를 내놓았다.

▲ 5월 30일자 조선일보 사회면 기사 조선일보는 5월 30일에 사회면 기사에서 제주에서 일어나는 주민소환운동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 장태욱

이 기사는 "김 지사는 2007년 5월 제주도민 여론조사를 거쳐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수용했"했는데, "당시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54.3%로 반수를 넘었고, 반대는 38.2%였다"고 했다. 그럼에도 "'제주해군기지 반대대책위'는 "민주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반발했고, "지난 4월 27일 국방부·국토해양부·제주도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하면서 이들의 반발은 극에 달해", "제주지역 29개 단체와 정당, 종교계로 구성된 '김태환 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지난 6일 기자회견과 함께 주민소환 서명운동에 들어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 이어 6월 1일에 '제주지사 소환운동은 주민소환제 본뜻 어긋나'라는 사설을 내 놓았다.

'주민 여론 수렴을 거쳐 중요 국책 사업을 추진한 것을 두고 그 정책에 반대한 단체들이 번번이 단체장 소환 요구에 나서는 것은 주민소환제 취지에 어긋난 일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3월 "주민소환제 청구 사유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하긴 했다지만 국책사업이나 공익사업에까지 마구 남용되면 어떤 단체장도 소신 있는 행정을 펼 수가 없다.'

<동아일보>나 <조선일보>의 기사를 접한 강정마을 주민들은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강동균 마을회장은 해당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로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본질을 벗어난 두 신문의 주장에 주민들 격분

주민들은 두 신문이 해군기지와 관련된 기사와 사설을 쓰면서도 주민들의 본뜻을 제대로 전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두 신문이 도지사가 해군기지 추진 명분으로 주장하는 도민여론조사 결과는 보도하면서도, 2007년 8월 20일에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유치 건으로 치른 주민투표 결과는 애써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주민투표에는 주민 725명이 참가했는데, 개표결과 해군기지 유치 반대가 680명. 찬성이 36명, 무효가 9명이었다.  해당주민 93%가 반대하는 사업을 귀를 막고 밀어붙이는 도지사의 행보를 두 신문은 마치 '소신 행정'인양 감싸고 있다.

또, <조선일보>는 "지난 4월 27일 국방부·국토해양부·제주도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하면서 이들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반발 사유는 기록하지 않고 있다.

당시 제주도지사는 정부와 기본협약서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도의회와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는 독선적 행보를 보였고, 협약서 내용에 '남부탐색구조부대'를 언급하는 조항을 삽입하여, 제주도내 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가 들어설 빌미까지 남겨놓았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보도가 김태환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도내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의 본의가 잘못 전달될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 신문의 덕택에 주민소환운동이 더 바람을 탈 것이라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년간 우리 유권자들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파악하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