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후보자원 난립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TF 필요

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은 지난 9일 공주·부여 역사유적지구, 남한산성 등 7건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인 창녕 우포늪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신규 등재하기로 최종 확정하였다.

▲ 창녕 우포늪 ⓒ구글사이트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세계유산이 되기 위한 예비목록으로 세계유산적 가치가 있는 유산들을 목록화하여 향후 충분한 연구와 자료 축적을 통해 세계 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보조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최소 1년 전에 잠정목록으로 등재된 유산만이 세계유산으로 신청할 자격이 부여된다. 달리 말하면 지역 예선을 통과한 '세계유산 후보지'라고 할 수 있다.

금번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 추진할 문화유산은 남한산성, 중부내륙 산성군, 공주·부여 역사유적지구, 아산 외암마을, 익산 역사유적지구, 울산 대곡천 암각화군, 순천 낙안읍성 등 7건이며, 자연유산은 창녕 우포늪 1건으로 제주의 경우 이번에 확정된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는 오르지 못했다.

문화재청 '공주·부여 역사유적지구'등 8건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신규 등재 추진

비슷한 시기인 지난 8일 해녀박물관이 개최한 제4회 해녀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는 '해녀'와 '칠머리당굿'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제주해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 추진하자는 의견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필자가 기억하기로는 제주대 고창훈 교수가 오래전 부터 제기한 주장으로 알고 있다.

또한 3개월 전인 지난 3월 3일에는 서귀포시가 가파도 고인돌군(群)을 제주도 지정 문화재로 신청하면서, 제주도지정 문화재 지정이 이뤄지면 오는 8월 문화재청에 국가지정 사적 등록도 추진하고, 등록된 이후에는 범시민 세계문화유산 등재추진위원회를 구성,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성읍민속마을 ⓒ제주의소리 DB
이보다 3개월이 앞선 지난해(2008년) 12월 19일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2010년 한국의 민속마을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민속마을이 위치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의 민속마을은 성읍민속마을과 강원도 고성의 왕곡마을, 충남 아산의 외암마을,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 경주의 양동마을, 성주의 한개마을 등 6개 마을이며 지난해 전국민속마을협의회가 결성됐다. 그런데 이중 아산 외암마을 만이 단독으로 잠정목록으로 올라갔으니 제주로서는 머쓱함 이상일 것이다.

그에 앞선 지난해 1월 25일 제주도는 성읍민속마을을 2015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전통초가 원형 복원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한 적도 있다.

이 외에도 지난 2006년 12월 12일자 제주의소리 기고를 통에 박경훈 전통문화연구소장은 흑룡만리 제주돌담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자는 주장을 하여 주목을 끌었다. 박소장은 여기서 1992년 열린 WHC 제16차 총회가 주목한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 개념에 의거 제주돌담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는다고 주장했었다.

이 외에도 제주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자는 주장도 있다.

세계문화유산 후보 난립 : 해녀, 칠머리당굿, 가파도 고인돌군, 성읍민속마을, 제주돌담, 제주어 등

주목할 것은 이렇게 제주에서만 세계문화유산 등록 가치가 있다고 거론되는 문화유산이 6개(해녀, 칠머리당굿, 가파도 고인돌군, 성읍민속마을, 제주돌담, 제주어 등)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제주에는 독특할 뿐만 아니라 탁월한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 제주해녀 ⓒ제주의소리 DB
그런데 이러한 자랑스런 문화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서는 이렇게 제각각 체계도 없이 추진해나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세계자연유산의 등재가 치밀한 준비와 전략, 도민들의 일치된 성원을 통해 가능했던 것처럼, 다시 세계문화유산 등재란 커다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를 조직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추진할 주체 형성, 예를 들어 민관학 공동의 TF구성이 우선 필요하다. 

다음으로 가장 먼저 검토해야할 것은 전략의 구성으로 그 중에서도 우리 내부의 중지를 모으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문화유산들이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세계유산의 선정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인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정말 가지고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며, 거론되는 문화유산 외에 다른 자원('오름', '돌문화공원' 등)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문화유산 후보가 됨 직한 소재를 선정함에 있어 국내외 전문가들의 자문은 필수적이며, 모든 문화유산들을 객관적으로 스크린한 후 가능성과 현실성을 고려 '순위를 매겨'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혼선은 불가피하며, 혹여 "여러가지를 여러기관에서 추진하다 보면 하나라도 걸리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는 "제주문화유산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와도 다를 바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세계유산 등재에는 원칙적으로 '패자 부활전'이 없다는 점. '보류' 혹은 '보완' 결정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런 자격조차 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오면 해당 문화유산은 영원히 재신청을 할 수 없다(연합 09-02-03)"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 이지훈 (사)지역희망디자인센터 부설 세계유산연구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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