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미의 제주여행] 사계해안도로에서 모슬포항까지…

▲ ⓒ양영태
제주시에서 서부관광도로(95번 국도)를 따라 가다 덕수리를 지나면 산방산 기슭에 닿고, 산방산 기슭 바닷가에는 그림 속 마을처럼 사계리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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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사계리 포구인 '성창'에서 산이수동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제주섬의 해안도로 중 그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다른 곳의 해안도로는 여러 가지 시설물로 인해 시야가 막히고 어떤 곳은 도로와 해변이 떨어진 곳도 있지만 이 곳은 시야가 훤히 트인 모래 해안선과 바다 위에 떠 있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형제섬, 그리고 산방산과 그 너머 보이는 한라산, 송악산 등 사방이 어우러져 제일가는 풍경을 자아낸다.
그래서 제주에 관광 온 사람들이 꼭 거쳐가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이렇게 매립되어 전형적인 개발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사계리 포구도 예전에는 물이 흐르는 모래톱에 갈매기들이 앉아 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제주섬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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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를 지나 조금 가면 모래해안이 이어진다.
도시에서의 답답한 마음은 이 곳 해안에 도착하는 순간 불어오는 해풍에 실려 사라진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쪽빛 바다와 그 위에 떠 있는 등대, 그리고 섬. 이 곳 사계리 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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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에 주저 앉아 바닷가에서 노니는 갈매기 한쌍에 눈을 빼앗기면 내 몸은 어느새 무릉도원의 바다에 빠져 있고,
그러나, 그렇게 풍경에만 정신을 빼앗기면 진정한 여행을 맛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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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도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현상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해안체육공원이 있고, 그 앞 해안이 동물발자국화석 산출지이다
그런데 지금은 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되어 내려가 볼 수 없고, 보호철책 시설공사가 한창이다.
조만간 전시장을 건립하여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고 하니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릴 수 밖에 ….
그 밖에도 해안선을 따라 여러 가지 지질현상들을 볼 수 있으나 전문가가 아니면 사실 어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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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수동에 다달으면 마라도를 오고 가는 선착장이 있고 그 앞에는 유명 드라마가 촬영된 곳이라는 입간판이 서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부추기고 있다.
유람선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파도가 높아 운항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 ⓒ양영태
바닷가로 내려가 송악산 해안단애 밑에 가면 인공동굴들을 볼 수 있다.
일본군들이 제2차세계대전 말기에 최후의 방어를 위해 제주도 전역에 파 놓은 지하요새 중의 하나이다.
이 동굴들은 어뢰정을 숨겨놓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빼앗긴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보존하고 가르쳐야 할 곳인데 역사에 대한 안내문은 보이지 않고 드라마 촬영장소가 우선이다.

▲ ⓒ양영태
송악산 일대는 한 때 개발과 보존이라는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문제로 갈등이 빚어졌고 그 문제는 지금도 매듭이 지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송악산과 알오름 사이로 새로 만들어지는 도로 위에서 보이는 풍경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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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수동을 지나 모슬포 방향으로 가다 농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드 넓은 평야가 나오는데 이 곳이 일본군이 만들어 놓은 알뜨르 비행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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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지금은 농사를 짓고 있는 밭에는 비행기를 숨겨두었던 수많은 격납고 시설이 남아있다.
오래지 않은 시절, 척박한 토지와 열악한 자연을 헤치고 살아가기도 힘겨운 시절에 비행장과 격납고, 진지동굴을 만들기 위해 강제로 동원된 제주사람들의 고통은 얼마나 했을까?
우리는 지금 과거 제주인의 한을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이 곳에 서면, 혼자서만 감당하고 인내하고 극복하면서 밖으로 내비치지 않는 제주인의 마음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 ⓒ양영태
알뜨르비행장을 지나 바닷가로 나가면 송악산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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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해안의 검은 모래사장에서는 새발자국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시간이 있으면 한번 찾아보는 것도 산 교육이 되지 않을까?

▲ ⓒ양영태
알뜨르비행장에서는 겨울감자 수확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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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수동에서 하수종말처리장을 거쳐 모슬포까지 새로운 도로가 개설되고 있다.
모슬포항까지 이어지는 이 도로가 완공되면 또 다른 해안도로가 되는 것이다.
이 도로의 중간 쯤 소나무숲을 뒤로 하여 해수욕장이 있다.
아직 제 철을 만나지 못한 해수욕장은 썰렁하기만 하지만 이제 여름이 되고 도로가 완성되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를 것이리라.

▲ ⓒ양영태
오늘 여행의 기착지는 모슬포항.
매립공사와 도로포장이 한창인 모슬포항에는 수많은 갈매기가 나그네를 반긴다.

※ 양영태님은 '오름오름회' 총무, 'KUSA동우회 오름기행대' 회원입니다. 이 글은 양영태님의 개인 홈페이지  '오름나들이(ormstory.com) 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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