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남보육원 문순실양, 일본 문부성 장학생 선발…4월 일본행

18살의 꽃다운 나이에 친구들로부터 ‘할망(할머니의 제주말)’이라고 불리는 아이.

부모의 얼굴도 모르고 세 살에 보육원에 맡겨지면서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순실이는 항상 꿈을 꾸고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의 꿈을 위한 열정이 어찌 보면 다른 이들에게 불리하게 비춰질 환경을 조금씩 변화시켜나갈 수 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 일본 문부성 주관 '전수학교 장학생 선발시험'에 합격해 오는 4월 디자인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가는 문순실양.ⓒ제주의소리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문순실양의 꿈은 디자이너다. 그 꿈을 위해 그녀는 올 4월 일본으로 떠난다.

지난해 8월 일본 문부성이 주관한 ‘전수학교(專修學校) 장학생 선발시험’에 응시, 올 1월에 합격소식을 전해 들었다.

일본의 전수학교는 직업 관련 전문기술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으로 우리나라의 전문대와 비슷하다.

“인터넷을 하거나 잡지를 보면 온통 일본 디자인들이다. 일본의 디자인이 우수한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이를 능가하는 디자인을 꼭 만들겠다”는 순실이는 일찍부터 꿈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혼자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 고2 때부터는 일어학원을 다녀 이미 일본어능력검정시험에서 2급을 딴 상태.

문양은 “보육원 생활이라는 것이 단체 생활이라 개인적인 계획을 갖고 생활하기 힘든 점이 많지만 주말이나 연휴 등 시간이 자유로울 때를 활용해 틈틈이 책도 읽고 공부도 했다”며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노래방 가서 노래도 부르고 PC방에서 게임도 한다”고 말할 때는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18살 소녀다.

하지만 “부모나 친척이 없는 나에게는 지식이 유일한 재산이므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할 때는 철없는 18살이 아닌 듯 하다.

그녀는 4월에 일본으로 건너가 1년간 일본 문부성에서 지정한 아카데미에서 어학연수를 받은 뒤 다시 2년간 도쿄디자인학교에서 2년간 공부하게 된다.

“디자인의 분야는 다양하다. 그에 대한 진로는 진학 후 상담 등을 통해 내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 가겠다”는 문양은 이번 대입에서 제주대학교 일문학과에도 합격했지만 일본행을 선택했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내가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고 또 잘할 자신도 있다”는 그녀는 “힘든 상황에서도 어렵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면서 노력하면 극복 못할 것이 없다. 오히려 힘든 것을 극복해 나가는 것에 대한 또 다른 즐거움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일본으로 유학 가는 아시아지역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전수학교 장학생 선발시험’에 합격한 문양은 3년동안 학비가 면제되고 월 13만5000엔(약 135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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