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지기 김순호씨…울트라마라톤 그랜드슬램 달성 사연
"소장한 기념티, 아름다운마라톤대회에 기증하고 싶어"

울트라 마라톤을 닮은 산 사나이 김순호. 그는 체력이 이만저만 좋은 게 아니다. 그도 그럴것이 한라산 국립공원에 나무 계단을 비롯한 이런 저런 살림을 보수하는 일을 하고 있어 매일 한라산을 타고 오르는 그다. 한라산이 만든 체력이니 어디 내 놔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울트라마라톤협회가 공인한 울트라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바 있다. 2006년 ‘한반도 횡단코스’ 308km, 2007년 ‘대한민국 종단 A코스’ 622km를 주파했으며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한 마지막 대회로 2008년 ‘울트라 마라톤대회’ 537km를 모두 제한시간 내에 돌파했다. 이 세종목을 주파하면 울트라마라톤협회의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되는데 제주인으로서는 처음이다.

▲ 국토종단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김순호씨. ⓒ이동주씨 제공
울트라 마라톤 대회. 일반인으로서는 그 긴 거리를 걷는 것도 아니고 뛰어간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그래서 끊임없이 '소소한'(?) 질문이 이어지고 말았다.

- 잠을 자긴 하나요?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던 ‘울트라 마라톤대회’(537km)를 기준으로 말하면 하루에 평균 10분 정도 잤습니다. 6박 7일동안 달리는 경기인데 10분 정도 자고 나머지는 달리다가 걷기를 반복합니다.

- 끼니는 어떻게 해결 하나요?
울트라 마라톤 대회를 하려면 에너지를 많이 보충해줘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네끼 이상 먹습니다. 어떤 사람은 5, 6끼도 먹습니다. 보통 5시간마다 끼니를 챙긴다고 보면 맞습니다. 밥은 보통 식당에서 먹거나 50km마다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해 놓는 간단한 음식을 먹습니다.

- 울트라를 뛰다가 먹었던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던 건 어떤게 있나요?
지난번 울트라 마라톤대회에서 자원봉사자가 준비했던 ‘된장국’입니다. 된장국이 울트라 마라톤하는 사람들의 피로를 푸는 데 좋고 그 맛도 아주 시원해 기억에 남습니다.

- 옷이나 신발이 금새 헐 것 같은데요.
네. 때문에 100km 단위로 옷을 갈아 입습니다. 특히 지난번 ‘울트라 마라톤대회’는 매해 7월 한 여름에 진행돼 옷이 소금에 절여집니다. 신발도 새 신으로 두 번이나 갈아 신었습니다. 한번 뛰면 그 신은 버려야 합니다.

울트라 마라토너들은 신발 앞 부분을 일부러 잘라 개방한다. 발이 퉁퉁 부어 물집이 심하게 잡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온 몸은 검지손가락만한 땀띠로 뒤덮힌다. 게다가 울트라마라톤은 보통 4박에서 6박정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여름 휴가를 오로지 달리는 데 반납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이런 고통을 감내한 후에야 완주의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매번 다시는 울트라 마라톤을 하지 않을거라고 다짐하지만 곧 잊어버린다. 이런 그를 5년동안 옆에서 쭉 지켜봐온 이동주 씨는 ‘포기를 모르는 순수함’이라고 표현한다.

▲ ⓒ이미리 기자
“달리기만 해서인지 순수하고 맡은 일도 우직하게 열심히 합니다. 직장에서도 인정받고요. 오로지 취미는 달리기 하나예요. 술담배도 안하죠.”

김순호씨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워낭소리’가 생각났다. 한 눈 팔지 않고 우직하게 한 길을 가는 순수한  ‘소’의 모습이 겹쳤다.

그는 매일 한라산 등반로를 보수하며 자연스레 등산으로 다져진 강인한 체력을 가지게 됐다. 어쩌면 요즘 젊은 이들은 힘들다며 진작 피했을 지도 모를 그 일을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이런 점 역시 울트라마라톤을 뛸 수 있는 준비된 정신력이라 할 수 있다.

또 주말에는 어리목에서 이어지는 1100도로를 주무대로 주말 훈련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이런 소같은 성실함은 어찌보면 한라산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오는 9월 27일에 열리는 ‘제주 국제 아름다운 마라톤대회’와 10월 강원도 영월군에서 열리는 ‘동강250리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기부와 나눔‘을 표방하고 있는 아름다운마라톤대회에서 김 씨는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100장이 넘는 마라톤 기념티 중 일부를 기부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

또 내년 9월에 열리는 그리스 스파르타슬론 246km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해외 마라톤 경기를 참가해 본 적이 없는 그에게 그리스는 꿈의 무대다. 잘 알려져 있듯이 ‘마라톤’의 세계적 기원의 본고장이 그리스 아니던가. 승전보를 알리기 위해 42.195km를 달렸던 그 길에서 ‘김순호씨의 승전보’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기 : 김순호씨는 69년생으로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에서 태어나 줄곧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현재는 세계자연유산본부 소속이다. 2004년 동료의 권유로 도내 마라톤 클럽인 '런너스 클럽'에 가입하면서 마라톤과의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길고 짧은 마라톤 대회를 통해 획득한 완주증만 200개가 넘는다. 지금은 마라톤 풀코스는 몸풀기로 달린다는 김씨는 첫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했을 때 흘렸던 눈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는 순수한 사나이다.

<제주의 소리>는 앞으로도 김순호씨와 같은 멋진 마라토너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독자분들 주변에 '아, 이 사람의 마라톤 인생은 알리고 싶다'하는 마라토너가 있다면 제보해 주세요. 꼭 마라톤 풀 코스를 수백회씩 뛰지 않아도 좋습니다. 마라톤 초보자, 마라톤을 통해 꿈을 펼치려는 분들, 마라톤이 단순히 '달리기'를 넘어 '풍부한 삶'을 의미한다는 분들...모두 모두 환영합니다. 전화=712-7021. 웹메일=webmaster@jejuso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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