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GO!GO!] '가롤로의 집' 식구들의 천방지축 마라톤 이야기

마라톤의 매력이 뭐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완주 후의 성취감’을 꼽는다. 달리기를 멈추고 고통을 ‘정지’시키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며 달려온 이들은 ‘완주의 기쁨’을 충분한 포상으로 여긴다.

이는 100km 울트라마라톤이나 42.195km 풀코스 경주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단 5km의 완주로도 세상에 대한 ‘자신감’을 얻는 이들이 있다. 바로 ‘가롤로의 집’ 식구들이다.

‘가롤로의 집’은 지적장애인 30여명이 생활하고 있는 가톨릭계 사회복지법인이다. 초등학생부터 6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 있는 그야말로 ‘대가족’인 셈이다.

▲ 1년에 3~4번 정규 마라톤 대회 5km 코스를 달린다. ⓒ가롤로의 집 제공

이들이 처음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우연하게도 2005년 영화 ‘말아톤’이 개봉하던 때였다.

마라톤 서브스리를 목표로 하는 ‘초원’이라는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로 ‘가롤로의 집’ 식구들이 유독 재미있게 봤다. 사실 지적장애인들은 초등학교 2학년 대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 긴 영화를 끝까지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생활지도사가 ‘초원이는 여러분과 같은 지적장애인이예요. 초원이처럼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하고 설명을 보태자 '말아톤'은 ‘가롤로의 집’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가 됐다.

이후 ‘가롤로의 집’에는 15여명의 ‘초원이’가 생겨났다. 이들은 매주 한 번씩 근처 공원에 이르는 30분 코스의 조깅과 걷기를 진행하고 있다.

약 1km 구간으로 비장애인에게는 별것 아닐 수 있는 길이도 상대적으로 호흡기관과 몸이 약한 장애인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거리다.

또 감정 기복이 심한 특성상 운동에 나섰다 해도 기분 상태에 따라서 ‘더워서 못한다’ ‘힘들다’ 등등의 핑계를 대가며 빠져나가려는 웃지 못할 상황도 많다고 한다.

▲  ⓒ가롤로의 집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라톤은 ‘가롤로의 집’에 작은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마라톤은 다같이 모여서 호흡을 같이 한다는 기쁨을 이들에게 선사했다. 또 체력이 약한 장애우들은 근력을 키워 건강한 생활을 지켜갔다.

특히 화나면 바로 싸움으로 번지고 또 직장을 다니더라도 쉽게 포기하는 등 끈기가 부족했던 이들에게 '힘든 일도 해야하고, 그것을 해냈을 때는 기쁨이 따라온다'는 생각도 심어주게 됐다.

정기적인 훈련과 함께 1년에 3~4번 마라톤대회에도 참가한다. 최근에는 감귤마라톤대회와 MBC 마라톤대회에도 참가했다.

보통 5km를 뛰는데 보통 15명 중 3명 정도만이 완주를 하는 힘든 거리다. 하지만 걸어서라도 완주를 한다는 목표로 완주점에 도착하기에 5km의 짧은 구간도 비장애인들의 42.195km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힘들게 5km 풀코스(!)를 완주하고 나면 피니시 라인 부근에서 지켜보던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도착하게 되는데 여느 마라톤 경주자와 같이 '가롤로의 집' 식구들에게는 이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특히 지적장애인들은 사회생활에 익숙치 않아 자신감이 없고 항상 주눅들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 속에 완주를 해냈다는 자부심은 ‘마라톤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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