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장 남발’ 전국 최초 경고…지자체 무분별한 표창장 수여에 ‘경종’

지난해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자치단체장의 선심성 기부행위가 엄격히 제한된 가운데 자치단체 직무와 관련 없는 인사에게 표창장을 준 김태환 지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관위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김태환 지사에 대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행위로 경고조치를 취했다고 16일 밝혔다.

도 선관위는 김태환 지사가 1월21일부터 28일 사이에 열린 시·군 재향군인회 등 4개 법인과 단체 등의 내부행사에서 이 단체의 회원 18명에게 도지사 명의의 표창을 수여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1월말 전국의 자치단체에 대해 공직선거법을 준수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 가운데 자치단체장의 표창장 수여행위에 대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개 공고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그 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자치단체장의 표창장 남발에 대한 경종을 울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도내 각 자치단체마다 법적 근거가 없거나 해당 자치단체의 직무와 관련이 없는, 또 공익성이 없는 인사들에 대해서도 매해마다 수 백 명씩 표창장을 수여해 ‘선거를 의식한 선임성 행위’라는 지적을 받아 온 현실에 비춰볼 때 이번 선관위의 경고로 기존의 관행에 강력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112조(기부행위 정의 등)은 당해 선거구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에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의 제공해위는 기부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또 규칙 50조에는 구·시·군 이상의 행정구역단위의 정기적인 학술·문화·예술·체육 또는 환경 기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사에 의례적인 범위 안에서 상장과 부상을 수여하는 행위를 제외하고는 기부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다만,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사업계획과 예산으로 행하는 법령에 의한 금품제공행위와 자치단체가 자체사업계획과 예산으로 대상·방법·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조례에 의해 포상과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자치단체의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사의 표창장 수여는 물론, 법령에 근거하지 않는 기관·단체 등에 대한 예산지원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제주도선관위가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자치단체장의 표창장 수여, 각종 기관·단체, 마을 행사에 대한 예산지원을 강력히 규제함에 따라 공직선거법을 지켜야 하는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이 같은 법 취지를 이해하지 못해 자신들의 기관·단체 유공회원들에게 자치단체장이 표창장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해당 자치단체에서 난색을 표명할 경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 선거법과 관행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모 자치단체의 관계자는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표창장 수여나 몇 백만원 단위의 예산지원을 법으로 금지토록 해 공무원들로서는 법을 지킬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우리가 마치 표창장이나 예산을 갖고 유세를 떠는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도 많아 곤혹스럽다”고 털어 놓았다.

또 선관위가 자치단체의 선심성 행위에 대해 강력히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선관위에 전화를 걸어 “관행적으로 해 오던 것을 왜 갑자기 못하도록 막는 것이냐”며 항의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선관위측은 이에 대해 “선관위가 모든 것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현행 선거법을 통해서도 지방자치단체가 일반 선거구민에게 금품이나 음식물 제공 등의 기부성이 없는 각종 행사개최와 수용보호시설, 장애인복지시설, 중증장애인 등에 자선·구호금품을 제공하거나 자선사업을 주관·시행하는 법인·단체 등을 통한 불우이웃 돕기 등은 얼마든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다만 차기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자신의 얼굴이나 이름을 알리게 하기 위해 선심성 행사를 벌이거나 각계각층에 지원 사업을 벌이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 선거법의 취지”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또 “선거법에 규정된 이 같은 최소한의 규제마저 풀게 된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 행사 등이 남발될 우려가 크고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선심성 예산 남용으로 주민은 물론 지역발전에 큰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자치단체장은 물론 이제는 유권자들도 투명하고 깨끗한 선거, 자치단체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최소한의 장치에 대해서는 이해를 해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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