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GO!GO!] 생애 첫 마라톤 풀코스 무대 '아름다운마라톤대회' 준비중인 농아인 마라토너 고은실씨

전국농아인체육대회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고은실씨를 만난 곳은 삼양 선사유적지였다. 고씨는 삼양이 산과 바다 모두를 욕심껏 품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하는 삼양 아가씨다.

삼양 해안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달려 사라봉까지는 10km. 이 길을 고씨는 일주일에 두 번에서 세 번을 왕복한다. 전국농아인체육대회를 넘어 장애인체육대회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 마라톤대회 참가중인 고은실씨. ⓒ제주의소리
사실 고씨는 아직 마라톤 풀 코스를 뛰어본 적이 없다. 지난 2009년 전국농아인체육대회에서는 1500m 트랙과 10km 도로를 뛰었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라면 풀코스에 욕심이 나죠. 저는 단축 마라톤을 해온 셈인데 그걸로는 마라톤을 한다고 얘기 하기가 부끄럽습니다.”

이미 금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그녀의 도전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녀의 끊임없는 도전이 가능한 이유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좋은 파트너, 또 하나는 단련된 체력이다.

고씨는 자신의 도전에 날개를 달아주는 동반자들이 있어 든든하다고 말한다.

“지난 농아인마라톤대회에서 인천 송기홍 선수를 만난 것이 행운이었어요. 당시 남자부 금메달을 따셨는데 저처럼 한쪽 귀를 실청하신 분이어서 동질감에 친분을 맺게 됐죠. 송 선수는 실업 선수 출신이라 체계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갖고 계세요. 준비운동부터 스트레칭, 20분 운동하고 또 스트레칭, 웨이팅하고 스트레칭하고... 엘리트는 다르더군요. 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10km를 넘어 마라톤 풀코스를 준비하고 있는 고씨에게는 무엇보다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들이 든든한 ‘백’이 되고 있다고 한다. “42.195km를 안전하게 완주하는 것은 그저 ‘준비, 땅!’하면 뛰고 끝나는 것이 아니거든요”

고씨는 이를 위해 도내 마라톤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스트 탑 마라톤 클럽에서 화요일, 일요일에 같이 운동을 하고 있어요. 화요일에는 운동장에서 ‘지속주’를 뜁니다. 지속주란 트랙 한 바퀴를 2분에 뛴다면 15-20바퀴를 같은 시간대에 주파하는 겁니다. 마라톤을 뛰다보면 반환점을 돈 후에 심리적으로 지치기 쉬운데 이때 지치지 않도록 지구력을 길러주는 훈련입니다. 이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고씨의 든든한 백그라운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그녀의 타고난 건강 체력이다.

사실 그녀는 10년 이상 경력의 열혈 에어로빅 강사였다. “와일드하고 숨이 가쁜 운동 스타일이 딱 맞았다”는 고씨.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고비가 찾아왔다. 2007년 9월 뇌출혈로 쓰러진 것이다.

“제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니까 주변에서는 다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건강에는 워낙 자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였고 계속해서 강의가 맞물려 무리가 된 것 같아요.”

다행히 건강체질이었던 고씨는 빠른 회복을 보이기 시작했다. 혈압이 내려가지 않아 예전처럼 좋아하던 에어로빅을 다시 할 수는 없었지만 대신 가벼운 걷기와 조깅을 시작했다.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혈압을 제어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 고은실 씨 ⓒ제주의소리
조깅을 시작하자 기적처럼 혈압이 쭉쭉 내려가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올해 지난 4월에는 담당의사로부터 ‘더이상 병원에 나오지 않아도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든든한 지원군과 심각한 건강상의 위기도 이겨낼 정도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중무장한 고은실씨. 그녀는 “다른 스포츠 게임은 상대와의 싸움이잖아요. 마라톤은 상대와의 싸움이 아닌 자기와의 싸움이에요. 그래서 제일 힘들지만 제일 멋있어요”라고 말한다.

누구보다 자기와의 싸움에 강했던 고씨. 그녀는 이제 동반자들이 있어 장애인체육대회와 마라톤 풀코스 도전에 자신있어 했다.

특히 생애 첫 마라톤 풀 코스 도전 대회가 될 ‘2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마라톤 대회라고 해서 이름이 촌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하지만 나중에 참가비의 절반을 좋은 곳에 기부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아름다운 마라톤 대회’구나 했어요. 취지가 아름다운 이번 대회에서 제 생애 첫 풀코스를 완주 하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사실 고씨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회복하던 시기 첫 출전했던 마라톤 대회도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였다. 아름다운마라톤대회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고씨의 9월에 있을 ‘아름다운 도전’을 기대해 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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