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박사의 경제보고서] 제주사회적 갈등 경제적 손실 2조2500억?

“점심 메뉴를 놓고 얘기 중인 친구 ㄱ과 ㄴ이 있다. ㄱ이 새로 생긴 중국음식점을 추천하자, ㄴ은 간밤에 술을 마셨으니 설렁탕집에 가자고 맞선다. ㄱ은 중국음식점에 가서 짬뽕을 먹으면 어떻겠느냐고 하지만, ㄴ은 짬뽕은 속이 부대낀다며 거부한다. 결국 ㄱ은 설렁탕집에 가는 대신 점심값을 내라고 제안하고, ㄴ이 이에 응해 둘은 설렁탕집으로 향한다 ”.

시사평론가 정관용씨의 말이다. 이렇게 되면 점심메뉴를 놓고 소통한 친구 ㄱ은 6,000원짜리 설렁탕을 공짜로 얻어먹게 되고 친구 ㄴ은 친구와 함께 원하는 음식을 먹어 그가 지불한 점심값 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누가 봐도 윈윈게임이다.

‘소통(疎通)’은 어떠한 것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소통은 지극히 당연한 사회현상이며 오히려 소통이 안되는 것이 비정상적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소통의 부재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세계가 인정하는 IT 강국으로 각종 미디어와 언론매체가 발달했으며 최첨단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가졌지만 우리사회는 민과 관, 집단과 계층, 개인과 개인, 노사간, 심지어 가족내 부부간 소통의 부재와 미숙함으로 인해 적지 않은 혼란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돌문화공원 부부석상
물론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갈등만 부추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반적으로 소통이 잘되면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소통의 부재 즉 불통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심각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에 따르면 “2007년 현재 한국은 OECD 27개국을 대상으로 한 회귀분석 결과, OECD 평균보다 높은 갈등수준으로 인해 1인당 GDP의 27%를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고 한다. 2007년 제주지역 총생산이 8조 696억원이라고 한다면 제주지역의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감귤 조수익의 3.5배, 관광조수익의 90%인 2조2천5백억원에 달한다는 단순한 계산이 나온다.

반면 사회갈등을 계량화시킨 사회갈등지수가 10%하락할 경우 1인당 GDP가 7.1%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하다고 한다. 우리 모두가 부자되는 길은 단하나 서로 소통하여 사회갈등을 축소하는 것뿐이다.

한편 ‘배제의 정치’가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키운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초이다. 사회갈등은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만들고 갈등이 첨예할수록 정책 추진은 더 지연되며 지역 구성원이나 집단 구성원간 지나친 경쟁을 초래함으로써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각종 사회갈등이 제도 내에서 원만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물리적으로 표출됨으로써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사회갈등의 효과적 관리방법은 합리적 토론문화, 서로를 인정하는 대화와 타협, 즉 원활한 소통이다. 이러한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도 소통 당사자간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가 없으면 자신의 입장이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기대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대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해야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

또한 소통은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이다. 소통은 어떤 결론이나 진실, 진리를 찾아가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며 정당성의 근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민주주의가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요시하며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객관성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이유가 이런 연유와 맞닿아 있다.

아울러 참여와 합의라는 소통과정을 거친 결론은 정당한 힘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소통 절차나 방법을 무시하면 곧 사회적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이 사실에서 행정의 요체가 참여와 소통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 가수 자두는 '대화가 필요해'로 히트를 쳤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많아졌고 각종 대화나 토론이 자주 시도되고 있기는 하지만 모두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소통의 기술 미숙이나 소통의 진정성 결여로 인해 갈등의 폭만 키우거나 아예 소통을 포기하는 만드는 경우도 종종 생겨난다.

전화가 보편화되어 있어 우리는 자주 전화로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오히려 전화로 인해 일이 더 꼬이게 되고 차라리 전화안하는 편이 나을 뻔했다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리고 각종 토론회나 공청회, 위원회, 모임, 회의 등에 참석하여 발언하거나 토론하려 할 때 자주 듣는 말이 “짧게 해주십시오” 혹은 “못다 한 말씀이 있으시면 저녁 먹으면서 합시다” 등이다. 그러나 막상 저녁을 먹을 때에는 다른 잡담들을 하거나 식사에만 집중한다.

이러한 어설픈 소통이 아닌 진정한 소통을 말할 때 전문가들은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는 ‘소통의 기술’을 강조한다. ‘소통의 기술’은 ‘마음과 마음’이 부딪쳐 깨어지고 틀어진 관계를, 다시금 ‘마음과 마음’ 간의 소통을 통해 복구하고, 진정한 관계로 탈바꿈시키는 ‘마음의 기술’이자 참다운 소통법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수많은 소통을 하면서 살고 있고, 또한 소통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대화를 하려면 힘있는 사람이 통로를 열어 토론기회를 줘야 한다’고 한다. 즉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먼저 마음을 열어야만 소통은 시작되고 그래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보통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 직급이 높은 사람이, 주도권을 가진 사람이,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먼저 마음을 열어야 소통이 시작되며 그래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소통을 통한 갈등해결은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조급함보다는 대화와 양보를 통해 쉬운 문제부터 풀어나감으로써 상호신뢰를 증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협의 범위를 확대해 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 진관훈 경제학 박사
소통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 ‘변화’해야 한다. 대화나 소통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노력이나 시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불통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인식하며 합리적이고 진정한 소통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고 불통으로 인한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이것이 지역사회의 모든 대화와 타협, 양보가 사라지는 ‘치킨게임(Chicken Game)’ 상황을 윈윈게임으로 바꾸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다. <제주의소리>

<진관훈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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