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영의 뉴욕통신]이번 임시국회 회기 중 국가보안법 완전철폐를 촉구하면서.

오늘도 새벽 미명에 침실에서 아내 몰래 '탈출', 내 PC 방으로 몰래 '잠입' 인터넷을 통해서 외부와 '통신'하고 있다. 아내에겐 '비밀'이다.

어쩌다가 일찍 기상하는 아내에게 들키는 날이면 어린애처럼 호통을 맞는다. "건강도 안 좋은데, 전자파가 몸에 얼마나 해로운 지 알아요! 당장 그만 둬요!....컴퓨터를 없애버려야지..."

한참 '꾸지람'을 듣고 나면, 내가 쓰던 글이 맥이 끊어지고 만다.

오늘 저녁(토요일, 19일) 맨해튼 브로드웨이 32가에서 국가보안법 완전철폐를 위한 촛불집회를 가진다고 출두(?)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며칠째 망설이고 있다. 추위도 추위지만 내 건강상 이유로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집회에 꼭 나가서 한몫을 해야 하는데 아내의 외출허락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몰래 '탈출'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내 아내가 안다면 또 야단맞을 것이다. "그런 생각부터가 당신의 건강을 악화시킨단 말예요...이제 국가와 민족은 잠시 잊어버려요"라고.

내가 외부와 통신할 수 있는 방법은 전화와 인터넷이다. 인터넷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기때문에 짬만 나면 자판을 두들기고 또 들여다 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 중독이 되어간다. 많은 사람들의 사상을 접하게 된다.

오늘 날,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인격)을 가장 존중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의 행동(생각포함)을 무지막지하게 제한하는 그리고 그 법이 그어놓은 범주에 이탈하는 행동을 하면 목숨까지도 빼앗는 법이 공존하고 있다. 아직도 그 법은 북쪽의 반쪽 우리 동포를 '주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남북한이 유엔에 나란히 가입한 국가인데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국가로 인정했다면, 그리고 자유로히 무역을 행하고 있다면, 남북의 왕래의 교통과 통신 등은 무한 개방되어야 하고 그 행위에 대해서 처벌해서는 안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것이 어찌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법앞에 만인은 공평하다'는 원리에 맞겠는가?

"북한이 우리보다 더한 '악법'을 가지고 있는데 어찌 우리가 먼저 무장해제를 할 수 있는가?"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상당수 있다. 싸움에서도 그 어느 한 쪽이 가아드를 내리면 다른 한 쪽도 가아드를 스스로 내리거나 내리도록 종용할 수가 있다. 인권문제도 더 더욱 그렇다. 북한에 인권탄압이 심하다고 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가 잘 하면서 남을 종용하기는 쉽다. 그러나 우리가 못하면서 남더러 종용할 수는 없다.

"국가보안법이 철폐되면, 서울 한 복판에 인공기가 휘날리고 김정일 만세를 부른다고 해도 처벌할 법이 없다"고 우려하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맨해튼 42가 유엔본부 앞에 가면 만국기가 펄럭인다. 대한민국 태극기도 인공기도 중국과 러시아(옛 소련)기도 펄럭인다. 서울 한 복판에는 이제 일본기도 펄럭인다. 인공기가 펄럭이거나 일본기가 펄럭인다고 그 나라의 주권이 그 곳을 지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서울 한 복판에서 서울 시민 중 몇 사람이 아니면 수백명이 '김정일 만세'를 하루종일 아니면 일주일 내내 외쳤다고 서울 바닥이 '조선인민 민주주의 공화국'이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정신병동에 가 보면, 자신의 허벅지를 피가 나도록 하루 종일토록 긁고 앉아서 스스로 괴로움을 자청하는 자해자가 있다. 왜 그러고 있어야 하는가 물어보면, 답은 의외로 논리적이다. 내가 이 짓을 하고 있으니까 저 그림 속의 '호랑이'가 나를 물어 죽이러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이 철폐되면 김정일 일당이 서울로 쳐들어 온다고 주장한다. 간첩들을 대량 남파하고 활동해도 처벌하지 못한다고 우려한다. 그 우려 때문에 밤잠을 못잔다고 한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우리의 허벅지를 피가나고 곪아 터지도록 긁고 앉아 있을 것인가? 언제까지 남북 동족이 총칼을 맞대고 으르렁 거리고 있을 것인가? 결코 용서해서는 안될 일본과는 어거지로 한일 수교를 맺어놓고 밀거래로 당시 권력자들은 부자가 되었는데...

하루속히 국가보안법이 철폐되고 남북이 자유로히 왕래하며 서로의 가아드를 내리고 화합하는 한반도 통일의 날을 기원한다. 북쪽은 가만이 있는데 남쪽만 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글을 빨리 마치고 침실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혹시나 아내가 눈뜨지 않을까 침실과 나 사이 방문을 살짝이 닫아놓고...무허가 통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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