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아픈 아이들의 세대’…스위스 모델이 제주를 ‘생명의 땅’으로 만들 것

"서울을 당장 떠나라." 서울은 향후 수년간 아이들 낳고 기를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해버릴 것이라는 충격적인 주장이 제기됐다.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은 신간 ,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힌 한국의 미래](뿌리와이파리 펴냄)를 통해 임산부와 아이들만이라도 지금 당장 서울을 써나야 한다고 권고했다.

프랑스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후 에너지관리공단, 국무조정실 등에서 환경관리와 기후변화협약을 담당했으며, 수 년간 기후변화협약 정부대표단의 일원으로 국제협상에 참가했던 우석훈 실장은 “이미 유럽 권고기준의 두 배를 넘어선 서울의 PM10과 PM2.5 지수들을 보면, 서울은 이미 ‘재난지역’ 혹은 ‘긴급대피지역’이라고 규정했다.

거기에다 2005년부터 벌어질 서울시의 33개 뉴타운과 지역균형특수의 전면 공사와 1000여개로 추산되는 각종 재개발 공사는 2005년 4~5월과 2006년 12월, 20006년 4, 5월의 위기를 예고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최소한 향후 수년간은 도저히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한다는 게 우 실장의 지론이다.

미세먼지라고도 불리는 PM10은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 섞여 있고 공사장 주변에서 날아오는 먼지들로 10㎛(마이크로) 미만의 미세입자들이다.

▲ 초록정치연대 우석훈 정책실장이 지은 아픈 아이들의 세대.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집안으로 들어가라는 경보를 내릴만한 날이 지금은 분명 1년에 10일정도 밖에 안되지만, 이보다 더 작은 입자 기준인 PM2.5를 기준으로 측정하게 되면 서울은 연간 100일 이상 오염경보가 내릴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한다.

다른 오염물질들은 일정한 수준이 돼야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만 PM10은 아무리 미량이라도 발생하는 순간부터 보건상의 피해를 낳기 때문에 PM10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피해가 계속해서 인체에 피해를 주게 된다.

2005년에 아이를 낳을 생각이라는 우 실장은 더 이상 서울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부모로서는 할 일이 아니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최소한 앞으로 3년에서 10년간은 PM10으로 가득 차 있는 서울을 떠나겠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과 자신의 아내는 물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에게 서울에서 살도록 만드는 것은 아버지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서울을  ‘긴급탈출’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환경오염으로 가득 찬 서울의 대안은 어디일까. 청정환경이라고 불리는 제주는 그 대안이 되지 않을까. 

우 실장은 그러나 놀랍게도 서울 탈출의 후보지 중 제일 먼저 배제되는 곳으로 제주를 꼽았다.

그는 아직 제주도를 ‘죽음의 땅’으로 규정하지는 않지만 다른 정체적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의 추세가 유지된다면 제일 위험한 땅을 바로 제주로 지목했다.

제주도를 위험지역으로 만든 주범으로 그는 38개의 골프장과 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란 법률과 중앙정부의 정책을 들었다.

제주도에는 현재 11곳의 골프장이 있는데, 이미 승인을 받아 공사 중이거나 진행 과정에 있는 골프장을 합하면 총 38개의 골프장이 제주전역에서 조만간 공사판을 벌이게 되며 이로 인해 PM10 문제가 제주지역에 엄청난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제주지역의 특성으로 인해 전혀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장관이 갖는 환경영향평가 협의권한을 제주지사가 갖고 있으며, 상식을 갖고 정상적인 행정을 할 경우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이 사소한 차이가 제주도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분석했다. 제주도에서 직접 추진하는 공사가 개발사업에 대한 협의권한을 제주도가 갖고 있다는 것은 자기가 사업하고 자기가 허가하는 논리적 모순을 만들어 내게 된다.

제주도를 둘러싸고 최근의 수많은 해안도로와 내륙도로 정도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섬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는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는 지하수 오염문제를 들었다. 제주도의 골프장은 섬이고 화산지형이라는 제주도의 특성상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녹지 5% 할당량을 이미 다 채웠기 때문에 38개의 골프장 외에 추가로 지을 수는 없으나 이 5% 기준이 문광부 내부방침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통령 지시나 장관의 지시로 한 달 이내에 바뀔 수 있는 ‘힘없는 안전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녹지면적 대비 5%의 골프장이 위치한 제주도의 주요 지점이 ‘곶자왈’인 중산간지대에 위치한 지하수 유입구에 있어 제주도는 지하수가 오염되는 순간, 그야말로 상상하기 어려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우 실장의 판단이다.

제주도와 유사한 지형을 가지고 있는 하와이에서는 하와이 지역계획국과 수자원국이 골프장에 대한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하대수층이 있는 곳은 절대적으로 피하고 또 100m 이상의 고도에는 골프장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으나 제주도의 경우에는 아무 안전판도 없이 식수원이 위협당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제주는 죽음의 땅으로 변해 버리고 말 것인가.

제주를 죽음의 땅으로 변해가는 위험지역으로 지목한 우 실장은 역설적이게도 우리나라 생명의 고향으로 그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을 제주도로 꼽았다.

그는 생태적 위기의 관점으로 보면, 제주도는 지금 서울시보다 더 위험 곳이긴 하나 서울 사람들은 서울이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는데 비해 제주도 사람들은 이제 제주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고 있으며, 그 차이가 제주도를 생명의 고향으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제주도에 온 외지인들은 산업화가 살 길이라고 외쳤지만 제주에 적합한 산업을 찾지 못했고, 1990년대엔 제주도를 관광도시로 육성하는 것이 살 길이라고 외치고 돈을 가지고 와서 골프장을 잔뜩 지으며 제주도가 잘 살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 했을 당시 자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우 실장은 제주도에 희망이 깃든 것은 유기농 급식 조례가 통과되고, 유기농 급식을 아이들에게 먹이기로 결정한 제주 아라중학교를 비롯한 여러 학교들이 여기에 호응함으로써 지역의 유기농업이 제주도의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잡게 되면서부터이다라고 말했다.

우석훈 실장은 한국 사회가 나아갈 대안으로 스위스와 덴마크 모델에 주목할 것을 주장한다.

3만달러 이상의 소득을 자랑하는 덴마크는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풍력발전 산업과 전체 농산물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 유기농업을 통해 유럽의 '강소국'으로 떠오른 나라다. 관광 강국으로만 알려져 있는 스위스는 초국적기업 네슬레의 본국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농업을 중시하는 나라일 뿐만 아니라, 지역에 분산된 작은 중소기업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조립산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산업 실험을 성공했다.
 
그는 제주도만이 가지고 있는 생명의 힘으로 좋은 품질의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또 판매할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씩 생기면서 제주도에서 다시 생명이 싹이 움트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주도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제주도는 생명의 땅, 생명의 고향, 생명의 수도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스위스 모델이 탄생할 지역으로 꼽았다.

다른 지역이 1만 달러 소득 언저리에서 커피 농업과 건설산업이 걸었던 함정을 벗어나지 못할 때 스위스의 길을 걸어 가장 먼저 3만달러 소득을 달성할 수 있는 곳이 제주도라고 평가했다.

제주도청에서 깔 도로를 1000km만 줄여서 이 돈으로 ‘제주 유기농 연구소’를 만드는, 우리나라 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의 쿠바가 했던 일을 하는 순간, ‘생명 제주’의 새로운 길이 열리고, 동북아 중심국가의 수도 서울이 죽음의 고향이 되는 동안 제주는 동북아 생명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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