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졸업앨범 제작 D스튜디오 '말썽'…졸업생 "어떻게 사진 지울 수 있나"

▲ 제주대 졸업생들이 졸업앨범에 사진이 빠졌다고 홈페이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4년 동안 대학을 다니면서 남는 것은 무엇일까. 캠퍼스의 낭만과 추억도 있겠지만, 그래도 실질적으로 남는 것은 졸업장과 졸업앨범이 아닐까.

하지만 졸업앨범에서 자신의 사진을 찾을 수 없다면, 분명 사진은 찍었는데 없다면…. 이런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 제주대에서 발생했다.

제주대학교 졸업앨범을 제작하는 업체에서 앨범값을 내지 않은 졸업생의 사진을 앨범에서 삭제해 '말썽'을 빚고 있다.

제주대 앨범제작을 한 업체는 제주시내 D스튜디오. 이 업체는 지난 2004년 5~6월까지 제대 졸업대상자 1800여명의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졸업식(19일) 후에 배부된 졸업앨범에는 상당수의 학생들의 사진이 빠져 있었다. D스튜디오가 앨범을 사지 않은 학생들의 사진을 의도적으로 삭제했기 때문이다.

2년째 제주대 졸업앨범을 제작하고 있는 D스튜디오는 지난해에도 앨범을 사지 않은 학생들의 사진을 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총학생회와 대의원회 등 학생자치기구와 졸업생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이승철 총학생회장은 "졸업앨범은 졸업준비위원회가 매년 공개입찰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해 제작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업체는 앨범을 팔기 위해 의도적으로 졸업생의 사진을 뺀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또 채종대 대의원회 의장은 "졸업앨범과 관련해 아직 전임 대의원회와 졸업준비위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지 않은 상태"라며 "앨범제작 업체에 항의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생들도 제주대 홈페이지에 "돈을 내지 않은 사람들이 빠졌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글쓴이가 '졸업생'라는 학생은 "졸업앨범에 상당수의 학생이 빠져 있다"며 "나 뿐만 아니라 다른 과 친구들도 보기 위해 졸업 앨범을 산 것인데 돈을 내지 않은 사람들이 빠졌다는 것이 참 황당하다"고 말했다.

'나도 졸업생'이란 학생은 "어떤 페이지는 한쪽 단체사진에는 10명이 넘는 것 같은데 오른쪽 개별 사진에는 3~4명 밖에 없는 페이지들도 많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학생은 "저는 졸업 앨범에 얼굴이 빠진 사람"이라며 "처음에 사진 찍을 때 앨범 안사면 안 나온다고 했으면 사진을 찍지도 않았을텐데 시간 들이면서 사진 찍었더니 이런 어이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의 반발에 D스튜디오측은 "사진은 1800여명 찍지만 정작 앨범을 사는 학생은 불과 800여명에 불과하다"며 "손해가 많기 때문에 부득이 앨범을 사지 않은 학생들은 사진을 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D스튜디오는 또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앨범과 학사모 둘 중 하나도 사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을 뺀 것이지 무작정 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총학생회와 대의원회는 의도적으로 사진을 누락한 업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나 입찰경쟁에 참여하지 못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졸업준비위도 학내 여론을 수렴해 폐지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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