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경의 일본야구 A to Z] '육성선수‘의 우상 야마구치

요즘 일본 프로야구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바람도 일본 야구의 거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불기 시작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각 팀 선수는 70명이 정원이다. 70명 선수를 가지고 1군과 2군으로 나눠 실력 있고 상태가 좋은 선수는 1군에서 경기를 하고, 실력이 부족하고 상태가 나쁜 선수들은 2군으로 내려 보내 연습과 훈련을 하게 한다. 1.5군이란 단어가 있다. 1군과 2군을 왔다갔다는 선수를 말한다. 1군에도 정원이 있다. 28명만 1군에 있을 수 있다. 나머지 42명은 2군에서 어려운 연습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70명이상의 선수는 보유를 못하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금있고 능력있는 구단은 몇 백명 선수를 보유해서 상태 좋은 선수들만 골라서 1군에 올려 보내 경기를 한다면 언제나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고, 자금없고 능력 없는 구단은 항상 꼴등만 해야 한다.

고교야구부터 프로야구까지, 야구는 '부익부 빈익빈' 법칙이 아주 정확히 적용되는 스포츠다. 돈을 부어넣으면 성적이 올라가고 성적이 올라가면 인기가 올라가서 관중이 모이고, 관중이 모이면 돈이 모이고, 모인 돈으로 또 선수에 투자를 해서 좋은 선수를 데려오면 성적이 올라가는 ‘부익부 빈익빈’ 사이클이 철저하게 적용된다. 이 법칙을 아주 잘 이용하는 구단이 '요미우리 자이언츠'다.

이렇게 되면 프로야구 장사는 망한다.

강한 팀은 언제나 강한 팀이 되고, 약한 팀은 언제나 약한 팀이 된다. 경기를 하면 언제나 강한 팀이 이겨 버리면, 프로야구는 보나 안보나 뻔한 결과가 나오고 만다.

누가 시간과 돈을 들이면서 야구장에 가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고, TV중계도 보지 않을 것이다. 이러면 프로야구 인기가 떨어져, 전체가 망하고 만다. 그래서 정원이 필요하다. 참고로 미국 메이저리그는 정원이 없다.

그래도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부익부의 사이클을 아주 잘 이용해 왔다.

FA제도 도입으로 일부 잘 하는 선수들의 연봉이 급상승 했다. 선수가 FA를 선언하면 연봉이 올라간다. 한 선수에게 몇 억 엔을 줄 수 없는 구단이 나온다. 그러면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데려간다.

다른 구단 팬들이 보면,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좋은 선수 강탈 구단'으로 보이며, 요미우리 자이언츠 팬들이 보면 각 구단 4번 타자들을 데려다가 벤치에 앉혀놓고 있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 또 '저 선수 좀 잘 하네' 라며 보고 있노라면 몇 년 후에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벤치에 앉아있다.

올해도 요미우리 자이천츠 중심을 보면, 3번타자에 3억8천만엔의 오가사하라(小笠原), 4번타자로는 5억엔의 라미레스(외국인)가 있으며, 6억엔의 이승엽과 2억2천만엔의 타니(谷)가 가끔씩 나올 정도다. 투수에도 2억5천만엔의 그라이싱거(외국인), 마무리전문에는 3억엔의 쿠룬(외국인)이 있다. 다 데려온 외인부대들이다.

▲ 요미우리 자이언츠 프로필 이미지 ⓒ요미우리 자이언츠 홈페이지
그런데 올해는 좀 다르다. 젊고(어리고) 별로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이 날고 있다. 야마구치(山口) 마쓰모토(松本) 오비스보(외국인)등 별로 이름도 들어보지 않은 선수들이다. 특히 야마구치는 작년에 선발이 아닌 2번째 3번째 투수로 기용되면서 11승2세이브2패를 기록하고, WBC멤버로 기용 되는가 하면, 신인왕까지 올라섰다.

이들 3명은 육성(育成)선수로 들어와 제대로 육성된 선수들이다.

돈으로 남의 구단의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것보다, 어린 선수들을 육성선수로서 입단시켜 잘 육성시켜 쓰고 있는, 아주 보기 좋고, 말 되는 그런 선수들인 것이다.

그러면 육성선수란 어떤 선수들을 말하고 있나?

프로선수라고 볼 수도 있지만, 프로선수가 아니라고 말 할수 있다.

최근 아마추어 실업팀들이 줄고 있다. 경제가 나빠서 경비를 줄인다는 것이 야구부를 없애고 있는 있다. 이들 중에 잘 하는 선수들은 어디에선가 좀 데려가서 야구를 하게 해야, 아마추어도 프로도 같이 살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 생겨난 제도가 육성선수라는 제도다.

또 드래프트로 데려오는 데는 실력이 좀 부족하지만, 잠재적 능력은 있는 것 같아, 잘 키우면 좋은 선수도 될 수도 있으련만, 정원은 70명, 할 수 없이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선수도 있다. 육성선수 제도, 아주 딱 맞는 제도다.

육성선수는 ‘정원 외’다. 70명정원에 들어가지 않는 선수들이므로 '지배하'의 선수들이 아니라서 프로선수가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다. 또 육성선수에는 정원도 없다. 얼마라도 뽑아서 육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제도는 2005년에 도입했다. 정식 드래프트가 끝난 다음, 특별 육성선수를 드래프트해서 입단(?)하게 한다. 아직은 프로에서 써먹지 못하지만 잠재능력은 있어 보이는 선수들이다. 또 육성선수를 뽑지 않는 구단도 있다.

그러나 육성선수들은 프로선수 정원외 선수들이므로 여러 제약을 만들어 놓았다.

유니폼은 같은 유니폼을 입어도 되지만, 등번호는 100번 이상의 등번호를 붙여야 되고, 2군들끼리만 하는 경기에도 자유롭게 출장할 수 없어서 한 경기에 5명까지만 뛸 수 있다.

또 연봉도 240만엔(월 20만엔)으로 못 밖아 놓았다.(2군 최저연봉 440만엔, 1군 최저연봉 1500만엔) 육성선수를 뽑을 수 있는 구단은 지배하 선수(70명 정원의 선수)가 65명을 넘은 구단이라야 육성선수를 둘 수 있다. 이 항목은 선수 인건비를 줄이려고 육성선수들만 뽑을 구단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되니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출전할 경기수가 매우 적은 것이다. 선수들에게는 경기에 출전해서 실전경험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군들끼리만 하는 경기에도 육성선수들의 형님 2군들에게 차례가 먼저 오지, 육성선수들에게는 차례가 오기 어렵다. 그래서 자이언츠와 롯데 2개 구단 육성선수들끼리만 하나로 합쳐서 팀을 하나로 만들어(팀 명칭은 시리우스) 주로 아마추어 팀들과 많은 경기를 하면서 연간 200여 경기를 뛸수 있게 만들었다.

당연히 육성선수제도를 잘 이용하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든다. 좋은 지도자를 두는데도 돈이요, 경기에 임하는 비용도 돈이다. 어떤 면에서는 부익부 사이클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육성선수로서 연습과 훈련을 시킨 후, 실력이 인정되면, 이젠 2군 또 1군으로 프로계약을 하게 돼 당당한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다.

▲ 야마구치 테츠야 선수(우)와 이승엽 선수(좌)
육성선수제도를 철저히 이용하고 있는 구단이 일본 프로야구의 거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다. 현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는 24명의 육성선수가 있고, 4명이 프로로 계약을 바꿔 올라왔다. 올해는 3명이 1군에서 활약하고 있다.

작년(2008년) 7월은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바닥에서 헤매고, 또 한신은 머리에서 기고만장하고 있을 때였다. 시즌이 끝나고 보니 헤매던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기고만장하던 한신을 이기고 리그 우승으로 끝났다. 이 우승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 선수가 육성선수 1기생 야마구치(山口) 투수 였다. ‘야마구치가 없었더라면 작년 요미우리 자이언츠 우승은 없었다’라고 누구든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야마구치 올해 연봉은 4천5백만엔이 돼고, 육성선수들의 스타, 우상이 됐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본다면 구단 이미지를 바꾸는데 아주 좋은 제도가 된 것이다.

이제까지는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우승을 했다 해도 ‘Anti 자이언츠’ 팬들은 “돈으로 우승한 구단” “다른 구단에서 좋은 선수를 만들어 놓으면 돈뭉치 흔들어 대는 구단” 이라며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은 달랐다. “선수 발굴해서 육성시켜 좋은 선수 만드는 구단”으로 이미지가 바뀌게 된 것이다.

일반 야구팬들도 이제야 “육성선수제도가 무엇?” 이라며 찾아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역시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일본 프로야구의 巨人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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