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은 지금 19] 강동균 회장 영장실질심사에서 석방

   
▲ 법정에 모여든 주민들 24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303호 법정에서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에 대해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이를 방청하기 위해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법정 앞으로 모여들었다. ⓒ 장태욱

지난 24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주변에는 재판방청을 위해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들어 장사진을 이뤘다.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마을회장의 구속 여부에 마음 졸이는 가족과 주민들
 
주민들 틈에 강동균 회장의 부인과 장남이 우선 눈에 띄었다.
 
"아까 수갑에 채워져 있는 것을 봤는데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 애 아빠가 수갑을 찰 만큼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저러는지… 법정에 들어가서 방청하라는 데 가슴이 떨려서 볼 수가 없어요."
 
강정마을 주민들은 강동균 회장이 오래도록 해군기지싸움을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부인의 억척스러운 후원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생계를 내팽개치고 마을을 구하겠다며 발 벗고 나선 남편을 대신해서, 불평 없이 생계를 꾸려가는 여장부다. 그런데도 막상 남편이 수갑에 채워진 채 법정에 서는 것을 눈뜨고는 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 중덕해안으로 가는 길목 지적공사 직원들이 측량을 위해 중덕해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강정마을 주민들이 막아서면서 사건이 발단했다. ⓒ 장태욱

강동균 회장의 가족과 이웃들의 가슴을 졸이게 한 발단은 우발적으로 찾아왔다.
 
지난 21일, 지적공사 직원들이 해군기지 예정지로 지정된 중덕 해안을 방문해서 토지 측량작업을 시도했다. 강동균 마을회장과 주민들은 중덕해안으로 가는 진입로를 차량을 동원해서 봉쇄하면서 지적공사 직원들과 마을주민들 간에 마찰이 빚어졌다. 주민들과의 마찰로 인해 측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공사 직원들이 측량을 포기하고 돌아가기로 결정하면서 이날 일은 거기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사무실로 돌아가겠다던 공사 직원들은 길을 우회하여 강정천 인근에서 재차 측량을 시도하였다.
 
강동균 회장,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긴급체포
 
지적공사 직원들이 측량을 재시도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한 지역주민이 이 사실을 마을회관으로 알렸고, 강동균 회장과 소수 마을 주민들이 이에 항의하기 위해 강정천 인근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강동균 회장 일행이 강정천 인근으로 갔을 때는 경찰 체포조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은 그 자리에서 강동균 회장과 주민 김종완씨, 강권수씨 등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당시 경찰은 미란다 원칙도 지키지 않은 채 이들 세 명에게 수갑을 채워 서귀포시 경찰서로 연행했다.

▲ 체포되는 강동균 회장 21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강동균회장이 경찰에 긴급 체포되었다. ⓒ 제주의소리

경찰에 연행된 세 명 중 김종완씨와 강권수씨는 당일 훈방 조치되었지만, 강동균 회장은 제주시 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었다. 경찰과 검찰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려하자 강정마을회 소속 주민들과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경찰과 검찰을 비난했다. 그간 강정마을회가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이어오면서 폭력을 사용한 적도 없거니와 강동균 마을회장에게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서귀포 경찰서는 23일 강동균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적용된 협의는 업무방해 4건, 집시법 7건, 모욕죄 1건, 도로교통법 1건 등 총 13건이었다. 지난 21일 토지 측량을 방해한 혐의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8일 어업보상설명회 방해, 12월 19일 서귀포시청 시민과의 대화 방해, 올해 1월 5일 공동생태계 조사 방해 등이 모두 적용되었다. 지난해 6월 16일 이명박 대통령 제주 방문 시 주민들이 펼친 1인 시위까지 미신고 집회로 간주하여 혐의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 제주동부경찰서 서귀포시 경찰서로 연행된 강동균 회장은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었다. ⓒ 장태욱

'강동균 지킴이' 공동변호인단, 검찰 측과 치열한 법리공방
 
그런데, 경찰과 검찰이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를 보이자, 강동균 회장을 구하기 위해 제주지역 변호사들이 발 벗고 나섰다. 권범 고창후 김승석 박석훈 나인수 허상수 김성우 강창균 류수길 고영권 등 10명의 변호사들이 모여 '강동균 지킴이'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검찰의 영장청구에 대한 문제의식이 법조계 전반에 공유되고 있었던 것이다.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심리는 24일 오전 11시 30분에 열렸다. 아침부터 주민들이 방청을 위해 법정 입구에 모여들었지만, 담당판사(이재권 부장판사)는 심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가족에 한해서만 방청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민주노동당 제주도당 강경식 위원장을 비롯하여 사회단체에서 온 인사들이 법원 직원들에게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주민 5명에 대해 추가로 방청이 허용되었다.

   
▲ 항의 법원이 가족에 한해서만 방청을 허용한다고 밝히자 민주노동당 강경식 위원장이 법원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는 모습이다. ⓒ 장태욱

이날 심리에는 9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공동변호인단이 경찰관 7명, 송우진 해군 중령 등의 증인을 대동한 검사 측과 치열한 법리공방을 펼쳤다.
 
판사: "해군기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적법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강동균: "우리는 해군지지 문제로 마을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반대 의견을 모았고, 이를 근거로 정부와 국회에 호소도 해봤고 도보순례도 해봤다. 그런데도 우리의 의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송우진 중령: "해군기지를 추진하면서 주민동의 절차를 분명하게 걸쳤다. 단지 주민투표의 대상으로 보기 어려워서 도지사가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제기가 있는 것이다."
 
권범 변호사 :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해군기지의 필요성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정책에는 정당성이 있어야한다. 특히, 주민동의와 의견수렴절차가 정당해야한다. 이번 사태가 해군과 주민, 도정과 주민, 주민과 주민사이에 얼마나 씻을 수 없는 갈등을 남겼는지 생각해보라. 정말 추진과정이 정당했다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김승석 변호사 : "이번 사건에서 전체적으로 범죄사실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 소통했다면 정말 주민들이 이렇게까지 하겠는가? 그리고 7월 21일 공무방해가 (구속영장 신청의)직접적인 계기이며, 이전 사건은 영장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추가된 것이다. 이전 것은 기소도 안했는데, 이제 와서 영장 신청 사유에 추가하는 것이 타당한가? …피의자가 앞으로 폭력을 자행할 것이라는 추측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반대투쟁이 곧 불법투쟁은 아니다."

고창후 변호사: "주민생존권 투쟁의 경우 흔히 불법폭력이 난무하는 경우가 있지만 강정마을의 경우 평화.합법투쟁을 견지해왔다. 모든 사안을 포함해서 보더라도 구속될 만큼 중대범죄는 보이지 않는다."
 
검사 : "피의자는 지금까지 4번이나 경계측량을 방해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건가?"

강동균 : "물리적으로 막지는 않겠지만 항의는 하겠다. 천년, 만년을 결정할 중요한 사안이니 만큼 신중하게 진행해야한다."
 
강동균 최후진술: "만약 판사님은 아파트만 주고 직장이 없으면 살 수 있겠나? 강정마을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누가 들어와서 돈 던져주면서 다른 데로 가서 살라고 하면 가서 살 것인가? 우리도 국가사업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중요한 만큼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득하는 노력을 보여야한다."
 
심리에 이어 결정은 오후 4시경 내려졌다. 법원은 검사 측이 강동균 마을회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한다고 결정했다. 이재권 부장판사는 "피의자는 초범이고 주거가 일정하고, 범행 사실 관계를 시인하고 있고, 범행 과정에서도 과도한 폭력행사를 하지 않아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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