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문을 통해서 한반도의 기온이 평균 1도 올라가서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는 불안한 소식을 접한지 며칠후에 '매미'가 전국을 휩쓸고 갔다.

지구온난화가 대형 태풍 일으켜

더구나 '매미'도 결국 한반도 부근의 해수온도가 높았기 때문에 그런 강한 힘을 가질 수 있었다. 추상적으로만 느끼던 '지구온난화'가 이제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 힘은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그것은 아름다운 제주에도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지구적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제주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환경변화이다.

한정된 생태계와 환경용량을 가지고 있는 조그만 제주도는 벌써 자연에 엄청난 빚을 지고서도 이자는커녕 원금도 못 갚는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렀다.

쉴새없이 증가되는 오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개발과 환경오염은 지금도 쉴새없이 진행되며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진, 황금과도 맞바꿀 수 없는 소중한 지하수가 언제 바닥날지 모를 미래를 향하여가고 있고 제주의 바다는 각종 개발과 인간의 행위로 인해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지하수의 주요 충전지대이며 한라산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자연림으로 남아있는 곶자왈에도 개발의 그림자는 비켜가지 않는다. 그 중에는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이라는 선흘곶에 골프장을 중심으로하는 대규모 관광단지가 들어설 계획이 있다.

쉴새없이 늘어나는 자동차로 도심내 녹지는 점점 사라져가고 뿌연 매연이 우리의 폐와 기관지를 야금야금 파먹고 있다. 차를 핑계로 도로는 점점 늘어나며 제주의 생태계를 마치 거미줄로 갈라놓은 듯 단절시켜 놓아버렸다.

자, 이제 가던 길 되돌아보자.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린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이어도를 꿈꾼다

벼랑 끝에 몰린 우리나라의 농업현실 때문에 타지에서 자결한 이경해 선생처럼 우리는 얼마나 처절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있는지. 한국 정부에서 중국과의 흥정에서 핸드폰을 마늘과 교환했듯이 이제 제주의 감귤도 한물 가고 과연, 관광만이 제주의 살 길인가? 관광산업이 과연 우리를, 자연생태계를 책임질 수 있는가? 더군다나 자연을 야금야금 파먹는 제살깍기식 관광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일 수 있는가?

우리는 이런 근본적인 의문을 해 볼 겨를도 없이 당장 내일의 먹고 살 길을 위해서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가고 있지 않은가. 당장 5년후, 10년후에 순식간에 밀어닥칠지도 모를 수자원 고갈과 환경재앙은 눈에 보이지 않는것일까.

그래서 나는 매일 꿈을 꾼다. 그 곳이 우리 선조들이 애타게 꿈꾸던 '이어도'인지 서양인들이 그리던 유토피아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애타게 그 꿈을 그린다.

양수남님은 제주환경운동연합 교육팀장입니다

** 9월 24일(수) 저녁 7시, 탐라장애인복지회관에서 <제주의 개발과 환경문제 - 내가 꿈꾸는 제주>라는 주제로 제주대학교 조성윤 교수님의 강연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제주를 꿈꾸는 많은 분들의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문의 : 759-2162 제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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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제주는
우리 인간만이 아닌 다른 생물의
생명권을 존중하는 세상입니다.
우리집 옆 공터의 족제비와 나무에 깃들이는 참새들,
꽃으로 날아드는 벌과 나비를 위해
그 공터를 지키는 마음을 가진 주민들이 있는
세상입니다.
자동차들이 무한질주로 달리는
아스팔트 도로를 넘기 위해 원앙새 어미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새끼들을 데리고 생명을 감수해야 되는 세상이 아닌
저녁이면 큰 나무에 휴식을 취하러 온 새들의
지저귐을 듣기 위해 나무를 보호하고 더욱 많은
나무를 심는 사회입니다.

내가 꿈꾸는 제주는
장애인들이, 노인들이, 병자들이, 어린이들이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존중받으며
이웃들의 따뜻한 시선속에
단지 장애를 불편함으로 느낄뿐이고
자신의 꿈들을 펼칠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 어떤 신체적, 사회적 약자들도
두려움없이 살 수 있는 세상입니다.

내가 꿈꾸는 제주는
우리의 망가진 공동체가
현대적 의미로 다시 되살아나는 것입니다.
TV에 내주어어버린 우리의 문화, 유흥문화에
내주어버린 우리 문화.
자기 가족들만의 아늑한 공간에 만족하여 사는
우리의 삭막한 골목길.
동네 조그만 가게들은 거대한
할인매장 때문에 점점 스러져가고...
이제, 다시 내가 사는 바로 이 공간에서
너와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공동체 복원.
그 안에 문화가 자리잡아
오순도순 둘러앉아 우리만의 독특한 이야기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세상입니다.

내가 꿈꾸는 제주는
차디찬 겨울 콘크리트 바닥위에서 채소를 파는 할머니들과
막노동으로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는 늙은 노동자들과
구석진 곳에서 고구마를 팔고 있는 아저씨들의
삶에도 사회는 그들을 버리지 않을 것임을 믿게하는 따뜻한
사회입니다.
'자본주의'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부의 독점 현상이 일어나고
한정된 자원안에서 빈자는 늘어만가는 사회가 아닌
부의 재분배속에서
전세계 80%가 20%를 먹여살리는 구도가 아닌
부자들은 조금 더 양보하는 세상입니다.

내가 꿈꾸는 제주는
우리의 교육이 진정 필요한 것을 위한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세상입니다.
사교육비로 쏟아지는 천문학적인 돈을
우리의 공교육을 위해 제대로이 쓰이고
국영수에 맡겨진 입시제도가 없어지고
우리 사회가 조화롭게 평등하게 잘 살 수 방법을
공부하는 세상입니다.
거대한 학교에서 콩나물 교실에 앉아
입시에 한명이라도 더 합격시키기위해
혈안이 된 교사가 아니라
햇볕 따스한 봄날이면 길가를 따라 피어난
작은 들꽃의 아름다움을 보러 수업 한 시간을 비우고
학교앞 텃밭에서 맨발로 흙을 밟으며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삶의 즐거움을 느끼게하는
멋있는 교사가 있는 세상입니다.
마을 안에 자리잡은 조그마한 학교가 지역사회와
끈끈한 관계를 맺어 학교 운동장이 온 마을 사람들의 광장이
되는 세상입니다.

내가 꿈꾸는 제주는
우리의 정치가 정치인들의 전유물이 아닌
투명한 무대위에서 지역주민들의 조종을 받는
정치를 하는 세상입니다.
정치와 국민이 분리 되어버린 세상이 아닌
큰 도덕에의해, 민심에 의해 움직여지는
세상입니다.
지역 행정당국은 철저한 독자권을 가지고 지역사회 주민들과의
활발한 의사 소통위에 행정을 펼쳐나가는 세상입니다.

내가 꿈꾸는 제주는
농가부채로 농약먹고 쓰러지는 농촌이 아닌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농업 본연의 위치를 찾고
그곳에 어린이들의 노는 소리와 젊은이들의 웃음이
섞이어 다시 되살아난 농촌공동체가 되는 세상입니다.

내가 꿈꾸는 제주는
속도에 휘말려버린 우리가 아니라
밤 하늘 별들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우리들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어느 날엔가는 도시의 모든 전등을 끄고
밤하늘 별들을 바라보는 여유를 갖고
어는날엔가는 시내의 모든 차들의 시동을 끄고
시민들에게 거리를 내어주고
보행자들이 천천히 걸으며 자신과 타인을
느끼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세상입니다.”

이 꿈이 내 꿈이어서야만 되겠는가?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는데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제주를 위해 이제 치열하게 행동해야 될 때가 되었다. 더 늦기전에.
<양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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