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민소환 청구인 대표 고유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 서명부를 접수하는 고유기 처장 지난 6월 29일 고유기 처장이 제주선관위를 방문해서 제주도민 7만 7천 여 명으로부터 받은 주민소환청구인 서명부를 제출하는 장면이다.  ⓒ 장태욱
 
김태환 제주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으로 제주의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도 뜨겁다.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전국 최초로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을 시작했고, 시작 한 달여 만에 주민발의 요건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유권자의 서명을 받아내 주민소환투표를 현실화 시켰다.

서명인명부를 선관위에 접수한 이래로 주민투표일이 공고될 때까지 주민소환에 관한 일체의 찬반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법률로 인해,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지난6월 29일부터 현재까지 아무런 활동을 못해 왔다. 하지만 8월 6일 선관위에 의해 주민투표일이 정식으로 공고되면, 이들은 이튿날인 7일부터 다시 주민소환운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선관위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김태환 제주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는 오는 8월 26일에 치르기로 결정됐다. 8월 6일에 투표일이 공고되면 주민투표의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는 김태환 지사의 도지사 자격은 일시 정지될 것이고, 그 기간 동안 제주사회는 주민소환에 대한 찬반격론에 휩싸여 요동칠 것이다.

주민소환으로 찬반격론에 휩싸인 제주도

   
▲ 제주참여환경연대 고유기 처장 김태환 지사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대표로 등록했다.  ⓒ 장태욱

주민소환운동이 전국의 관심거리로 부상하자,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과 더불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사람이 있다. 김태환 제주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대표자로 선관위에 공식 등록한 제주참여환경연대 고유기 사무처장이 바로 그 주인공.

선관위가 주민투표일을 정식 공고하기 하루 전날인 8월 5일 오전 고유기 처장을 만나기 위해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실을 방문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실이 주민소환운동본부 사무실로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는 도내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 주민소환운동에 나서기 전에 필요한 상황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고유기 처장과 주민소환투표에 임하는 그의 입장과 이후 투표일까지의 계획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고유기 처장은 "도지사의 전횡과 독선을 심판하기 위해 주민소환운동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민소환청구인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김태환 지사에 대한 도민들의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다"며 "주민소환을 시작한 것이 잘못된 판단이 아님을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주민소환투표에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차량유세, 언론을 통한 홍보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김 지사를 소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고유기 처장은 제주도민들에게는 "기득권 질서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제주를 설계하기 위해, 그리고 한국사회에 새로운 모델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투표에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태환 지사에게는 투표율을 떨어뜨리려 하지 말고, 주민의 심판을 받기 위해 당당하게 나서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고유기 처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해군기지 업무협약서는 독선과 전횡의 근거" 

- 주민소환 청구인 대표 등록을 하면서 '도지사의 독선과 전횡'이 청구 요지라고 했다. 독선과 전횡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독선과 전횡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해군기지 관련하여 김태환 지사가 국방부장관 및 국토해양부장관과 맺은 업무협약서(MOU)다. 해군기지 업무협약서는 제주도가 해군기지와 관련하여 내밀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김 지사는 도민의 의견수렴도 없이, 도의회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비밀리에 결정해 버렸다. 절차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처사였다.

또, 그간 김태환 지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해군기지와 관련하여 주민갈등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런데 업무협약서 어느 조항에도 주민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도지사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업무협약서에 공군기지라고 의심할 만한 '남부탐색구조대'를 거론한 것도 문제다. 이전에 단 차례도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는 남부탐색구조대를 조문에 삽입하여, 오히려 공군기지까지 공론화시킨 측면이 있다. 지난 2006년 행정계층구조를 조정하면서 자치시를 폐지할 당시에 우려했던 '제왕적 도지사'의 문제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 주민소환투표 청구인으로 서명한 인원이 약 7만 7천명에 육박했다. 서명을 시작할 당시 어느 정도 서명인원을 예상했나?

"김태환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에 대해서는 몇 해 전부터 여러 차례 논의한 적이 있다. 영리병원이나 해군기지 등을 추진하면서 주민 갈등을 지나치게 조장하는 측면이 있었고, 의사결정이 너무나도 독선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김 지사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중이라 소환운동을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행보를 도저히 눈감고 봐줄 수 없어서 주민소환운동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서명을 받을 수 있는 시간에 실제로 한 달 밖에 되지 않아, 주민발의 요건에 해당하는 4만 1천여 명의 서명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제주도 전역을 누비며 서명을 받다보니 도내에 반 김태환 정서가 팽배해 있음을 확인했고, 김 지사를 소환하겠다는 우리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는 확신을 얻었다."

"주민소환, 개인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시민의 힘을 보여주는 것"    
 

ⓒ 장태욱 
 
- 도민들의 서명이 예상외로 많았다는 것에 이견이 없지만, 무효서명의 비중도 상당히 높았다. 2만 5천여명의 서명이 무효로 판명되었다면 서명을 받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가장 큰 문제는 주민소환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서명인의 주소지와 주민등록번호를 정확히 기록해야 하는 요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번 무효로 판명된 서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인이 '주소지 불일치'였다. 특히, 젊은 층들의 경우 주민등록상의 주소지와 현 실거주지가 일치하지 않아 혼동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또, 서명을 하려고 하다가 주민등록번호를 정확히 기록해야 한다고 요청하면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서 엉뚱한 번호를 기록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개인 확인을 위해 주소지만 기록하든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만 기록하는 식으로 간편하게 하면 좋을 것 같다."

- 도내에는 해군기지 유치를 찬성하면서도 김태환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에는 동의하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해군기지 유치에는 반대하면서도 주민소환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도민들도 있다. 다시 한 번 주민소환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철회하고자 하는 것인가, 도지사의 독선적 도정운영을 심판하고자하는 것인가?

"만일 강정마을 주민들이나 대천동 주민들 다수가 해군기지 유치에 찬성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입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해군기지 문제를 대하는 김태환 지사의 방식은 애초부터 해군기지 반대론자들의 입장을 배제한 채 해군의 입장대로 밀어붙이기 식이었다. 이런 독선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게다가 해군기지를 홍보하면서 정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도민을 기만하기도 했다. 해군기지는 정부가 국가안보에 필요해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있나? 그런데도 도지사와 해군은 마치 제주의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일을 추진하는 것처럼 사안의 본질을 호도했다. 이런 태도를 심판하고자 하는 것이다."

- 8월 26일에 소환투표 결과가 발표되면, 대략 세 가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우선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여 투표가 유효하게 되고, 유효투표인의 절반 이상의 찬성으로 주민소환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또 유효투표인의 참여하에 주민소환에 반대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투표참여율이 저조하여 투표함이 개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결과를 예상하는가?

"우리가 바라는 최상의 결과는 김태환 지사를 소환하는 것이다. 이는 김태환 개인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주민을 무시하는 단체장에게 시민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태환 지사는 정당하게 심판 받아야"

- 투표율 33.3%을 채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민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방안은.

"제주도 전역을 돌면서 차량유세도 하고, 언론사를 통해 도민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이해시킬 것이다. 로고송도 제작했고, 유세단도 준비했다."

- 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그간 김태환 지사의 행보는 철저하게 건설업자들로 대표되는 토호들에게 이권을 챙겨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간 제주도에 풀뿌리민주주의라 불리는 참다운 지방자치는 없었다. 우리 주민들은 기표소로 가는 날만 주인으로 대접받았고, 선거가 끝나면 행정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제 우리 주민들이 나서서 완고한 기득권 질서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제주의 희망을 설계해야 한다. 지금은 모든 국민이 어려운 현실 가운데서 절망하고 있다. 제주도민들이 현실을 개척하기 위해 역동적으로 나선다면 다른 지역의 주민들에도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다. 한국사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주민소환투표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었으면 좋겠다."

- 김태환 지사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에 김태환 지사는 이번 소환정국에 무대응 전략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주민소환투표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떨어뜨려서 투표율을 낮춰보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도지사가 실제로 이런 구상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자가당착이라 할 수 있다.

2006년 제주에서 행정계층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주민투표가 있었을 때 김태환 지사는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지 않았나? 이번에도 최대한 투표율을 올려서 주민들로부터 정당하게 심판받기를 바란다."<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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